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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나트립 Feb 28. 2019

[두바이여행] 두바이 사막 밤소풍을 가다

두바이 사막 나이트 사파리 투어 / 리뷰

두바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해 볼만한 것들을 리스트업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빼 놓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사막투어다.

그 만큼 두바이 여행에서 사막투어의 비중은 꽤 큰 편이다.

사막이라는 땅 자체를 처음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것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 등등이 사람들을 두바이의 사막으로 이끄는 것이다.


조금 색다른 사막투어를 다녀왔다.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과 함께 여러 대의 차에 나눠 탄 후에, 모래 언덕을 빠르게 달리고, 캠프에서 디너를 먹으며 밸리댄스를 보는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막 말고...


두바이 나이트 사막 사파리!

해가 완전히 사라진 캄캄한 사막의 밤을 즐기는 투어다.

호텔로 나를 데리러 온 픽업 차량은 약속대로 오후 5시 10분에 도착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고, 2시간 정도를 더 달려서 사막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캄캄해져 있었다.

두바이 사막보호 구역(Dubai Desert Conservation Reserve)라는 입구의 글귀가 조명을 받아 선명하다.

극소수 허가 받은 업체의 차량만 출입이 가능한 일종의 통제구역이다. 나이트 사파리를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막의 모래 위에서 잘 달릴 수 있도록 차를 잠시 멈추고 바퀴의 바람을 조절한 후에 곧바로 사막으로 들어섰다.

낮과는 달리 사막은 기온도 분위기도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차창을 내리고 가이드가 건네 준 성능 좋은 랜턴을 비추며 어두운 바깥을 응시하는 기분은 묘하다.

그러다 만나게 되는 야생동물은 살짝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조용히 사막의 풀을 뜯거나 작은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가젤이나 오릭스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들의 편안한 휴식을 방해하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려는 찰나, 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가 말한다. 녀석들을 향한 플래시는 최대한 짧게 그리고 그들로부터 조금 비껴서 비추라고. 그렇게 우리는 녀석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다.


꽤 여러 차례 귀여운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고 잠시 차를 멈추고 그들의 나이트 라이프(?)를 슬쩍 훔쳐 보기도 했다.

차는 다시 조용히 달렸고 한 지점에 이르러 가이드와 드라이버 그리고 나는 모두 차에서 내렸다. 사막 안으로 걸어가는 길, 랜턴을 들지 않았음에도 사물이 분간되는 것이 참 신기했다. 도시의 불빛도 없고 사방이 캄캄한데 단지 달빛과 별빛에 의지해 사막을 걷는 느낌이란...


간간이 작은 불빛을 비추면서 가이드가 열심히 땅을 보며 걷고 있었다. 무언가를 찾는 듯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찾는 것은 전갈이었다. 전갈은 몸통이 야광이어서 형광빛을 비추면 그것이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그가 비춘 작은 불빛이 형광 램프였던 것.


그런데 나는 솔직히 전갈이 있건 없건 이미 큰 상관이 없었다. 어둡지만 어둡지 않은 이 느낌이 너무 좋고, 아무도 없는 이 텅 빈 공간에 내가 있다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공기는 촉촉했고, 신선했고, 기분은 자유로웠다. 동물들을 놀래키지만 않는다면 이리저리 마구마구 뛰어다니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다. 마른 나무뿌리 아래에서 마침내 그가 전갈을 찾았고, 이 곳의 분위기에 심취해 있던 나는 설레임을 안고 그것을 바라보았지만 성능이 좋지 않은 내 카메라에 그것을 담지는 못했다. 작은 카메라에 그 녀석을 담아내기에 그 곳의 빛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이미 내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전갈과의 짜릿한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얼마를 더 달렸을까? 캄캄하던 시야에 작은 불빛이 보인다. 나를 위한 곳이다.

하얀색 천으로 된 케노피 아래로 붉은 카펫과 아랍식 테이블이 놓여 있고 테이블 위에는 램프가 켜져 있다. 그 옆으로는 작은 조리대가 있고, 케노피와 그 주변을 밝히는 여러 개의 등이 꽤나 그럴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나를 위해 누군가가 사막 한 가운데에 이런 세팅을 해 두었다니...

한밤중에 이런 사막 한가운데에 이렇게 로맨틱하고 기분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걸 생각해 본 적 없던 나는 이 순간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드라이버는 조리 테이블로 가더니 갑자기 요리사가 된다. 따뜻하게 준비해 둔 몇가지 아랍식 핑거푸드와 스낵, 차를 정성스럽게 세팅해서 내게 가져다 준다.  적당히 출출하던 나는 간단한 간식에도 기분이 매우 좋다. 사막의 별빛을 바라보며 마시는 홍차 한잔에 마음까지 따스해진다.


가이드와 드라이버 그리고 나... 셋만이 이 조용한 공간에서 작은 소음을 일으키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주변을 맨발로 걸으며 한밤의 사막을 산책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덤으로 주어진 시간처럼 한가롭고 평화롭다.

내가 그렇게 맨발로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동안, 가이드와 드라이버도 사막의 별빛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이 곳이 처음이 아닐텐데 사막의 별빛은 그런 그들에게도 아름다운가 보다.

갑자기 드라이버와 가이드가 테이블이 세팅된 옆 쪽의 모래 언덕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카펫을 깔고 그 위에 천체망원경을 설치하는 것. 달을 보게 해 주려는 것이다. 커다란 렌즈를 끼우고 촛점을 맞추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애 쓰는 그에게 커피 한 잔을 가져다 주었다. 고맙다며 웃는 얼굴이 어둠 속에서도 환하다.

옆에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며 기다리니 그가 나에게 망원경을 보도록 해 준다. 달의 울퉁불퉁한 표면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인다. 오히려 불과 2시간 거리에 떨어진 화려한 도시의 모습이 더 아득하게 느껴질 만큼 이 곳과 달은 닮은 것처럼 가깝다.

달을 관찰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의 평화로운 사막의 밤소풍 일정은 끝을 맺었다. 돌아오고 싶지 않을 만큼 사막의 밤은 근사했고, 이후로도 그 시간의 잔잔한 감흥이 되살아날 때면 옅은 미소가 내 입가에 머무르곤 했다.


내게 일상은 휴식보다는 임팩트 있는 시간을 살 것을 권하고 있고, 여행에서도 엑센트 있는 일정을 찾아다니기 급급하기도 했다.

한 번 쯤, 내가 평소 서 있기 어려운 낯선 곳에서 그저 소소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보는 일은 무척 의미있다. 그 시간과 공간이 오롯이 나만을 토닥여주는 것 같은 그런...  나도 모르게 치유의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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