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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Dec 03. 2021

임대인의 거절과 임차인의 의심

임대인의 실거주로 인한 계약갱신 요구권 거절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고 비워달라는데 거짓말 같아요!"


2020년 7월 31일에 계약갱신요구권이 시행된 후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쟁 중의 하나다.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은 노부모를 모시고 어디로 이사 나가야 할지 암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계약갱신요구권의 영향으로 전월세 매물이 실종된 상태라, 만약 집을 구한다 해도 현재 거주 조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등한 월차임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법규정에 의거 원칙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임대인이 실거주한다고 하면 임차인은 이사 나가야 해요.  계약갱신요구권의 거절 사유 중 임대인의 실거주가 있거든요."


"그렇지만 임대인이 들어올 리가 없어요. 거짓말이라니까요?"


임대차 3법이 시행된 후 임차인들은 실질적으로 임대차 기간이 4년이라고 기대했지만, 법에서는 임대인이 갱신권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도 나열해놓았다. 그중 가장 위압적인 것이 임대인의 실거주다.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며 임차인의 갱신권을 거절한 경우에는 재임대나 매각을 하면 안 되고 실제로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그러나 급등한 시세대로 재임대를 하거나 매각을 하기 위해 허위로 실거주를 주장하며 임차인에게 퇴거를 요청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임대인이 직장 때문에 타 지역으로 갔는데 어떻게 실거주를 해요. 나를 내보내고 팔려는 꼼수를 부리는 거죠."


계약갱신요구권은 임대인과 임차인을 서로 의심하는 관계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임차인은 갱신권을 거절하고 집을 비우라는 임대인에게 섭섭한 마음에 그의 실거주 의도를 의심하지만,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임대인의 계약갱신권 배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규정도 마련해놓았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한 후  제삼자에게 임대를 하거나 매각한다면 임차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당사자간 손해배상 예정액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1. 갱신 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차임 외에 보증금이 있는 경우 월 단위의 차임으로 환산)

2. 임대인이 제삼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 월차임과 갱신 거절 당시 월차임간 차액의 2년분.

3. 기타 갱신 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중 큰 금액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손해배상액이 높지  않아서 임대인이 그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실거주를 주장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런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실거주인지에 대한 입증자료를 요청하는 사례가 많은데, 임대인에  따라서는 '내가 내 집에 들어와 살려는데 왜 그런 것까지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느냐'며 기분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정 주택임대차 보호법이 임차인의 계약 갱신을 보장하기 위해 권리를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권리행사를 거절하고 주택의 명도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갱신 거절 사유가 있음을 임대인이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거주’ 임을 증명하려면,

임대인이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을 처분하는 매매계약서나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놓은 임대차 계약서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약 자녀를 입주시킬 계획이라면  부모의 거주지와 다른 도시에 소재한 대학교 입학, 자녀의 취업이나 결혼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직장 등과 관련된 서류나 결혼 예정임을 증빙(ex, 결혼식장 예약 서류, 청첩장 등)하면 된다.


또한 자녀의 연령과 직업 등에 비추어 독립 거주가 필요함을 증명하고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임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위의 임차인이 의심(?)하는 것처럼 직장이나 기타 여러 사유로 임대인이 갑자기 입주한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납득이나 증명이 안된다면 임차인을 설득하기 어렵고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처음에는 보증금을 시세대로 올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거든요. 그래서 싫다고  했죠. 계약갱신요구권은 5% 이내로 인상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제가 두배 세배씩 과도하게 올려줘요 그건 아니죠.  그랬더니 며칠 후 갑자기 이사 들어오겠다고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5% 이상의 인상을 요구했다가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5% 이내로만 인상해주겠다고 하자 돌연히 실거주를 주장하는 경우나,  주택을 매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역시 임차인이 갱신권을 행사하자 임대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하는 경우 등은 임차인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임대인이 이미 임대료 인상 요구를 한 경우에는 굳이 그 주택에 들어와 살아야 할 이유가 없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 된다. 또한 주택을 매각할 계획이 있었다면 임대인이 그 주택에 들어와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유추할 다.


그런데도 이를 번복해 실거주를 주장하는 경우, 갱신거절 사유의 진실성은 이미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임차인이 갱신 요구를 한 후에 발생한 임대인의 실거주 목적 거절 사유가 정당하지 않거나 이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 임대차가 적법하게 갱신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라면 임대인이 명도소송을  하더라도 법적인 승산이 없으므로  솔직하게 임차인과의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는 언제까지 밝혀야 할까?


개정 주택임대차 보호법에서는 임대인의 갱신거절 의사표시 기간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받은 지  늦어도 1~2주 이내에 갱신거절 사유를 명시하여  통지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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