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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 기 홍 May 22. 2020

앞서가기보다 뒤에서 바라볼 때

천천히 호흡하기

또 하나의 나를 찾는 밤입니다


조금은 무리하게 찾아다니며, 헤매 나를 바라보고

한때는 여유로우며 감성적인 나를 기억하면서 어느새 맞이하는 깊은 밤.


언제부턴가 밤의 정취에 안기지 못하고

차곡히 채워지는 하루의 마지막 시간을 배웅하지 못했던 나

오늘에서야 비로소 놓쳤던 시간의 끄트머리를 잡았습니다


시계의 초침 소리도 들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도 들리고

툭 치듯 부딪혀 오는 바람의 향기도 느껴지고

커피 한잔의 모락 거림과 마주한 나도 보입니다.


밤이

어둠이 따듯합니다. 포근합니다.

조용함도 들려오고, 모처럼 쫙 펴보는 온몸도 마치 가을볕 빨래의 냄새처럼 뽀송합니다.

후회를 생각하지 않고 잘하기만 하려 했던 팽팽한 긴장감도

지금의 고즈넉함에 작은 티끌로 묻힙니다.


나누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나누고

일과 사랑을 나누고

감성과 이성을 나누고

열정과 무모함을 나누고

조급과 신속을 나누고

신중과 경직을 나누고

결정과 망설임을 나누고

확신과 오판을 나누고

믿음과 책임을 나누고

나와 다른 생각을 이견으로 나누고....


왜 그리 급하게 달려왔는지,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지나쳐왔는지

앞에 있다는 것들이 결국은 뒤처진다는 것을 몰랐던 아둔함에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큰손의 많음보다 작은 손의 꽉 참이 진정 행복이란 걸 느끼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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