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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 기 홍 Sep 06. 2020

배짱 있게 소설 시작하기 2. 단상

소설 집필 중 돌아보기.

어느 날 문득 떠오르던 생각은, 전에도

여러 번 막연하기도, 그냥 스치는 나만의 공상

처럼 잠시 갸웃거리다가 잊혔던, 일상의 조각들이었다. 같은 생각, 같은 조각들을 실체로 드러내는 작업을 한지 정확히 100일이 되는 날이다. 오늘이. 사실 오늘이 100일째 되는 날인지는 전혀 몰랐는데, 시작된 날을 더듬어

보니 그랬다. 여기서 살짝 놀람!


기억의 부재에 관한 아이 같은 생각에서 시작된 나의 소설 쓰기는, 어느덧 중편의 량을 넘어

장편의 중간 정도에 닿아있었다. 던져진 그물로 비유한다 치면, 던지고 걷어 올린 그물이, 이제

막 수면 가까이 올라왔다고 할 정도?

제목처럼 배짱 있게 시작한 나의 상상력이 여기까지 올 줄은, 솔직히 반신반의였던 게

그때의 심정이었다.

! 쉽게 포기하지 말자. 급하게 가지 말자,

그리고 개미를 코끼리로 만들지 말자.라고

무거운 창작의 고통의 문을 열었던 기억이 있다. 


많은 등장인물의 다양한 모든 것을 만들어내고,

그들의 성향과 각자의 환경에 따른 움직임에 변화되는 심리상태. 또 그 안에 내재돼있는 본질적인 자아와 충돌하는 것에 대한 갈등.

각 구성원들이 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필수적

으로 전개되는 다툼과 배신. 그리고 이해와 사랑 등. 수필과 詩 완 전혀 다른 장르의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기억의 부재에 관한 글을 쓰면서, 기억에 집중을 해야 하는 새로운 경험을 날마다 하고 있다.   


첫 단어를 입력하고 지금까지 수만 자의 글을 써 내려가면서, 그때, 어느 순간, 누가, 어디서, 며칠에. 어떤 말 등등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보다, 훨씬 높게 높게만 쌓여가는 작업이었다. 분명코 새롭다. 결코 사람이 태어나서 쉽게, 아니 조금 어렵게라도 경험하기 녹녹지 않을 감정을 갖는 일이다. 과연 이걸 내가 하고 있는 것인가? 때때로 써 온 글 들을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은, 스스로 대견함과 벅찬 감동을 느끼곤 한다. 소설을 시작하고 나서는, 그나마 산문이나, 수필 형태의 글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 중이다.

온통 머릿속이 상상으로 자극되어있는 민감한 곳에, 솔직함과 진정성 있는 내 조그만 자아의 소리가 혹여라도 두터운 화장을 하고 소리를 내거나, 어쩌면 성형을 한 모습으로 표출될까 두려운 마음에 극히 경계를 하고 있다. 그럴 바엔 애초에 등장시키지 말자고 마음먹은 것이, 쓰지 않고 있는 이유라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2020년 5월 26일. 담대하게 첫 문장을 입력시켰다는 글을 올리고, 지금의 중편을 넘어 장편의 중간쯤 집필하고 나니, 아이러니하게

다음 소설에 대한 나만의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는 즐거움도 맛보는 중이다. 분명 첫 번째 산에

오를 때 보단, 두 번째가 주위를 돌아볼 수 있으리라. 좀 더 쉽게 오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닌, 좀 더 둘러볼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

에 첫 소설을 끝내기도 전, 건방진 마음이 생겨 버렸다. 그렇지 않겠는가? 처음엔 봉우리만 보고

오르는 산이니, 목표가 그곳이었지만. 정작 산이

라는 게 봉우리가 아닌 산세의 아름다움인 것을,

길을 잃지 않는 법을 알았으니, 감상하며 오를

여유로움이 생기지 않겠는가.


지금껏 써 온 글을, 간간히 아내와 딸들에게 보여줬다. 보통 한 번에 두 개의 시퀀스 정도의 분량을 피드백을 받았었다. 특히 아내는 평소에도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사람이다. 아내의 진정성 있는 피드백은 온전히 진심이라 생각

하기에 다소 긴장을 했었다. 이런 쪽은 좀 냉정한 타입이라 더 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뭇 걱정했던 마음관 달리, 다행히 아내와 두 딸들은 모두 호응이 좋았다.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반응을 구체적이고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어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내심 가족이 아니겠는가? 남편을, 아빠를 응원하는 좋은 마음으로 생각하기

로 하고 새롭게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특별한 능력도, 재주도 없는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보면, 적지 않은

글들 중, 소설을 쓰고 싶다는 걸 자주 접했었다. 그분들께 일단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얼마나 좋은 소설을 쓰시려고 망설이는지 모르지만, 좋은 소설이란 과연 누구의 기준일까? 독자에 맞추는 엔터테인먼트를 원하시는 건가? 아니면 스스로 만족스러운 작품을 쓰고 싶어서 인가.... 그것이 뭐든... 써야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려운 것을 하지 않거나, 피하는 경향을 갖고 살아간다. 왜? 그만큼 그 과정이 너무

어렵고 힘들단 걸 쉽게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를 기억해 보자. 힘들게 운동하고 지나다 얼마 후 달라진 체중계의 숫자. 열심히 노력하면서 그 목표에 아직 닿지는 못했지만 변해있는 내 모습. 과정은 힘든 것만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 그 안엔 새로운 기쁨과 감동이 함께 촘촘하게 존재한 다는 것을 간과해 온 것뿐이다.

생각할 때와 행동할 때를 아는,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날마다 생각하고 있다. 내가 쌓아가고 있는 일련의 과정들이, 내가 얻을 수 있는 커다란 행복이란 것과, 자신이 스스로를 추억할 때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풍요로움을 더 할 과정들이란 것을.

내가 찾아야만 한다. 아무도 쥐어 줄 수 없는 것이니까.

올해가 끝나갈 무렵, 나의 상상 속의 인물들이 활자로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생각만 해도 뿌듯하고, 감동적이다.

이것들은 비로소 내가 시작했기에 온 것들이다.

나를 몇 개월간 다중인격의 소유자로 만들었던 그들이, 드디어 나 개인의 오롯한 모습과 대면할 것이다. 기대된다. 과연 그들이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나와 함께 마주할지 궁금하다.

내가 그들의 창조자가 되는 날에.....


기억을 강탈당한 주인공과, 가족애를 근간으로
한 추적 스릴러 소설입니다. 스스로가 이 정도
까지 온 것이 아주 대견합니다. 물론 중간에 어려움도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제 상상 속의 어려움이니,
제가 컨트롤이 가능할 겁니다. 그렇게 자신과 약간의 다툼과 협상을 하며 잘 마무리하길 바라봅니다.

       글은 독자분들께 보이는 글이 아닌,

          훗날. 지금의 감정을 소환하기 위해,

          기억을 잡아 둔 글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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