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새로운 시작과 마주하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는 기타노이진칸으로 가기 위해 신노미야역에서 북쪽을 향해 걷고 있었다.
고베는 한때 일본의 최대 무역항이었고 항구에 살던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나날이 늘어난 인구 덕분에 항구에 살던 외국인들이 기타노초 주변으로 옮겨 살면서 이진칸가이가 생겨났다. 외국인들이 살던 곳이라 일본의 전통적 분위기와 달리 유럽풍의 이국적인 면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항구의 땡볕을 두르고 언덕을 오르자니 후덥지근했다. 언덕을 오르다 말고 상점가로 쑥. 무더위를 식히고 가자는 의도였지만 다양한 소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구경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다. 양산의 유혹은 뿌리치기 어려웠다. 생각지도 않게 충동적인 구매.
사기는 했으나 나와 키 차이가 나는 정은이와 함께 쓰기는 역부족이었다. 정은이가 양산을 들면 땡볕은 고스란히 내게 왔고 내가 들면 정은이가 양산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모는 자외선을 쬐면 안 돼, 늙어.”
“혼자 써.”
흔쾌한 정은이 덕분에 양산은 나 혼자서 쓰고 다녔다. 청춘에게 필요한 것은 양산이 아니라고. 한나절의 태양쯤은 거뜬하게 맞서도 된다고. 이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암튼, 기타노이진칸을 향해 언덕을 오르다 마주한 풍경에 우리의 걸음은 느릿해졌다. 그리고 아예 멈춰 섰다.
구경.
누군가의 결혼식이었다. 웨딩 차림의 신랑 신부가 눈에 띄었다. 유럽풍의 카페 앞에서 한창 웨딩 사진 촬영에 열중이었다. 신랑 신부 못지않게 차려입은 청춘남녀들이 어울려 있었다.
우리도 하객처럼 웨딩 길목에 한동안 서 있었다. 그들이 떠나고 난 다음에는 그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차라도 마실 요량이었지만 거절당했다. 골목에 나와 있던 의자마저 빼앗기고 난 다음에서야 우리는 그곳을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