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천국
<시네마천국>은 여러모로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반복이 지겹지 않은 테마음악은 영화의 아련함을 앞장서서 이끌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치는 필름이다. 그것도 잘라낸 필름들. 예전부터 TV 명화극장의 오프닝엔 키스신을 이어붙인 장면들이 쭉 나오곤 했다. 난 그걸 보면서, 명작영화들의 키스신만 따로 잘라내 편집한 거라 생각했지, 그게 한 편의 영화 속 장면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그런데 영화 초반부에 검열관이 호루라기를 불어 키스신을 잘라내는데, 그 순간 바로 그 오프닝 장면이 떠오르면서 감동이 밀려왔다. 잘라낸 것들을 모은 것이겠구나, 버릴 것들을 버리지 않고 이어서 '명화극장'의 오프닝이 될 만큼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었겠구나. 게다가 그 '버릴 것들'의 모음은 두 인물의 연결고리 역할을 너무나도 훌륭히 해낸다.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됐다. 두 인물의 히스토리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버릴 것을 버리지 않고 모았고, 그건 수십 년이 지난 후에 그 무엇보다 멋진 선물이 된다. 이 아이디어만으로 영화는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