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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의 여름을 가로질러
13. 난바, 여행지에서의 늦잠
- 난바 숙소에서
by
양수련
Aug 9. 2018
여행지에서의 늦잠을 잔다면 사람들은 그 아까운 시간을 그냥 버리다니 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늦잠이야말로 내겐 꿀잠이다.
무중력의 상태를 맛보고 누리는 것이라고나 할까.
집에서라면 늦잠도 달지 않다. 시간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들이 너무 많다. 밀린 것들을 생각하며 누워서도 계획을 세운다. 실행하거나 못하거나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행지에서의 늦잠은 현실의 일들이 끼어들지 않아서 좋다. 무중력의 상태에서 무념무상의 시간을 누리는 황홀함. 여행의 마지막 날, 그 어떤 일정도 잡지 않았다.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에 도착한다는 것 외에는.
하지만 습관은 참으로 무섭다. 느긋한 여유와 시간의 달콤함을 만끽하고 나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을 견디기 힘든 순간을 여행지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뭘 하지?
여행하는 동안의 일이라도 적어야 할까?
어제 어디를 가고 무엇을 보고 뭘 먹었지?
내가 느낀 것들을,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잊기 전에 적어둬야 하지 않을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좋다고 했으면서 이건 또 무슨 배반의 생각들이란 말인가.
머리가 들쑤셔진다.
늦잠은 더 이상 달콤하지도 무중력의 상태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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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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