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한동안 인생은 ‘얻기 위한 시간’인 것처럼 보인다. 일단 태어나면서 이름과 가족을 얻는다. 근육이 단단하게 자리 잡는 동안 여러 번 넘어지며 지혜를 함께 배운다.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중 몇몇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가 된다. 그러나 삶에는 반드시 ‘잃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한 번 잃은 것을 되찾는 것은 대개 불가능하기에 며칠 밤을 자책하고 후회하다 결국은 그런 자신을 받아들인다. 그제야 우리는 한 뼘 자란다. 그래서 모든 성장은 비극이다.
주인공 아미르를 낳으며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바바)는 아들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대신 그의 곁에는 항상 하산이 있었다. 하인 신분의 하산은 아미르를 ‘도련님’이라 불렀지만 같은 젖을 먹고 자란 둘은 친구처럼 지냈다. 아미르는 하산에게 책을 읽어 줬고 하산은 아미르의 연을 쫓아 달렸다. 하지만 둘은 1975년 겨울에 일어난 가슴 아픈 일 이후, 서로를 잃게 된다. 아미르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하산은 그런 친구를 그리워하며 성인이 된다.
『연을 쫓는 아이』는 비극이다. 그럼에도 읽으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건 아미르가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 앞에서 예전처럼 망설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미르는 다시 한 번 많은 것을 잃지만 덕분에 한 사람의 ‘얻기 위한 시간’이 무사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