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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나트립 Feb 27. 2019

[아부다비여행] 예술품을 품은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

아부다비에 루브르 박물관이 있다.

맞다. 파리에 있는 그 루브르와 같은 이름이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첫 해외 분관이다.


박물관 건물은 빛의 건축가라 불리는 '장 누벨'이 디자인 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경력으로 유명하지만 파리의 아랍문화원, 베를린의 갤러리 라파예트 그리고 서울의 리움미술관 등...발상과 디자인이 아름답기로 명성이 높은 세계의 건축물을 다수 디자인 것으로 실은 더 유명하다.


그가 '빛의 예술가'로 불리는 이유를 아직 모른다면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루브르 아부다비 - 첫인상

멀리서 바라볼 때부터 느낌이 뭔가 다르다.

아부다비의 현대식 건물은 높은 직선형이 대부분인데, 루브르 아부다비의 첫 인상은 둥글다.

박물관의 지붕이 경사가 급하지 않은 둥근 곡선형태인 탓이다. 이슬람 문화권에 위치한 박물관임을 은근히 티내려는 것 같은 돔 형태의 지붕은 그 기울기가 완만하고 부드러운데 세련미까지 갖추고 있다.

재질은 뜻밖에도 금속이다. 스테인레스 스틸, 알미늄, 철 등이 쓰였다. 쇳덩어리가 연출해내는 반전 매력이 상당하다.

박물관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 전,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임을 알려주는 커다른 글씨 아래는 많은 사람들이 기념 사진을 찍는 포토스팟이다.


#루브르 아부다비 - 안으로 들어서다

티켓은 63디르함. (약 20,000원)

박물관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 그런데 이미 그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개관한지 1년 남짓된 아부다비의 새로운 핫플레이스여서일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느라 꽤나 시간이 지체된다. 갑자기 잡힌 일정이어서 예약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실내는 외관의 벽면과 마찬가지로 화이트톤으로 느낌이 밝고 모던하다.

추가비용을 내면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아직 한국어 서비스는 없다.


#루브르 아부다비 - 전시장

전시장은 특별전시관까지 총 13개의 구역으로 나뉘에 있다.

박물관에 미치된 지도를 가지고 위치를 파악해가며 관람하면 편리하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라고 일컬어지는 지역들의 고대 문명 유물이 전시 되어 있는 The First Village와 The First Great Power 전시장이 시작이다. 아부다비에 있는 박물관답게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중동지역) 유물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후로 문명과 제국(Civilisations and Empires), 아시아 교역로(Asian Trade Route), 지중해에서 대서양까지(from the Mediterranean to the Atlantic)... 등등의 전시장들을 둘러보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 시리아, 이란 등지의 유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 이 곳이 중동 땅임을 상기시켜 주고 있지만, 인류의 문명과 역사를 이야기 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그리스, 로마, 인도, 중국의 그것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학교 또는 그 비슷한 곳에서 단체관람을 온 어린 학생들이 전시물 주변에 얌전히 앉아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초롱한 눈망울들이 참 예쁘다.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이 그렇듯 루브르 아부다비도 전시물들을 일일이 꼼꼼히 감상하려면 하루가 부족하다.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라면 어쩔 수 없이 임팩트 있는 전시물들을 골라서 보는 수 밖에는 없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조각상과 미라를 감싸고 있던 관과 내장품,

중고생 학습지 표지로 자주 등장하는 말 위의 나폴레옹 초상 등등...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 그런 것일 게다.


하지만 그런 것들 외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지그시 바라봐도 좋을 것들에게도 눈길을 보내보면 어떨까?

고대의 인디아 문명지에서 출토된 부처의 두상도 그런 것 중 하나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간다라 미술'이라는 용어와 함께 수 없이 등장했던 바로 그 불상이다.

간다라 미술은 실크로드 무역의 영향으로 그리스의 조각 예술과 인도의 문화가 만나 이룬 동서양의 혼합된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래서 부처의 얼굴은 마치 그리스 아폴로 신의 그것처럼 보인다.

