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주소를 물어오지 않는다.
택배를 보낸다고
주소를 찍어달라는 말은
필요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알림도 없이
불쑥불쑥
무심한 듯 네가 보낸
귤 상자가 문 앞에 놓여있다.
마음의 감기를 앓는 내게
그 무엇도 묻지 않고
감기엔 비타민이 최고인양
약처럼 보내온다.
어디서도 이제
귤은 사먹지 못할 것 같다.
그 비슷한 것들만 봐도
네가 떠올라서
오늘도 귤을 먹는다.
귤만 먹는다.
네가 보낸 귤이 상할까봐
네 마음이 상할까봐
부지런히 먹는다.
네 마음을 허겁지겁 먹어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