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이기도 하지만, 현대 이전의 삶의 형태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원초적인 사막 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이중적인 매력은 많은 사람들을 두바이로 불러들이고 있고 그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투어들 또한 인기가 높다. 그런 의미에서 사막 투어는 많은 사람들의 두바이 여행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모닝 사막투어, 이브닝 사막투어, 나이트 사막투어 등... 다양한 종류의 사막투어 중에서 나는 오버나이트 사막투어를 다녀왔다. 말 그대로 사막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여행이다.
오후 4시,
나를 포함한 우리 일행을 사막으로 데려갈 드라이버가 약속 시간보다 5분 일찍 우리가 묵는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 왼쪽 가슴에 투어업체의 로고가 새겨진 붉은색 폴로셔츠를 입은 드라이버는 기다리던 우리 앞으로 와서 예약자 이름과 투어명을 확인하자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호텔 앞에 잠시 세워둔 차량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사막을 달리기에 적합한 사륜구동 차량은 우리를 태운채 얼마간 달려 사막 입구의 주차장? 정차장?에서 바퀴의 바람세기를 조절했다. 일반 도로를 달릴 때와 같은 세기의 공기압일 경우 바퀴가 모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바퀴의 압력을 조절한 후에 사막으로 진입해서 얼마간 달리면 키가 큰 소철들이 숲처럼 무성한 장소에서 차를 멈춘다. 이 곳은 오늘 일정의 첫번째 코스인 팔콘 쇼가 열리는 곳이다.
두바이를 비롯한 아라비아 문화권에서 팔콘(매)는 중요한 사냥 수단의 하나였는데, 그 매를 이용한 사냥 방법 등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인다.
코스요리의 전체요리 쯤에 해당하는 팔콘 쇼(매사냥 퍼포먼스)를 마친 후에는 타고 왔던 차량에 몸을 싣고 메인코스 중 하나인 모래언덕 달리기, 이른바 '듄배싱'을 시작한다.
깨끗하게 관리된 '레드 듄 데저트(Red Dune Desert)'의 모래언덕을 달리는 듄배싱은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스릴을 맛보게 된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막의 풍경이 광대하게 펼쳐지고 그 풍경들이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간다. 구불구불한 모래 언덕을 속도를 붙여 오르내리면서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붉은 사막의 모래들을 유쾌하게 만끽하는 시간이다.
사륜구동 자동차로 박력 넘치는 사막을 즐기고 나면 한가롭고 고즈넉한 고대의 사막을 만나게 된다.
듄배싱을 마치고 돌아가는 지점 어디쯤... 하얀색 전통 아라비아 복장으로 성장을 한 남자와 예쁜 안장을 갖춘 낙타가 사막 한가운데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머리 위의 뜨거운 해가 조금씩 지평선 쪽으로 물러나는 시간이어서 사막은 이글거림보다는 고요함을 품기 시작했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낙타의 등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참 은은한 아름다움을 풍긴다.
낙타는 일반적인 네발 동물과는 달리 길다란 뒷다리에 관절이 하나 더 있다. 때문에 이녀석이 일어설 때나 앉을 때의 그 순간적인 치솟음과 꺼져내림에 익숙하지 않아 녀석의 등 위에 얹혀진 나는 한순간 악!하고 비명 아닌 비명을 지르기도 했지만, 이 녀석과 함께한 시간에 대한 기억은 전체적으로 '평화로움'이다.
해질녘의 사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고즈넉한 아름다움은 분명 평화로움 그 자체다.
행복한 낙타 트래킹은 오버나이트를 위한 캠프 바로 앞에서 마친다.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주던 낙타지기(?)는 트레킹에 더 할 수 없는 만족감을 드러내는 나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주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는 순한 눈을 껌뻑이는 낙타를 데리고 유유히 멀어졌다.
그렇게 낙타를 보내고 나니 그 옆에서 잠자코 나를 기다리던 버틀러가 캠프 입구에서 데이츠(대추야자)와 그것으로 만든 따뜻한 차를 나에게 내어준다. 사막을 여행하느라 조금 지친 듯한 몸에 달콤한 열량이 보충된다.
캠프 안으로 들어서면 붉은 양탄자가 깔린 아랍식 저녁식사 테이블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 대략 10동의 텐트들이 설치 되어 있다. 이 곳이 오늘 밤을 보낼 보금자리다. 텐트에 간단히 챙겨온 짐을 풀고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니 침대와 간단한 가구 그리고 천정에 렌턴이 달려 있다. 도시의 밤과는 너무나 다른... 그런 밤이 될 것이 기대된다.
텐트 앞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맥주를 비롯한 여러가지 주류와 쿠키 등 간단한 간식거리가 제공된다. 저녁식사를 하기 전, 일행들과 오늘 있었던 사막에서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가로등 없는 사막의 밤은 빠르게 깊어간다. 야생의 어둠을 밝혀 주는 횟불들이 점점 더 또렷하고 밝게 타오른다.
드디어 테이블에 식사가 차려졌다. 오후 내내 사막을 즐기느라 즐거운 허기를 느끼던 나는 게걸스럽게도 음식들을 먹어치웠다. 샤프란으로 물들인 노란색 쌀밥과 양고기, 닭고기, 구운 생선과 샐러드 그리고 쿠부스(아랍식 빵)과 그것을 찍어 먹는 아랍식 소스들...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양껏 배를 채우고 나니 사위는 한층 더 어둡다. 아니 어둡다기 보다 까맣다. 저녁식사 테이블 바로 옆에 소파처럼 자리가 마련된 곳으로 옮겨 이번에는 시샤(물담배)를 피우며 다시 한 번 맥주와 와인을 홀짝였다. 바로 앞에서는 나와 오늘의 여행을 내내 함께해 준 드라이버가 모닥불을 피워준다. 진정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밤이다.
동행과 온갖 잡담을 나누면서 싸늘한 사막의 밤을 내맘대로 즐겼다. 한낮의 그 무지막지한 사막과는 너무나도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사막의 밤! 절대적인 적막함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 소리만이 주변을 살짝씩 흔들어 깨우고 있었고 하늘의 별들까지도 우리와 함께 웃는 것만 같은 동화같은 밤이 한없이 깊어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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