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났다. 방으로 가봤다. 신 할머니 침대 맡에 쓰레기통이 널브러지고 바닥에 휴지들이 널려있다. 화를 못 참은 박할머니가 신 할머니를 향해 던진 쓰레기통을 보고 신 할머니는 ‘용용 죽겠지’ 하는 표정으로 슬슬 웃고 있었다. 박할머니는 신 할머니 침대 쪽으로 몸을 돌리고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소리를 지르며 욕을 했다. 틈만 나면 두 할머니가 입씨름을 했다. 박할머니가 TV를 켜놓자 신 할머니가 시끄럽다고 꺼버렸다. 파킨슨병으로 걷지 못하는 박할머니는 리모컨으로 TV를 켜면 신 할머니는 걸어가서 꺼버린다. TV시청이 유일한 낙인데 시끄럽다고 자꾸 TV를 꺼버린 바람에 박할머니가 화가 잔뜩 나있었다. 시끄러우면 이방에 있지 말고 당신 집에 가서 살라며 소리를 질렀다. 파르르 떠는 눈썹이 치솟아 올라가고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양손으로 삿대질을 해댔다.
“이 집이 당신 집이유? 왜 나보고 가라 마라 참견이야? 가려면 당신이 가구려, 집주인도 아무 소리 안 하는데 너무도 지랄하네”
신 할머니는 요양원 원장을 집주인이라고 불렀다.
네 명이 한방에서 생활하지만 다른 병실에 있는 어르신들에 비해서 불편하긴 해도 움직이고 말하는 정도가 나은 편이다. 박할머니는 파킨슨병으로 수족이 떨리는 증상이 있어서 걷지를 못 하지만 정신은 멀쩡하다. 화가 나면 떨리는 증상이 더 심했다. 손을 부르르 떨더니 신 할머니를 향해서 삿대질을 하더니 한마디 했다.
“배는 남산만 해가지고 심술은 더덕더덕해서 저렇게 심술궂게 생겨서 자식들이 안 찾아오지”
“내배 남산만 한데 보태준 게 있슈? 그런 당신은 자식들이 왜 안 찾아와유? 지코가 석자이면서 남 걱정도 팔자지”
신 할머니는 충청도 말씨만큼 성격이 느긋하고 아무리 화가 나도 말이 빨라지거나 화를 내지 않고 상대방 약을 바짝 올린다. 마른 막대기처럼 마른 몸은 말기대장암으로 만삭 된 임산부처럼 배가 심하게 부풀어있었다. 다행히 통증은 없어 보였다. 부어오른 배를 내려다보며 예전에는 배가 이럴게 안 나왔는데 나이 들어 늙으니까 몸은 마르고 배만 나온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치매로 잃어버린 현실 속에서 과거 속으로 배회할 때는 보따리를 들고 살던 집에 아무도 없어서 도둑이 들지 모르니 집으로 가야 된다며 옷 보따리를 싸들고 방과 거실로 왔다 갔다 할 때가 있다. 젊어서 배고픈 시절, 먹고살기 위해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물품을 사다가 보따리 행상을 하러 여기저기 부초처럼 떠다니면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돈 주고 음식 사 먹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지독하게 모은 돈으로 상가건물을 하나 사서 월세 받아서 살다가 몸이 병들자 요양원에 입소한 후에는 아들이 건물 관리를 한다고 했다. 신 할머니한테 아들이 찾아오는 것을 못 봤다. 다른 할머니들 자녀들이 방문해서 과일이나 떡 등을 사 오면 먹고 싶은 간절한 눈빛이 절절하다. 음식을 나누어 주면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드신다.
언젠가 아들이 방문했을 때 빈손으로 왔다가 돌아가려 할 때 옆 침대할머니가 싼 바나나라도 한 송이 사주고 가면 할머니가 간식으로 드시기 좋을 거라고 말씀하시니까 가게 가서 사 오겠다며 하고는 가더니 안 오더라고 했다. 젊어서 행상할때 유흥업소등에 떡이나 김밥을 팔러 가서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떡 하나를 못 먹고 물건을 팔기 위해 업소 아가씨들 심부름까지 해주면서 장사해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었다. 몸이 병들자 먹고 싶은 과일 하나를 제대로 사 먹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됐다며 젊어서는 돈 모으는 재미로 돈을 쓰지 못했고, 현제는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돈을 쓸 수 없는 현실이 돼 버렸다.
박할머니가 섭섭할 만큼 TV를 꺼버린 바람에 두 할머니의 싸움이 자주 붙었다. 박할머니의 불같은 공격에 신 할머니는 느긋하게 방어를 하고 있었다. 내가 신 할머니를 데리고 나가려 하자
“내가 왜 나가유? 내가 뭣 때문에 저 할머니 눈치를 봐야 해유? 나갈 테면 저 할머니 데리고 나가유”
한마디도 안 지고 큰소리도 안 내고 화도 안 내면서 상대방 약을 바짝바짝 올리고 있었다.
듣고 있던 박할머니가 되받았다.
“저렇게 못됐으니 아들이 모시지 않고 찾아오지도 않지”
“당신 아들은 어머니모시고 살어유? 오갈 데 없는 주제에 큰소리는, 나는 갈 수 있는 집도 있고 건물도 있지만...”
한방에서 여러 달 같이 살았으니 미운 정이 라도 들만한데 두 분은 소 닭 쳐다보듯 한다. 신 할머니가 집에 도둑 들어올 것 같다며 옷 보따리를 싸들고 집에 간다며 방문을 나서자 박할머니가 소리쳤다. 앓던 이 빠진 것 같네 가서 다시는 오지 말라며 뒤퉁수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입고 있는 바지가 배에 안 들어가서 바지허리를 따서 겨우 입혔는데 배에 걸린 부분이 흘러내린 바람에 짐 보따리를 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누구 좋으라고 내가 나가? 절대로 못 나가” 입가에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박할머니를 노려보며 침대에 걸터앉아버렸다.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는 언제쯤 끝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