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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Dec 08. 2021

백신 부작용의 부작용

악...


저절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의자에 앉으려고 탁자와 의자 팔걸이에 체중을 실었는데도 어김없이 요추를 강타하는 저릿한 통증.


나는 3일째 원인모를 허리 통증에 고통받고 있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특별히 허리에 무리가 갈만한 일이 없다.

일요일은 오전 일찍 백신 2차 접종을 한 후 종일 누워 있었고,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평상시와 같은 출퇴근을 반복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운전을 할 때도, 의자에 앉거나 설 때도,

샤워를 하다 허리를 수그릴 때도 어김없이 통증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평소에 유연하고 건강한 신체를 자랑하던 참이라 허리 통증이란 건 맛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허리가 아프면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


"아이고.. 몸이 많이 안 좋으신가 봐요."


상담을 하러 온 손님이 보기에도 내 행동거지가 심상치 않았는지 한 걱정을 해주었다.


"그러게요. 며칠 전부터 갑자기 허리가 심하게 아파요.

움직일 때마다 앗소리가 난다니까요?"


손님이 무거운 물건을 옮기다가 삐끗한 게 아니냐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특별히 뭘 한 게 없어요. 일요일날은 백신 맞고 종일 누워...

백신?  혹시 백신 부작용 중에 허리 통증이 있나요?"


손님은 모르겠다고 했다.

손님이 간 뒤 재빠르게 검색해보았다. 아무래도 근래 들어 특별히 한 일이라곤 백신 접종 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잖아도 매스컴에서 부작용 부작용 하기에 접종을 피하고 싶었는데 온 가족이 다 접종하고 나니 남편이 왜 늦장 부리냐고 성화여서 어쩔 수 없이 접종을 한 터였다.


이럴 줄 알았어. 당장 허리가 뻐근하고 못쓰게 되네.


'백신 부작용 허리 통증.'



'헐 그럼 그렇지'


허리 통증에 대한 경험담들이 주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런!'


부작용이 있으면 신고하고 병원을 방문하라고 한 것 같은데 병원을 가? 말아? 일단 좀 더 지켜보자.

나는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어기적거리며 퇴근하여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남편 앞을 역시 어기적거리며 지나갔다.


- 왜 그래?


- 백신 부작용이래.


- 무슨 부작용?


한번 째리고는 안방으로 들어가 씻고 누웠다.


'음... 역시 누워도 허리가 불편하군. 이러다 허리 못쓰게 되는 거 아냐? 내일이나 병원엘 가봐야지'


남편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 어디가 안 좋은데?  병원은 다녀왔어?


- 아니... 오늘 밤 자보고 낼쯤 가보려고.


- 그러니까 어디가 이상하냐고. 열나? 몸살기?


- 허리.


- 허리?


- 어 허리가 백신 맞은 다음날부터 아주 불편하고 움직일 때마다 아파죽겠어.


푸하하하

남편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 웃음이 나오심? 지금?


- 네가 허리 아픈 건 백신 부작용이 아니야,

아니다 부작용은 부작용이다.

너 백신 맞은 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잖아 화장실 갈 때 빼놓고. 

그렇게 너처럼 20시간 넘게 꼼짝 않고 누워 있으면 누구라도 허리가 아프게 되어 있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나는 일요일 오전 10시에 백신을 맞고 집으로 돌아와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남편이 한 번씩 내다보며

왜 계속 누워있냐고 물었을 때


"백신 맞았잖아. 누워서 쉬어야 해. 쉬면서 이상이 없나 체크해야 해."


남편은 말했었다.


"그렇게 안 누워있어도 되는데.. 허리 아플 텐데.."


그제야 생각났다. 오래 누워있으면 허리가 아플 거라고 했던 말.. 그 허리가 아니고 그 허리였다니..

나처럼 장시간(10시간 이상)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으면 척추뼈 주변 인대와 근육이 딱딱하게 경직되어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훨씬 몸이 부드러웠다.  백신 부작용이 아닐지도 모르는다는 안도 탓이었을까. 오후부터는 불편함이 잊혀졌다. 백신을 맞고 혹시 부작용 생길까 봐 지나치게 조심하느라 하루 종일 누워있던 탓에 없던 허리병이 도졌었나 보다.  과유불급


건강염려증과 엄살 탓에 부작용 아닌 부작용을 앓게 되었지만, 진짜 백신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클 것 같다. 게다가 오미크론까지.. 


어서 빨리 인류의 불행이 종식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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