로마제국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흉상에서는 황제가 지고 있는 무거운 책임감과 고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에게 어쩌면 가장 인상적인 전시물인 고려청자.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유일하게 만난 한국 유물이다. 작품의 용도는 꽃을 꽂는 화병(Bottle with floral decoration)으로 소개 되어 있고 역사적, 지리적 출처를 Koryo dynasty(고려 왕조), Korea, A.D 1100-1300 으로 정확히 쓰여 있다.


즐비한 중국의 유물, 적지 않은 일본 유물, 간간이 보이는 필리핀, 태국, 베트남의 유물들 보다도 적은... 딱 한 점이 이 곳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국의 역사와 예술을 알리고 있다.

 

역사적인 유물 중심의 전시장을 지나 미술작품이 전시된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 친근한 이름들어 더 많이 눈에 띈다.

인상주의 화풍의 창시자로 알려진 에두아르 마네와 끌로드 모네!

이 두 사람은 이름도 비슷하며 살아온 시대도 거의 겹친다. 마네가 모네보다 8년 연상이며 모네는 마네를 롤모델 혹은 큰형님처럼 여기며 따랐다고 한다. 한 공간에 이 두 사람의 작품이 나란히 걸린 것을 감상하는 느낌은 생각보다 즐겁다.

너무나 유명해서 다른 말이 필요없는 화가, 고흐.

그의 그림도 있다. The Ballroom at Arles.

고흐 특유의 열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 그의 그림 중 참 독특한 관점으로 그려진 그림이지만 고흐만이 지닌 색채감이 살아있다.


그러고 보니... 빛을 색채의 원천이라 여겼던 인상주의 화가들과 누구보다 빛이 지닌 에너지에 심취했던 화가 고흐.

루브르 아부다비를 설계한 장 누벨의 별명도 빛의 건축가.

빛을 모티브로 하는 이 장소에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살짝 스친다.

우리나라 조각보를 연상시키는 몬드리안의 큐비즘 추상화와, 입체파의 거장 피카소의 그림들도 눈길을 끈다.


중,고교 시절 교과서로 익숙하게 접했던 예술가들의 이름과 작품들을 직접 접하고 감상하는 일은 대부분 유럽을 여행할 때에나 느낄 수 있었던 즐거움이었는데, 아부다비 여행에서도 그 못지 않은 예술적 감수성이 채워진다.


#루브르 아부다비 - 공간(플라자)

실내의 모든 전시장을 둘러본 후에 플라자로 나오면 산들바람과 함께 지붕을 비집고 들어오는 온순한 빛에 기분이 가벼워진다.

분명, 건물 밖으로 나왔으니 실외이긴 한데... 지붕이 얹혀진 덕에 반쯤은 실내인 것 같기도 하다.

감아 놓은 실타래처럼 여러 층의 선들이 겹쳐진 철제 지붕은 불규칙한 사이사이로 빛을 들여보내지만 강렬하지는 않다.

사막에 한낮은 잔인하리만치 뜨거운 법인데 이 박물관 지붕에서 1차로 걸러진 후 쏟아지는 빛은 부드럽고 여리고 순하다. 기가 막힌 공간 구성이다.

이 플라자의 풍경이 박물관 지붕과 함께 루브르 아부다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자칫 딱딱하고 밋밋했을 박물관이 이처럼 유려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니...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은 건물 그 자체로 이미 작품이다.

박물관 카페에서는 페르시아 만으로 통하는 바다와 바로 맞닿은 아부다비의 근사한 경치를 감상하며 내내 서서 작품들을 감상하느라 뻐근해진 다리를 쉬어 주기에 적당하다.


진귀하고 신기한 유물을 통해 과거 찬란했던 페르시아 문명을 떠올려 보는 시간은 참 괜찮은 경험이다.

루브르 아부다비를 나서며 바라보이는 현재의 오일 강국 아부다비가 조금은 달라져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운영시간

화/수/토/일 10:00 am - 08:00 pm
목/금 10:00 am - 10: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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