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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울음뱅이 Sep 27. 2017

아름답지 않은 밤이에요

10cm의 'Help'

지금껏 여러 명의 룸메이트와 같은 방을 썼다. 나의 잠버릇에 대한 그들의 증언은 일치했다. “넌 뒤통수만 닿으면 자더라.” 영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30년 가까이 살면서 ‘불면증’이란 단어는 그 사전적 의미만 알았지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조금 심난한 날엔 누워서 10cm의 ‘Good night’ 같은 노래를 듣거나, 오늘 하루와 내일 하루에 대해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러니 매사에 걱정 많은 엄마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하소연해도 그 심각성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이 정도 한 게 어딘데?’와 ‘나 하나쯤이야!’로 요약되는 뻔뻔함으로 모든 걱정 근심을 무찔러온 나로서는, 조용하고 깜깜한 밤에 딱히 못 잘 이유가 없었다. 

새벽 3~4시까지 잠 못 드는 밤이 늘어난 건 지난해쯤부터였다. ‘언니네 이발관’ 전집 재생이 끝나고, 십 몇 년 전과 몇 십 년 후의 일에 대해 반성하고 걱정하는 동안 눈은 더 말똥말똥해졌다. 불면증을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엄마가 커피를 안 마시는구나. ‘난 왜 이 정도밖에 안 되지?’와 ‘내가 다 망쳤어!’로 요약되는 스트레스가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돌아다니며 괴롭혀서다. 당황스러웠다. 온갖 ‘마음의 문제’를 혼자서 정신승리로 해결해왔는데, 그게 통하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으니까. 그렇게 멍한 채로 맞는 새벽은 답답하고, 또 피곤했다. 


‘HELP’는 10cm의 새 앨범 <4.0>에 수록된 곡이다. 좋은 노래 가사가 대부분 그렇듯, 내 얘기 같아서 울컥한다. ‘내게 엉켜있는 문제들을 말하기 싫지만/ 나는 너무도 지쳐 있지 (…) 하루 종일 했던 거지같은 말과 죽을 만큼 바보 같은 짓들 (…) 다들 나와 같은 모습인데 참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나만 못된 사람인 걸까’ 오늘 낮에 하지 못한, 내일 낮에도 하지 못할 얘기들. 혼자 남은 밤에라도 쏟아내야 하지 않을까. ‘Good night’을 부르던 권정열의 목소리가 이젠 나의 ‘Bad night’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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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약을 먹고 누워야 잠이 들 수 있을까 사실 알고 있지만 좀 불안해 내게 엉켜있는 문제들을 말하기 싫지만 나는 너무도 지쳐 있지 나를 괴롭히길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이 있지 않을까 가끔은 도망치지만 그 속에 숨기도 했지만 나는 결말을 알고 있지

하루 종일 했던 거지같은 말과죽을 만큼 바보 같은 짓들에갇혀 있는 나를 누가 대신 꺼낼 수 없을까오늘밤이 가기 전에 Help somebody help Somebody help Somebody help me please tonight Somebody help Somebody help Somebody help me please tonight

다들 나와 같은 모습인데 참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나만 못된 사람인 걸까 가끔은 꿈을 꾸지만 그 속을 날기도 했지만 나는 결말을 알고 있지 하루 종일 했던 거지같은 말과 죽을 만큼 바보 같은 짓들에 갇혀 있는 나를 누가 대신 꺼낼 수 없을까 오늘밤이 가기 전에

Help somebody help Somebody help Somebody help me please tonight Somebody help Somebody help Somebody help me please tonight 

이제 다시 아침이 오면난 일어날 수 있을까 Somebody help 변하길 바란 모든 것들이 여전히 그대로 일까 Somebody help 이제 다시 아침이 오면 난 일어날 수 있을까 Somebody help 변하길 바란 모든 것들이 여전히 그대로 일까 Somebody help 이제 다시 아침이 오면 난 일어나야 하는데 Somebody help 변하지 않을 모든 것들이 나는 자신이 없는데 Somebody help Somebody he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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