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글이 있어도 쓸 수 없다
부끄럽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가사가 여러 번 반복되는 노래를 며칠 전에야 알게 됐다. 노래를 많이 아는 걸 자랑스러워할 수야 있는 일인데 노래 한 곡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건 없다. 다만 그 노래를 있게 한 사건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부끄럽다.
그래서 이 노래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가사만 반복해 읽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이 노래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길게도 쓰고 짧게도 쓰고. 소설로도 쓰고 시로도 쓰고. 에세이로도 쓰고 편지로도 쓰고. 근데 쓸 수가 없다. 쓸 수는 있는데 쓸 필요가 없다. 그 글이 내가 일하는 잡지사의 잡지에 실릴 곳이 없다. 이런 일이 부쩍 많아졌다.
이 글 대신 여기에 쓸 수도 있고 sns에 뽐내듯 쓸 수도 있다. 그럴 수가 없다. 주중엔 내 월급에 상응하는 글을 써야 하고 그러고 나면 주말엔 내 욕구에 상응하는 시간들을 보내야 한다. 글이라고는 한글자도 쓰기 싫은 시간들. 시간 아까워할 필요없이 쓰고 싶은 게 떠올랐을 때 그냥 그걸 쓰면 되는 인생을 살고 싶다. 힘이 없다 지금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똑똑한 걸 큰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자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가사다. 빛은 너무 멀리에 있어서 작은 점으로 겨우 소식을 알리는 정도다. 거짓된 사람들이 뭐가 거짓이고 뭐가 참인지 판단한다. 진실은 그날 침몰했다.
그걸 알면서도 이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외우는 사람들이 있다. 힘들 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뉴스를 분석하고 앞날을 예측하는 대신 이제서야 이 노래 가사 몇 줄 외우는 걸 큰 자랑으로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