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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Apr 22. 2022

블랙(Black)은 바로 온다!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오래간만에 지인들과 모여 늦게까지  회포를 풀었다.

밀린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 밤 11시 가까이 됐다.


집 앞까지 가는 버스 타기가 애매한 장소라 택시를 타기로 했다.



어~택시가 다 어디로 갔지?


평소에는 거리에 온통 택시 천지인 것처럼 보이더니 정작 내가 타려니 택시가 안 보인다.   

OO오 T 맵을 통해 OO오 택시를 호출하기로 했다.

한 번도 이용해보진 않았지만 광고의 효과인지 제일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연 OO오 맵답게 바로바로 피드백이 왔다.



다시 호출하고 실패하고,

다시 호출하고 실패하기를 한 시간 넘게 반복하며 OO오 택시를 요청했지만 콜이 안 떨어졌다.


오기가 발동했나 아니면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는 맛에 왠지 금방 콜이 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을까...한 번만 더 한번만 더 하다 보니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었다.


그런데 이상한 내용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블랙 예상 63,800원

일반 호출 예상 17,800원


일반 택시 요금의 3.5배나 비싼 블랙 63,800원.


지금 호출하면 블랙이 바로 배차돼요!


이건 뭐지?

블랙이라는 명칭처럼 뭔가 괴이하게 어둠 속의 거래인 느낌이 들어서 왠지 내키지 않았다.

끝까지 블랙 호출의 유혹을 뿌리치다 보니  2시간이 다 되어서 겨우 일반 호출 콜이 떨어졌다.


2시간여만여 도착한 일반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데 묘하게 자존심이 상했다.


블랙과 일반의 명암 속에서,

그리고 3배 이상의 가격 격차 속에서

부인할 수 없는 서민인 나는 2시간여 처절한 전쟁을 치르고 나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OO오맵에는 택시가 없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분명 택시가 없진 않은 것인데 왜 호출이 안된 것일까

왜 일반택시 요금의 3배에 해당하는 블랙이 맨 위에 뜨면서 바로 배차 가능하다고 했을까?


택시업을 하고 있는 지인 등에게 확인해본 결과 OO오 택시의 택시업계 독점에 따른 결과라고 했다.  

택시 플랫폼 업체의 일인자로 독점하고 있는 OO오 택시.


OO오 택시에 가입하려면 가입비 70만 원, 월회비 39,900원, 매출의 8% OO오 택시에 입금,

콜이 떨어지면 고객이 취소해도 무조건 2,000원~3,000원 입금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다 보니  사납금을 채우지 못해  그만 둔 택시기사가 30%에 육박한다는 소문도 있다.


또한 콜을 해도 인파가 많은 중심가로는 일반 택시를 잘 보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이 3배나 비싼 블랙을 이용하게 되고, 블랙 이용률이 높아야  회사 이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대기업이나 선발주자들의 독점으로 인해 중소업체나 골목상권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 생태계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모든 상권의 플랫폼화 프랜차이즈화로 정보의 집합과 비교 선택은 가능해졌지만,

이면에는 빠르게 도태되고 있는 개인 영세 사업체들의 눈물이 있다.


그것까지도 자본주의 사회의 피할 수 없는 생존 이론으로 치부하더라도,

영세 업체가 도태하고 소수의 독점 상권만 남은 상태에서 시장의 갑은 단연 그들.


블랙(Black)은 바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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