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근무 시간, 할아버지는 침대가 들썩일 정도로 드르렁거리며 코 고는 소리가 요란하다. 몸을가볍게 흔들었더니 옆으로 돌아눕는 그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복도 긴 의자에 앉아서 졸린 눈을 부비며 읽던 책장을 넘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용히 하라고. 도대체 어떤 새끼가 시끄럽게 코 고는 거야. 밖에 나가서 자라고.” 할아버지가 짜증스럽게 소리친다.
방금 전에 방안이 들썩일 정도로 시끄럽게 코 골던 할아버지 방에서 환자답지 않게 큰 소리가 쩌렁 울린다. 그는 자다 말고 일어나 침대에 앉아서 세상 모르고 코고는 옆 침대 환자를 짜증 스럽게 바라본다. 할아버지 곁에 가서 조용히 하라고 말하자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 못 자겠다고 불평한다. “방금 전에 어르신은 더 크게 코 골았어요. 본인이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코 골고 자면서 자신은 코 곤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예요”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혹시 잘못 보고 말하는 거지요? 나는 코골지 않아요.” 잠결에 심한 코골이를 하면서도 자신은 코 곤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다.
아직도 심심하면 지나가다 살짝 들르듯이 코로나환자가 생긴다. 바로 옆방 할아버지방에 환자가 생겨서 코로나 양성판정받은 환자는 격리실로 보내고 그 방에 당직자 외에는 못 들어간다. 야간 근무 때는 마주 보는 방까지 두 방을 같이 보는데 감염우려 때문에 환자가 생긴 방은 특별방으로 분류한다. 내가 당직자지만 그 방 출입이 제한 되고 정해진 당직자만 출입이 가능하다. 밤에 특별방 근무하는 당직자가 와서 할아버지 기저귀 몇 시에 갈아주는지 물어본다. 새벽 1시에 기저귀 교체하면 된다고 했더니 알았다며 나갔다. 특별방을 맡은 야간당직자는 할아버지 기저귀 갈러 들어갔다가 밤에 봉변을 당했단다. 기저귀를 교체하려고 하자 눈을 뜬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당직자 손에 든 기저귀를 뺏어서 당직자 얼굴로 던졌다. 놀란 쪽은 당직자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기저귀를 교체할 때는 “어르신 기저귀 바꿔 드릴게요.”
말을 하고 기저귀 케어를 해야 하는데 덩치가 산만큼 큰 여자가 아무 말 없이 자기를 내려다본다고 놀란 할아버지가 돌발행동을 한 것이다. 환자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상태에서 일하다 생긴 일이다. 한 번도 케어하지 않은 방에 들어가서 캄캄한 곳에서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것 때문에 가끔 이런 일이 생기곤 한다.
언젠가 요양원에서 똑같은 일이 한밤중에 일어났었다. 요양보호사 C가 새로 들어왔다. 환자식성이나 생활습성, 질환에 따른 케어방식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야간 근무에 들어왔다. 신입요양보호사는 새벽 1시에 기저귀 케어 하러 방에 들어갔다. “누구얏!” 복도까지 새어 나온 고함소리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하고 소리 나는 방으로 달려갔다. 전등을 켰더니 C가 안절부절 못 하고 서있었다. 침대에 앉아있는 사람은 전직 외교관출신 할아버지였다.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운 분들이 사용하는 방에 와상환자 한 분 침대가 들어가 있었다. 밤에는 그 방에 가서 와상환자 기저귀케어를 하면서 주변분들 깨지 않게 조용히 기저귀를 갈아주고 나오곤 했다. 환자파악을 제대로 못한 C는 아무 말 없이 환자 바지를 잡아 내렸다. 주변분들 잠깰까봐 전등을 켜지않고 더듬거리며 일하다가 와상환자 침대로 잘못 알고 실수를 한 것이다. 곤히 자다가 깜짝 놀란 대사님은 소리를 질렀다. 놀란 것은 대사님뿐 아니라 C도 놀랐다.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다.
그는 소변주머니를 차고 휠체어를 사용해서 이동하곤 했다. 몸에 의료장구를 달았지만 비교적 평화로운 표정을 잃지 않았다. 마주친 교통사고환자 Y를 만나면 그에게 빵이나 과자를 하나씩 주곤 했다. Y는 대사남만 만나면 "빵, 빵" 하며 빵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어린아이 같은 그에게 눈높이를 맞춰 말을 걸며 노는 것을 볼 때는 한나라의 국익을 위해서 총성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외교현장을 누비던 지난날은 잊은 듯하다. 어쩌면 야인으로 돌아온 홀가분한 그의 삶이 뜻밖에 복병을 만났다. 이미 옛날의 영광을 잊은 듯 현실적응을 잘하며 지내고 있었다. 항상 부지런하고 절제 있는 생활이 몸에 배어 있었다. 한밤 중 놀라서 고함친 대사님이나 실수한 요양보호사에게 어쩌다 일어난 작은 사건이다.
특별방 폐쇄가 해제된 후 할아버지는 나를 보더니 한 번도 보지 못한 체격이 남자만큼 커다란 요양사가 한밤중에 침대 옆에 서있는 모습에 놀라서 잠결에 돌발 행동한 것 같은데 왜 아무 말 없이 다른 사람을 보냈냐며 항의 한다. 대사님이나 할아버지나 한밤중에 벌어진 소동은 여러사람이 생활하는 곳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