어느 여행지에서나 가장 신나고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시장이 아닐까.
특히 두바이처럼...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문화를 가진 도시라면 우리의 호기심을 발동 시킬만한 것들이 시장 안에는 가득할 것이 틀림없다.
세련되고 화려하고 깨끗한... 현대식 쇼핑몰에도 물론 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사실 '바로 여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소하지만 특별한 볼거리들은 오랜 세월과 함께 만들어져온 재래식 전통시장이 훨씬 더 제격이다.
두바이의 가장 유명한 전통시장은 데이라 지역에 있다. 두바이 뉴시티 쪽에서 데이라로 가기 위해서는 두바이 크릭을 건너야 한다. 아브라라고 하는 작은 동력 목선을 타고 건너는데, 대략 5분 정도 소요된다.
데이라쪽의 아브라 선착장(Deira Old Souq Station)에 내려서 보이는 도로 건너편으로 노르스름한 건물들이 낮게 펼쳐져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골드 수크로 향한다.
도로 표지판에도 큼지막하게 골드 수크(Gold Souk)가 표시되어 있다.
시장 입구에 서 있는 빌딩 위쪽에 삐죽이 올라와 있는 윈드 타워(wind tower)가 눈에 띈다. 윈드 타워는 두바이의 전통 건축양식의 일부인데 일종의 에어컨 시스템이다. 나무막대를 가로지른 윈드타워의 빈 공간으로 흘러들어간 더운 공기가 서로 부딪히면서 식혀지고 건물 아래의 주거공간으로 시원해진 공기가 내려가는 원리라는데 이런 건물들이 여럿 보이는 것에서부터 이 곳이 올드 두바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대형 모스크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나렛(minaret, 모스크의 첨탑)도 여러 곳 눈에 띈다.
Old Baladiay Road 라는 도로명 이정표를 따라 윈드 타워가 있는 왼쪽의 기념품 가게를 지나쳐 골목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올드 수크가 펼쳐진다.
데이라의 두바이 전통시장 중에서는 골드 수크와 스파이시 수크가 가장 유명하다. 수크는 souk 또는 souq로 표기하며 현지어로 '시장'이라는 뜻이고 모두를 직역하자면 각각 '금시장'과 '향신료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 수크는 각각의 개별적인 시장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큰 시장 안에 구역이 나뉘어 있는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서울로 치면 남대문 시장 안에 그릇도매상가, 의류도매상가, 꽃도매상가 등등이 큰 구역별로 나뉘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시장 골목에 들어서면 금보다 향신료들이 먼저 손님들을 맞는다. 골드 수크 전에 등장하는 스파이시 수크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아라비아 상인들의 대표 상품이었던 바로 그 향신료!
유럽에서는 한 때 금보다 비싼 값으로 거래 되었다는 다양한 향신료들이 큰 점포 뿐 아니라 길가의 작은 노점에도 그득그득 쌓여 있다.
제법 규모를 갖춘 한 점포에서는 사람들이 지나는 길가에 대표적인 향신료들과 그 위에 작은 향로를 얹어두고 향신료를 태워 향기를 피우고 있었다. 어디선가 풍겨나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향기를 따라 가면 이런 작은 향로를 만나게 된다. 그 어떤 말보다 관심을 끌어당기는 호객행위가 아닐 수 없다.
육두구, 정향, 강황... 종류도 다양한 향신료들은 그 향기와 독특한 맛 덕분에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고급 양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고, 치료제로서의 효능도 뛰어나 약재의 역할도 했다.
우리나라 요리에도 흔히 쓰이는 생강, 마늘, 감초, 계피, 겨자 등등이 모두 이런 향신료에 속한다.
특히나 요즘도 엄청나게 비싸기로 유명한 향신료인 샤프란이 가게 진열장 안에 넘치도록 쌓여있는 모습은... 이 곳이 정말 향신료의 본고장, 천일야화의 그 동네가 맞구나 싶어진다.
색색의 알록달록하고 코 끝이 간지러운 스파이시 수크를 벗어나면, 시장 안의 교차로 같은 공간이 나온다.
지금까지 걸어온 Old Baladiya Street와 Sikkat Al Khail Street가 만나는 지점인데, 바로 골드 수크의 시작점이다.
향신료 가게들이 줄지어 있던 Old Baladiya Street를 걸어와 이 지점에 도착했다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개선문처럼 보이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금시장이다.
그리고 이 금시장, 골드 수크에는 너무나 유명한 명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금반지!
골드 수크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Kang이라는 귀금속 가게에 그 주인공이 있다. 세계에서 이 거대한 금반지를 보려고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몰려들고, 그 반지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이 귀금속 가게 앞은 언제나 북새통을 이룬다.
가게 출입문 바로 옆의 높은 진열대 위에 두꺼비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 대단한 반지는 기네스북과 세계 금위원회 등에 모두 정식 등재된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골드 링이다. 고리만 21캐럿, 무게는 64kg, 가운데 장식이 5.1kg, 가격은 무려 300만 달러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크기와 가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도 하지만... 사실 너무 현실감이 없는 물건이라 그런지 오히려 별 감흥이 없다. 대체 이런 쓸모도 없는 걸 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은 내가 너무나도 정상적인 '서민'이기 때문이었으리라.
Kang 의 자이언트 골드 링을 뒤로 하고 더 안으로 들어가면 비로소 뭔가 눈이 부신 느낌이다. 목걸이, 팔찌, 벨트... 황금빛 찬란한 녀석들이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노리며 힘껏 노려보기도 하고 방긋 웃어보이기도 한다.
목걸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한참은 부족할 것만 같은... '몸걸이'라는 이름을 따로 붙여줘야 할 것처럼 보이는 대단히 묵직하고 큰 장신구들이 놓여 있는 진열장 옆에 그것을 온 몸에 휘감고 있는 아랍 의상을 입은 여자 마네킹을 보니 뭔가 참 아이러니하다. 드러낼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과시하고 싶은 욕망은 끝내 감출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지붕이 없고, 구불구불 했던 스파이시 수크와는 달리 골드 수크는 잘 정비된 바닥과 단정한 지붕이 덮여 있어 한결 현대화된 느낌이 든다.
시간 여유골드 수크의 메인 로드 옆으로 난 작은 샛길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 작은 골목들에는 금(gold)이 아닌 은(silver)을 판매하는 작은 점포들이 들어서 있다. 질리도록 번쩍이는 금빛에 조금 눈이 피로하다면 조금 더 은은하고 순하게 반짝이는 은을 파는 작은 가게들을 구경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골드 수크를 다 둘러보고 그대로 다시 교차로까지 나와 직진해서 반대편 쪽의 Sikkat Al Khail Street를 걸어가면 다시 아브라를 타는 선착장 쪽으로 가는 일이며, 또한 그 길에는 양탄자 가게들의 구역이다.
가게 앞에는 트럭으로 실어온 양탄자를 가게에 들여 놓기위해 길가에 내려놓는 모습들도 보이고,
가게 유리창 너머로는 세계 최고라 불리는 아라비아의 고급 카펫들을 구경할 수 있다. 값이야 물론 어마무시할 테지만 마음에 드는 카펫이 보인다면 조금 과감하게 거실이나 침실에 깔아 놓을 작은 러그라도 살 용기를 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두바이 올드 수크는 어릴 적 동화로 읽었던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것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라비안 나이트에는 금은보화와 향기로운 향신료, 그리고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양탄자 얘기가 끝도 없이 등장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어린 나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했었다.
두바이 올드 수크는 상상만으로 채웠던 아라비안 나이트가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화와 현실이 만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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