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정은이의 세심한 배려

교토_벚꽃열차 혹은 란덴열차

by 양수련

무작정 올라탄 버스를 어디서 내려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이었다. 우리의 궁지를 벗어나기에 정은이의 일본어는 짧았고 버스 안의 어르신은 사력을 다해 설명을 반복했다.


이렇게나 고마울 수가.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


이해는 못해도 정성과 열정에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옆자리에 있던 보다 못한 커플이 지도를 하나 건네준다. 헐~. 한글로 된 버스 노선표였다. 다시 보니 한국인 커플이다. 웃음만 나왔다.


전철역이 있는 곳에서 우리는 내렸다. 전철을 타기 위해 가는데 란덴열차가 지나는 역이 눈앞에 떡하니 있다. 벚꽃열차라고도 불리는 란덴열차. 정은이의 계획에 아니, 엉뚱한 버스를 타기 전에 타려던 열차였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여곡절 끝에 란덴열차가 다니는 역에 닿았다. 일정에 있던 란덴열차를 타고나니 한시름 덜었다. 타지 못했다면 정은이가 그곳을 쉽게 떠나지 않았을 테니.

란덴열차의 종착지에 도착하자 정은이가 족욕을 권했다. 젊은 남녀가 이미 차지하고 있었지만 우리도 함께 발을 담갔다.


발 때문에 잘 따라오지 못하는 이모를 위한 정은이의 세심한 배려였다. 이제 그만 돌아가는 말만은 막고 싶은 속내였을지 또 모를 일이다.

란덴열차를 눈앞에 두고 하는 족욕은 마음까지 열차에 실어갔다. 아픈 발이 조금씩 피로를 풀고 원기를 회복 중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줘도 좋을 것만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9. 날 보러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