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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 기 홍 Oct 04. 2020

계절품은 고양이처럼.

바쁘기만 하니, 미련들만 남는게지.


굼뜬 계절을 보고 있습니다.

푸른 옷소매를 펄럭이는 여름도,

석양빛 닮아가는 감나무 열매도.

오는 걸음이 굼뜬지,

가는 걸음 세월 네월인지,

새파랗게 부푼 하늘빛 눈 시림에

마음만 설렙니다.


따스한 햇살이 가지런히

내려앉은 담벼락 위엔,

게슴츠레 껌벅이는 고양이 한 마리.

긴 하품 한 번으로, 깊고 아득한

꿈속 들라치니.

. 하며 떨어진 도사리 하나에

한쪽 눈 슬그머니 올렸다, 내리고.

이내 벌러덩 누워

햇살  자락 길게 끌어당깁니다.

개망초든 들국화든 햇살만으로

행복하다고 합니다.


고양이가 품은 계절은, 한 자락의

미련도 남기지 않을 시간들인 것을.

애먼 계절 탓으로 잎사귀만큼의 미련을

남길, 내 조급함이 부끄러워집니다.

계절 뒤엔 또 계절이,

햇살 틈엔 새로운 그림자가.

그 속엔 시 내가 있을 텐데 말이죠.

계절을 품어내는 고양이처럼,

나의 계절을 탓할 시간은 접어두고,

온전히 살아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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