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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 기 홍 May 23. 2020

그땐 그랬지 #1

달고나.

옹기종기.

꼬물꼬물.

희희 낙낙.

때 꾹 물이 가득한 바랜 파라솔,

엉성한 사과 궤짝.

그 옆에 자리하는 엉덩이들이 조금의 틈도 없이 나란히 붙어있다.

구멍 난 바지에 엉덩이가 희끗하고,

훌쩍이는 코에, 가파른 까까머리도 개구지다.


할아버지 꾸욱 눌러주세요.

저도 꽉 눌러주세요..  히히.

별 모양, 하트 모양, 십자가 모양, 칼 모양 등 갖가지 쇠틀에 노름한 설탕이 부어진다.

헛기침하는 할아버지와 동네 꼬마들의 기싸움이 치열해지는 순간이.


달고나도 있고.

소다빵도 있고.

뽑기 설탕이 있는 곳.


매번 마지막에 부러져, 나름 꾀를 내어

허리 고무줄 매는 옷핀으로 콕콕거리며, 

성공의 희열을 맛보지만. 

할아버지의 매의 눈으로 "그건 안된다" 하는

말 한마디에

괜스레 서글퍼지는 눈물과 함께,

냄비, 빈병... 그리고 부엌 찬장 속의

동전들을 떠 올린다.


" 엄마한테 혼나는데...."


부러진 뽑기를 할아버지에게 건네주면,

한쪽을 뚝 떼어 설탕이 덕 지한 국자에 녹여

맛나고 달디 단, 설탕 국물로 만들어 주신다.


뉘엿거리며 해가 질라치면, 여기저기서 아이들을 불러들이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못내 아쉬운 미련을 남기며 일어설 때,

장사가 잘 된 날, 할아버지는 조용히 부르신다.


마치 하나님의 음성처럼 크게 들리는 목소리.

"옛다 이거 가지고 가거라"하며 주시는

설탕으로 만든 소다빵 하나

"고맙습니다~" 하며 손에 꼬옥 쥐고, 집으로 달음질을 친다.


고민이다.

서성인다.

문 앞에서의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가면 나눠야 하는데...." 

하지만 그런 고민은 딱 2초

우걱우걱 입에 쑤셔 넣고 코 묻은 소매로

입을 쓱쓱 닦으며.


엄마~~~ 밥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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