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월 초의 어느 밤. 방에 난 작은 창으로 가을이 스르르 넘어왔다. 남자는 자신에게 스물아홉 번째임이 분명한 가을이 실은 생에 처음으로 겪는 계절. 즉, '단 한 번뿐일 서기 2018년의 가을'이라는 당연하고도 말장난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보다 2년 일찍 태어난 가을 노래를 들으며, 단 한 사람을 생각하며 보낸 그 휴일의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간절함이 불현듯 찾아왔다.
읽던 책을 탁 소리 나게 덮고선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은 대체로 공평한 편이라고, 남자는 항상 생각했다. 좋든 싫든 시간은 항상 느리게 가는 편이라고. 사람들이 봄이 짧다 불평할 때도 '이만하면 됐지, 일 년 365일 중 소풍 가기 좋은 날이 이 정도 있으면 된 거지'라며 시간의 입장을 대변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밤엔 글쎄, 시간이 눈 깜빡할 새 새벽으로 내달리는 느낌이었다.
책상 밑 어딘가, 옷장 속 어딘가 숨어 있는 시간이란 녀석은 남자가 빈틈을 보이면 창문 밖으로 휙 하고 뛰쳐나가버릴 것이다. 남자가 꽁꽁 숨겨놓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낚아채 도망가버릴 것이다. 그러기 전에 그는 서둘러 공책에 한 줄 마음을 급하게 휘갈겼다. 행여 늦장 피우면 이 마음을 통째로 잊을지 모른다. 잊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거창하게, 웅변 혹은 선언하듯 펜 잡은 손에 잔뜩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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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거라곤 이 마음, 내 사랑뿐이요
받을 것은 그대가 흘린 행복의 부스러기
그것으로 충분한 남자의 인생은
내일이면 사라질지 모를 당신의 이름을
애타가 부르다 부르다 잠드는 밤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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