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한 달에 며칠이나 같이 있을까
남편 잘 못 만나지 않아?
외롭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이 질문을 한다. 모르시는 말씀!
남편은 한 달에 평균 9일에서 12일 정도를 쉬는데(법적으로 최소 9일의 휴일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한다), 보통 직장인들이 8일을 쉰다고 가정했을 때 그들보다 많이 쉬는 셈이다. 이 9일은 순수하게 쉬는 날만을 말한 것이고, 저녁 비행을 갈 때도 많다. 예를 들어 저녁 11시 출발 비행이라 한다면, 약 2시간 반 전인 8시 반까지만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7시 30분 정도에 출발하면 된다(최근에 대한항공이 터미널 2로 이전했기 때문에 10분 정도 일찍 나가는 것 같긴 하다). 반대로 이른 새벽에 도착하는 때에는 집에 도착해 자고 일어나도 한낮이다. 이렇게 저녁 출발 비행이거나, 아침에 한국에 도착을 하게 되면 하루를 버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웬만한 직장인 부부들이 만나는 만큼 만난다. 물론 짧게는 하루 만에도 돌아오고, 길게는 14박 15일을 집을 비울 때도 있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만큼 더 애틋해 남편이 한국 오는 날이면 서로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누가 보면 몇 년만에 만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떨어져 있을 때는 각자의 시간이다. 사실 이 시간도 나쁘지만은 않다. 남편은 남편대로 해외에서 책도 읽고, 여행도 다니고 게임도 한다. 나는 나대로 친구들도 만나고 글도 쓴다. 나는 이 시간이 개인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있을 때는 같이 있는 대로, 떨어져 있으면 떨어져 있는 대로 즐겁다. 또 요즈음은 영상통화가 어딜 가든 잘 되니 하루에 한 번은 꼭 통화하고, 메신저로 대화하니 남편이 마치 해외가 아니라 부산쯤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다른 부부들처럼 매일 볼 수 없으니, 같이 있는 날 에는 웬만하면 함께 시간을 보내고 떨어져 있을 때도 서로의 사진을 보낸다.
이렇게 '쿨하게' 말하지만 사실 14박 15일은 너무 길다. 남편이 보고 싶어 전화할 때 펑펑 운 적도 많다. 그래도 요즘은 익숙해져 4박 5일 비행까지는 울지 않고 씩씩하게 버틴다. 같은 나라에 있지 않아도 같은 한국 땅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해 주는 남편 덕분이다. 오빠, 고마워!
그리고 혹시 대한항공의 운항 스케줄을 짜는 스케줄러님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과연) 부탁 하나만 드리고 싶다.
욕심부리지 않을게요. 저희 남편 14박 15일 스케줄 1년에 딱 한 번만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아직 신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