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당기는 밤

내 인생의 한 문장 조차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나운 밤이 있다.

by 남다름

펼쳐놓은 책은 공백으로 가득하다. 어느 수험생의 문제집처럼 유난히 앞 페이지만 새까맣다. 이 책을 소개하자면 그건 바로 내 인생을 수놓은 자서전이다. 마음 한 자락에 적어놓은 혐오로 가득한 가시덩굴이 어느 알 수 없는 부분을 찌르고 사라진다.


나는 평생 내 인생의 한 문장조차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밤이다. 누군갈 그리워하는 날 붙잡고 혼쭐을 내고 슬퍼할 것만 같은 밤이다. 나는 평생을 허덕였다. 나는 너무도 많은 갈증을 느꼈다. 그럼에도 끝내 텁텁한 목구멍을 채울 수 없다. 내 우물은 평생 바닥을 찰박일 만큼, 딱 그만큼만 차오른 상태로 목 언저리를 간지럽힐 것만 같은 밤이다.


난 너무도 많은 그리움을 짊어지고 이 밤을 견뎌내야만 한다. 갈증은 끝이 없고, 우물은 터무니없이 깊어만 간다. 끝내 내 인생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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