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상견례

by 샤론의 꽃

시골에 있는 시누이한테 전화가 왔다. 갑자기 어머니께서 몸이 아파 복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으니 빨리 오라는 전화였다. 남편이 급하게 내려갔다가 수술 끝나는 것 보고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 그래도 옆에 사는 시누이가 입원부터 간병까지 책임지고 있어서 마음 놓고 왔다며 급한 일 처리하고 또 내려간다고 하기에 나도 하루시간 내서 남편과 같이 병원을 찾았다. 시어머니는 드르렁거리며 코 골고 자고 계셨다. 시누이는 뭐가 불만스러운지 얼굴이 잔뜩 부어있었다.

“어젯밤에 잠 안 자고 난리 치더니 이제 주무셔요”

말소리에 눈을 뜬 시어머니를 본 시누이가 복수라도 하듯 한마디 던졌다.

“아들 며느리 왔으니까 나를 들볶지 말고 아들한테 퇴원시켜달라고 해요”

시누이가 툭 한마디 던지자 옆 침대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쓰는 듯했다. 아무리 봐도 전날 저녁 모녀간에 싸운 것을 지켜본 모양이다.

“언니, 수술한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퇴원한다고 난리를 쳐요. 퇴원하려면 아들 며느리 오면 하라고 오전 내내 싸웠어요. 어젯밤에도 모기 들어온다고 파리채 휘두르고, 가만히 좀 계시라고 했더니 잠은 안 자고 뿌리는 모기향을 마구 뿌려대는 바람에 옆 침대 환자와 보호자 보기도 미안해서 엄마하고 밤에 한바탕 싸웠어요. 그랬더니 뭐라 한 줄 아세요? 너 없어도 혼자 다 할 수 있다며 집에 가라고 난리를 치지 뭐예요. 가만히 계시면 엄마한테도 좋고 간병하는 나도 마음이 편할 텐데 어젯밤에 싸워서 그런지 오늘은 아침부터 퇴원한다고 염장을 지르잖아요.”

시누이는 연차와 휴가까지 간병하는데 다 쓰고 있었다. 담당 주치의를 만났더니 연세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예후가 좋아서 며칠 더 계시다가 퇴원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휴가 때마다 시골에 계신 시어머니를 찾아뵐 겸 휴가를 시어머니 댁으로 갔었다. 그때마다 시어머니는 옆집에 사는 시누이와 티격태격 잘 싸웠다.

“아무튼 엄마는 못 말려, 사위라면 모두들 어렵게 생각하는 게 상식인데 엄마는 어려워하는 게 없어요, 나한테도 마음에 안 들면 ‘내가 너 의지하고 살고 있지 않으니 내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큰소리친 것 보면 연세 많은 분이 웬만하면 기가 꺾일 만한데 절대로 그러질 않아요.”


화가 난 시누이는 결혼 때의 일을 나에게 얘기했다. 시누이는 결혼 전에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싹싹한 성격에 날씬하고 얼굴도 예뻤다. 여기저기서 중매도 많이 들어오고 직장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결혼 무렵 혼담이 오간 총각이 시아버지 초등학교 동창의 아들이었다. 조금은 아는 집 자녀였지만 부모님은 별로 탐탁잖게 생각했다. 결혼 당사자인 시누이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강행했다.

“더 좋은 조건 다 버리고 왜 그쪽총각하고 결혼하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결혼 날 잡았다는 소식 듣고 전화하자 수화기 너머의 시어머니의 목소리는 불만이 가득해 들렸다. 그 당시 마땅찮은 결혼이라 는 정도로만 알았지 자세한 내용은 몰랐었다.


상견례 장소에서 양가 부모들끼리 만났지만 썩 내키지 않은 자리라 속이 편 할리 없었다. 예비사돈들이라 서로 서먹한 자리였지만 시어머니는 당당했다.

“저어 바깥양반들끼리는 동창이라 서로 알것지만... 아그들은 몇 남매나 돼요?” 시어머니가 안사돈 될 분에게 운을 뗐다.

“지금 장가갈 아들이 장남이고 7남매여도 위로 누나 둘이 시집을 갔어라우”

비록 7남매여도 딸 둘이 결혼했기 때문에 책임질 동생이 많지 않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오메오메 징한거 뭔 아그들을 고로코롬 많이 낳았당가요? 보건소가 멀리 있는것도 아니고 보건소 옆에 산담시롱 많이도 낳았소잉”

보건소 옆에 살면서도 가족계획도 안 하고 야만인처럼 애기만 많이 낳았다는 뜻으로 말했다. 머쓱해진 예비 안사돈은 예비 바깥사돈 앞이라 뭐라 말해야 할지 난감한 표정이었고 애기 많이 낳았던 처지가 죄인 아닌 죄인이 돼 버렸다. 시어머니는 계속 공격할 태세였고 처음부터 체면 따위는 접어버렸다.

궁색해진 예비 안사돈도 시어머니께 대답과 질문을 던졌다.

“어찌고롬 낳다본께 그렇게 돼부렀소, 저어... 그쪽은 몇 남매나 돼요?”

