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품은 고양이처럼.
바쁘기만 하니, 미련들만 남는게지.
굼뜬 계절을 보고 있습니다.
푸른 옷소매를 펄럭이는 여름도,
석양빛 닮아가는 감나무 열매도.
오는 걸음이 굼뜬지,
가는 걸음 세월 네월인지,
새파랗게 부푼 하늘빛 눈 시림에
마음만 설렙니다.
따스한 햇살이 가지런히
내려앉은 담벼락 위엔,
게슴츠레 껌벅이는 고양이 한 마리.
긴 하품 한 번으로, 깊고 아득한
꿈속 들라치니.
툭. 하며 떨어진 도사리 하나에
한쪽 눈 슬그머니 올렸다, 내리고.
이내 벌러덩 누워
햇살 한 자락 길게 끌어당깁니다.
개망초든 들국화든 햇살만으로
행복하다고 합니다.
고양이가 품은 계절은, 한 자락의
미련도 남기지 않을 시간들인 것을.
애먼 계절 탓으로 잎사귀만큼의 미련을
남길, 내 조급함이 부끄러워집니다.
계절 뒤엔 또 계절이,
햇살 틈엔 새로운 그림자가.
그 속엔 다시 내가 있을 텐데 말이죠.
계절을 품어내는 고양이처럼,
나의 계절을 탓할 시간은 접어두고,
온전히 살아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