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인천공항에서 빌린 와이파이를 켰다. 웬걸, 충전되어있다더니 전혀였다. 앱 정보를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난처하기 그지없었다. 충전할 곳을 찾았으나 그곳은 이미 중국손님이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공항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중국손님은 자신의 충전기기들을 챙겨 금방 자리를 떴다. 와이파이 충전을 일부 하고나서야 우리는 간사이공항을 빠져나왔다.
그나마 간사이공항에서 난바행 전철을 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국에서부터 구입한 간사이패스권을 이용해 난바행 열차를 탔다. 종착지였다. 일본의 전철은 노선마다 회사가 달라 같은 역명이라도 노선이 다르면 역도 다르다.
며칠 동안이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동안 서울의 지하철이 얼마나 편리하게 이뤄져있는지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노선도 많은데 운영하는 회사도 제각각이라 이용하자면 서울에서는 겪지 못했던 어려움이 따라다녔다. 그 불편도 곧 익숙해지긴 했지만.
난바에서 내려 역 밖으로 나오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들 또한 숨이 턱 막혔다. 여행이 아니라 인파의 물결에 일조한 느낌이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라멘집이 있어. 저녁을 먹고 들어갈 거야.”
정은인 앞장서서 미리 점지해두었던 라멘집의 위치를 구글지도를 따라 갔다. 도톤보리 강가에 있는 라멘집이었다. 오후 다섯가 안된 상황임에도 라멘집 앞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대부분이 관광객이거나 여행자였다.
주인은 주문지를 미리 나눠주며 삼십분은 기다려야할 것 같다고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이 삼십분이지 줄서 있는 이들을 보니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할 것 같았다.
첫날, 저녁을 먹고 숙소를 찾아가면 되는 급할 것도 없는 여정이건만 기다리는 일은 또 하기 싫었다.
숙소를 먼저 찾아가기로 했다. 난바역에서 지척이라던 숙소는 초행길에 헤매다보니 예상시간보다 배는 소요됐다. 한국식으로 치면 원룸 같은 곳인데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세탁실이 각각의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양변기 위에 수도꼭지가 달려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면 물이 수조로 들어가기 전에 손을 닦을 수 있게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이거 아이디어 좋은데.”
변기수조로 들어가는 물이 간이 세수대를 거치게 되어있어 나는 손을 닦았지만 정은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는 욕실의 세면대를 이용했다. 짐을 숙소에 풀고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우리는 한결 가벼운 몸으로 다시 나왔다.
밤거리.
난바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었다. 여행객인지 그곳에 사는 주민인지 알 수 없는 이들이 밤에도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상점가 아니면 먹자골목이 근거리여서 무작정 걸었다. 일단은 도톤보리에서 먹지 못한 저녁을 대신할 음식점을 찾았다.
저녁인지라 선술집들이 불을 밝혔고 저녁을 먹을 만한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얼마나 뒷골목을 헤집고 다녔을까, 드디어 라멘집 하나가 들어왔다. 그곳에도 기다리는 손님이 있기는 했으나 두어팀이 다였다. 친절하게도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기다릴 수 있게 해놓았다. 한국어로 된 안내문이 있는 걸 보니 괜찮은 라멘집인 모양이다.
거리를 배회하고 다닌 터라 날은 이미 어두웠고 우리는 주문을 먼저 넣고 기다렸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자 메뉴가 곧 나왔다. 라멘이다.
첫날에 도톤보리의 라멘을 먹겠다고 계획을 짰던 정은인 라멘을 입에 넣더니 만족감을 드러냈다. 내 입맛에 간이 좀 세기는 했으나 먹을 만은 했다.
“일본식 라멘을 먹기는 하네.”
정은이가 웃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간사이공항에서 난바의 숙소까지 찾아오는 첫날의 짧은 여정이었다. 배를 채우고 나니 내일의 여정이 기다려졌다. 여행 시뮬레이션을 마친 정은이만 믿거나 하고 있었다. 바뀐 잠자리는 불편했고 자다 깨다 한 나는 좁은 방안을 서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