“나는 5남매요”

“그렇게 말한 그쪽도 적게 낳은 것은 아닌디,”

“시방 뭐시라고 했소? 아그들 일곱 낳은 사람이 다섯 낳은 사람한테 할 소리요? 살다 살다 별 요상한 소리 다 들어 보요.”

“아니 그랑께 많이 낳았단 것이 아니고 적은 것은 아니다 그말이랑께요”

“5남매 하고 7남매가 어떻게 같것소? 생각을 해보쇼” 숫자로 계산을 하며 호통 치다시피 했다. 가만히 보니 호락호락 넘어갈 성격은 아닌 것 같고, 예비안사돈의 의도를 알아차린 건지 예비 바깥사돈이 기지를 발휘했다.

“자네가 여식을 참 잘 길렀어, 이렇게 잘 길러서 우리 집으로 보내게 해 줘서 고맙네. 얼굴은 어머니를 빼닮아서 정말 아름답네. 이런 인연으로 만나게 돼서 고맙고 반갑네.”

싸우자고 작정한 듯 한 어머니의 행동에 제동을 걸려고 부부가 맞장구를 쳤다.

“따님이 어머니를 닮아서 참 미인이요. 내가 이렇게 이쁜 며느리를 보게 된 것도 내가 복이 많아서랑께요”

“그쪽은 복이 많아서 복 터진 건지 모르것지만 나는 속 터지겄소, 아무리 내 딸이지만 부모 말에 거슬린 행동할 때는 속에서 천불이 나지라우”


부모의 반대하는 결혼을 고집하는 딸을 두고 내뱉듯 한 말이다. 시어머니의 계산된 일탈행동에 시누이예비 시아버지는 담배만 연신 피워대고 예비 시어머니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예비사돈 앞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바람에 상견례 끝나는 시간까지 이상해진 분위기 속에 시누이가 전전긍긍해야 했다.

딸은 고집을 꺾지 않고 결혼을 강행하고, 시어머니는 썩 내키지 않은 혼인이라 상견례 자리에서 예비 사돈의 자존심을 긁어서 판을 깨려고 한 속셈 이었다. 안사돈 되실 분은 아무리 속을 긁어도 며느리가 마음에 쏙 들어선 지, 아니면 상대의 속내를 일찌감치 파악해선지 시어머니가 쳐놓은 덫을 이리저리 잘 피해 갔다. 시누이는 직장 생활해서 모은 돈으로 아무에게도 도움 받지 않고 결혼준비를 잘하고 있었다. 부모 의사도 반영하지 않고 한 결혼이라고 시어머니는 시누이 마음고생 시켰다고 했다. 모녀간에 줄다리기를 하다가 시누이가 마지막 카드를 내밀었다. 계속 이렇게 나오면 결혼식 날 내가 증발해 버리면 좁은 촌 바닥에서 판 깨진 결혼식에 동네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면 누구 입장이 난처한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어머니께 협박을 해서 어머니가 더 이상 내 결혼에 대해 말 못 하게 했다며 처음으로 어머니의 마음을 꺾었다고 했다.


한바탕 친정어머니 흉을 보던 시누이와 점심을 먹고 병실에 돌아왔더니 천식으로 옆 병실에 입원한 시외삼촌이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누님! 빨리 퇴원해서 집에 가서 일하랑께. 아마 병원비도 엄청나게 많이 나올건디 있을수록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요. 빨리 퇴원해야 돈 버는 거요.” 퇴원하겠다고 난리 친 광경을 봤는지 어머니의 속을 박박 긁고 있었다. 전날도 퇴원하겠다고 난리를 쳤고 동생이 아무리 말려도 먹혀 들어가지 않자 이번에는 아예 맞불을 놓고 있었다.


우리 시어머니 젊었을 때는 늘씬한 키에 미인이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은 강하고 당차지만 장점이 많은 분이다. 그런데도 며느리인 나에게는 유독 부드러운 면이 많았다. 내가 큰며느리인데도 명절 때 못 내려가도 불평 한번 하지 않고 음식을 바리바리 싸서 시동생을 통해서 보내고 어쩌다 명절에 내려가면 명절떡 준비해 놓고 나물 볶아서 그릇그릇 담아놓고 생선까지 구워놓고 기다린 분이다. “어머니 내가 할 일까지 왜 해놨어요?”

“너 내려오면 피곤할 것 같아서 미리 해 놨다. 가서 쉬어라”하시고, 밥 먹고 나면 “너 커피 한잔 마시고 쉬어라. 아비 너는 가서 설거지해라” 하며 아들에게 설거지를 시킨다. 당신 말씀대로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한다는 게 진실인 것 같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누이 남편이 본래 성실하고 인간성이 좋은 데다 결혼을 반대했던 장모님한테 아들 못지않게 잘한다. 아프면 병원으로 모시고 가는 사람도 사위다. 사위의 한결같은 장모 사랑에 어머니 자신도 감동한 걸까? 어지간해서는 콧대 내린 말을 할 분이 아닌데 한 번은 시누이와의 대화 끝에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그때 일을 (상견례) 생각하면 사위 얼굴보기가 겁나게 부끄럽당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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