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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Dec 02. 2021

행복한 날에도 이별은 계속된다.

임차권 승계 및 상속 순위

"중개사님이랑 내가 벌써 10년 넘었지?

이사 갈 때마다 다 알아서 해줘서 아주 편하고 고마웠어.

언제 신세 갚으리다~~"


점잖던 분이 그날따라 넉살이 좋으셨다.


10여 년 전에 우연히 사무실에 들르셔서 월세 계약을 해드린 뒤,

그 후 2년 혹은 4년 지나 옮겨가실 때마다 어김없이 구해드렸다.

소탈한 성품이신지라 어떤 집이든 한번 보면


"아~됐어!  어련히 알아서 좋은 집 보여줬겠어?~ 무조건  다 좋아 ~"


하고 바로 결정했다.


처음 몇 년은 어디선가 양계장을 한다고,

간혹 닭 몇 마리씩을 손질해 들고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다  멋쩍게 쥐어주고 가기도 했다.


그 후 양계장이 망하고 지방에서 양파농사 지으며 주말이면 올라오셨는데, 양파를 50개씩 두 자루를 담아서 사무실 앞에 풀썩 던져놓고 장아찌라도 담그라고 전화하셨다.


그리고 두 달 전, 지금 살고 있는 집주인이 집을 팔아달라 해서 매매계약이 되었고,

이번엔 전셋집을 구해달라 해서 전세계약을 해드렸더니


며칠 전  점심때 들러서  은행 대출 모집인을 불러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하셨다.  이삿짐센터도 불러 견적 뽑고 하느라 그날은 거의 두 시간 정도를 우리 사무실에 머물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이런 일 저런 일 살갑게 참 말씀도 많이 하셨다.


하는 사업마다 잘 안된다는 이야기, 사실 지금 배우자는 재혼(사실혼 관계)인데 그러다 보니 사업 안될 때마다 마음이 두배로 불편하다며 혹시 부부 사이가 안 좋아도 웬만하면 참고 양보하고 살아라... 새로운 사람 만나 살아도 다를 것 없고 외려 첫배우자가 더 가족 같다는 그런 이야기도...


아무튼 원스톱으로 이일 저일 다 보고 난 뒤에


"오늘 내가 귀찮게 해 드렸네~ 2년 후에는 집 사주시오

이제 이사 다니기도 귀찮네..."


하고 털털하게 웃고 가셨는데


이틀 후.


이사 들어올 사람이 인테리어 겸 한번 방문하게 해 달라기에 여러 번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다.


그래서 해 질 녘쯤에


' 가만.. 부재중 찍혔을 텐데 왜 연락이 없으시지? '


해서 다시 두어 번 해보아도 안 받길래 배우자분 번호를 찾아서

'사장님이 전화를 안 받으셔서 전화드렸어요ㅡ ' 했더니


" 네.... 안 받으실 거예요.. 돌아가셨어요...."



ㅡㅡㅡ



부동산 사무실에서 일 보고 나간 후 공사현장에서 사고를 당하셨다고 한다.


그분은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만한 가까운 지인이 아니었지만,

그분의 부재는  또 다른 울림을 남겼다.


그분 삶의 어느 한쪽 부분을 내가 어쩔 수 없이 담당했고, 그 삶 속의 고뇌를 엿보았고,  그리고 그분의 작은 정을 나누어 가졌기 때문이다.


바쁜 업무에 임하다가도 어느 순간 문득문득

아.... 그분이 돌아가셨지.. 생각 들면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어느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것이

이렇게 사람에 따라서,

그와의 관계에 따라서,  

또 관계의 종류에 따라서

각각 느낌이 다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짜디짠 후회도 밀려왔다.


월세가 밀렸다고 임대인이 채근해달라 했을 때 여러 번 전화하다가 살짝 역정 냈던 기억,  또 살던 집마다 다 매매를 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재계약을 못하고 이사 다니셔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는 어찌 없으셨을까... 그런데도 다 양보하고 맞춰주셨던 기억이..... 부고를 접하고야  아프게  다가왔다.


슬픔도 잠시, 고인의 가족이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와 출가해 살고 있는 자녀들만 남았는데 임차권 승계 문제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우리 민법은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에게  일상가사 대리권은 인정되나 상속권이 없다.


그래서 임차인이 사망한 경우 상속 순위는,


1. 1순위 : 동거 상속인(제9조 제1항)


1. 2순위 : 사실혼 관계인과 2촌 이내의 비동거 상속인(제90조 제2항)


1. 3순위 : 비 동거 상속인


순이다.

임차주택에서 가정 공동생활을 하던 사실혼 배우자는  

2촌 이내의 친족 (비동거 상속인)과  '공동으로' 임차권을 승계한다.


따라서 사실혼 배우자로서는 위 2촌 이내의 친족들과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나누어 가지므로 그만큼 몫이 적어지게 된다.


반대로 임차인이 일반적 상속권자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 공동생활을 하던 사실혼 배우자가 임차인의 권리, 의무를 승계한다.(주택임대차 보호법 제9조 제1항).


물론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권도 승계하게 된다.


사실혼 배우자는 만약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사망한 후 1개월 내에 임대인에게 승계를 반대한다는 의사표시를 해서 임차권을 승계받지 않을 수도 있다 (주택임대차 보호법 제9조 제3호).


위 경우에는 사실혼 배우자 외 동거 상속인이 없었으므로 비동거 상속인들의 동의를 받아

사실혼 배우자 명의로 계약서를 변경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요즘같이 복잡다단한 세상에 분쟁 없이 순조롭게 해결된 케이스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하루하루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야 한다.


그분은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만한 가까운 지인이 아니었고,

그렇게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

내가 그 삶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또 삶이 얽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는 것인데,


그렇게 따지면  삶과 죽음 외  크게 중요한 일이 딱히  뭐가 있겠는가....


마음속에 그 어떤 부담이 있더라도

행복하려고~~ 애쓰며 살도록 하자.


오늘이 가장 행복해야 하는 날이라고 결심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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