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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 기 홍 May 17. 2020

돼지 비둘기

애마 쏘렌토

여보게.

울지 말게나. 마음 아파하지도 말고.

우리네나, 자네나 세월이 가면 늙고,

병들어 가는 게 아니겠는가.


그래도 한때는 기운 펄펄 나는

젊음도 있었지 않았던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차피, 젊음이란

세월에 묻혀가며

익어가는 것이 아니던가.


하루 중 많은 시간과 장면들을

함께 만들고, 기억하며 지내왔는데.

늙고, 병들어가는 자네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네.


오늘에서야 기어이

자네를 홀로 두고 오게 됨을

너무 속상해하거나,

미워하지 말게나.


돌아오는 내내 만근의

바위가 가슴에 얹히고,

날카로운 가시덤불 속의

혼자를 느꼈다네.


잘된 걸세. 잘된 일이야.

이쯤에서, 자네도 나도,

새로이 몸을 추스르고.


자네 역시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자네를 기다리는

그리움을 가져보겠네.


여보게 돼지 비둘기.

오랜 나의 지우여.

자네의 빠른 퇴원과,

무사 귀가를 마음 깊이 빌겠네.

웃는 얼굴로 다시 보세나.


사 랑 허 이.


* 쏘렌토를 정비공장에 수리를 의뢰하고 돌아오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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