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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의 여름을 가로질러
06. 이모, 사진작가 맞아?
고베_메리켄 공원
by
양수련
Aug 29. 2017
“이모, 사진 좀 찍는다면서 사진이 다 왜 이래?”
“피사체가 아직 이모 눈에 안 익어서 그래.”
몇 시간이고 기다렸다가 찍는 사진과 걸으며 대충대충 찍는 사진이 같을 리 없다. 더구나 셀프 사진만 열심히 찍어대던 솜씨이니 가관이다. 그럼에도 정은인 내가 사진작가라고 농담 삼아 한 말을 그대로 믿는 눈치다.
“그래도 이건 좀…….”
“사진이 잘 나오려면 피사체와 대화를 좀 나눌 시간이 필요해. 사진작가들도 수십, 수백 장 중에서 한 장의 사진을 건지는 거야. 이모가 전문 사진작가는 아니잖아. 즉석에서 대충 찍는 사진이 작품처럼 나오길 바라면 욕심이지.”
정은이의 예쁜 한때를 멋있게 찍어주고 싶긴 했다. 사진에 찍히는 것보다 찍는 쪽을 더 즐기는 사람이니 전문가의 솜씨는 아니더라도 흉내는 내볼 참이었다. 하지만 영 아니다. 내 마음에도 들지 않으니 정은이 마음에 들 리도 없다.
정은인 열심히 셀카 중. ^^
오사카의 여행을 끝내고 정은이와 나는 인천공항에서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향했을 때였다. 드디어 나의 천국,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젖어드는데 정은이의 톡이 왔다.
[이모! 이모가 찍어준 사진, 다시 보니까 꽤 괜찮네.]
[당연하지.]
[양 작가, 수고했어!]
긍정마인드 정은이가 내 사진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할 리 없다. 웃음은 슬그머니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여행 내내 정은인 휴대폰 셀카 삼매경. ^^
한낮의 태양을 피해 커피숍에 들어앉은 지 두 시간. 밖으로 나가는 일은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님 가득한 커피숍에 마냥 죽치고 있기엔 우리의 일정이 너무 짧다.
처음엔 걸어갈 생각이었으나 태양이 죽자고 덤비는 관계로 우리는 메리켄 공원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은이의 짧은 일본어 실력이 요긴하게 쓰이는 순간들이 점철되어 여행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메리켄 공원은 고베의 워터프론트 지역에 위치한다. 해양박물관과 포트타워의 야경이 볼만하다는데 특히 하버랜드 지구에서 보는 야경이 장관이라 했는데. 우리는 낮에 갔다. 야경은커녕 땡볕과 노닐었다.
“포트타워의 야경을 기다렸다 볼까?”
그럴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정은이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물은 거였다.
“아니. 그래도 야경을 보긴 봐야 하니까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우메다 스카이빌딩에 들렸다 가자.”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하지만 단화를 신고 온 게 화근이었다. 장시간 걸어 다녔더니 벌써부터 발바닥에 화염방사기가 장착된 기분이었다.
아,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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