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긴 망설임 끝에 빼빼로를 사자, 마음먹고 제과점으로 향한 시각은 저녁. 아니 이미 밤에 가까워있었다. 포장이 예쁜 선물세트를 구경하고 있자니, 여자친구 주시게요? 점원이 내게 물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그이를 향한 내 감정이 호감인지 호기심인지가 분명치 않아서, 난 대답을 얼버무렸고 이내 어색한 웃음만 지어 보이며 그곳을 나와버렸다.
외출을 한 김에.라는 생각으로 발길 가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아는 길을 지나 모르는 길을 거쳐 다시 아는 길로 돌아오면서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여전히 망설였는데, 곧 나도 모르게 집 근처 마트에 진열된 빼빼로 코너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하트모양의 선물상자, 화려하게 꾸민 과자바구니, 한아름에도 버거울 커다란 빼빼로를 보면서 내 마음은 저렇게 생기지 않았어, 생각했다.
그때까지도 갈팡질팡. 그이에게 마음을 표현할지 말지, 표현한다면 어떤 걸 줘야 할지, 좀처럼 정하지 못했다. 구경할 것도 없는 늦은 밤의 마트를 하릴없이 몇 바퀴씩 돌면서 여전히 갈팡질팡. 결국 손에 쥔 것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종이갑에 담긴 흔하디 흔한 빼빼로였다.
<11월 11일>
자연스럽게 만날 구실을 만들기 위해 억지 이유를 만들어 메시지를 보냈다. 뻔한 답변이 돌아올 것이 분명한 뻔한 질문을 나는 던졌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얼굴을 마주할 때면 싱긋 눈웃음이 예뻐서 입술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이 빼빼로데이라고, 무심한 듯 슬쩍 건네며 이거 드세요, 한마디 하는 게 쉽지 않다. 결국 전하지 못한 빼빼로는 종이가방에 그대로다. 내일, 어쩌면 다음 주엔 건넬 수 있을까?
<11월 12일>
빼빼로를 건네려는데 역시나 입술이 굳게 닫힌다. 주고자 한 것을 제때 못주는 마음, 간직하는 마음, 선뜻 그러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을까? 혹 알고 있다면, 부디 이 마음을 어여삐 여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