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울음뱅이 Jan 16. 2016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악마가 될 수 있단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미생>보다 <송곳>의 시청률이 저조했던 건 시청자를 우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의아했다. 나는 <송곳>을 신나는 마음으로 봤다. 슈트도 방패도 들지 않았지만 구고신과 이수인은 히어로였다. 둘은 신념과 노하우를 적절한 밸런스로 섞어 푸르미에 맞섰다. 선악은 불분명했고, 그래서인지 두 명의 히어로는 적을 제압하지 못했다. 그래서 신났다. 나도 히어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2시간 안에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아도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정반대다. 수남이가 칼을 아무리 잘 써도 전혀 신나지 않다. 적을 무찌를 때마다 더욱 고통스러워져 모니터를 끄고 싶었다. 2시간 안에 별다른 문제 없이도 악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자마자 바로 파일을 지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은 변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