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념 Jul 17. 2023

아름다움에 관하여

3주년 기념일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을 전부 묘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

작가라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달필이라 불리는 이들조차 묘사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묘사되지 못했을 뿐, 분명히 존재했고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2020년 3월 3일 화요일, 여느 때처럼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던 중에 문득 한 사람의 얼굴에 시선이 멈췄다.

'첫눈에 반한다'는 상투적인 말을 실감한 그때가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지만 난 아직도 그때 보았던 광경과 느낌을 글로 표현하지 못했다.


내일은 그녀와의 3주년 기념일이다. 처음 그녀를 본 순간을 글로 표현해 선물하고 싶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결국 내가 준비한 건 짧은 편지와 정성 들여 만든 도시락이 전부다.

그마저도 편지에 '사랑한다'는 말은 쓰지 못했다.

언젠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을, 그 아름다움을 글로 그릴 수 있는 때가 오면, 그 땐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순간이 있었다.'

오늘 내가 쓴 것은 고작 이 한 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피천득에 대하여, 혹은 작가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