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신비의 대나무 숲

교토_아라시야마

by 양수련

바람산.

아라시야마에 발을 디딘 날은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르렀다. 산들바람이 전철에서 내린 우리를 살짝이 흔들었다. 전철을 갈아타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지만 녹음이 짙은 아라시야마 역을 위풍당당하게 거닐었다.

아라시야마는 교토의 이름난 관광명소다. 봄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한데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다. 헤이안 시대(794∼1185) 귀족들의 별장이 조성된 후로 관광지가 된 곳이란다. 그래서인지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의 호즈강을 가로지르는 목조로 만들어진 도게츠교 또한 아라시야마의 상징으로 유명세를 치른다.

북쪽으로 대나무 숲이 울울창창하고 크고 작은 절들이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정은인 도게츠교를 건너자 녹차 아이스크림부터 찾는다.

꼭 먹어보고 싶어다나 뭐래나. 까짓것 먹어주면 되는 일이지.


대나무 숲에 들어서자니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이발사의 대나무 숲 노릇은 못할 것 같다. 아무리 작게 말을 해도 그 비밀이 곧 새어나갈 것만 같다. 물 좋고 산 좋고 경치 좋은 곳은 사람들이 몰린다. 고즈넉한 풍경을 상상한다면 동네 뒷산이 최적일 듯싶다.

그래도 해묵은 대나무 숲의 위용은 봐줄 만하다. 아니 웅장하다. 지나는 사람을 하찮게 만드는 위력을 지녔다. 종일 대숲만 거닐다가 간다고 해도 좋을 만큼.


대숲을 거닐다 나오자 태양은 뜨겁고 발바닥은 또 말썽이다. 버스를 타고 나가자고 정은에게 말을 넣었다. 아픈 발에 고민도 없이 올라탄 버스는 내가 원하던 목적지를 완전히 벗어나 달린다.

아이쿠야! 그럼에도 내 엉덩이는 의자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7.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