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콩 Jun 01. 2022

눈 뜨고 코 베이는 계약갱신요구권

계약갱신요구권,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2020년 7월 31일에 계약갱신요구권(이하 갱신권)이 시행된 후, 임차인이 살고 있는 집을 매매하기가 어려워졌다. 임대인이 실거주(직계 존비속 포함)하는 경우가 아니면 임차인은 5% 이내만 올려주고 2년을 더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임대인이 실제로 입주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 되어도

"나도 갱신권 쓸 테야~!"  
"TV에서 2년 더 살 수 있다던데요?"

라며 못 나가겠다고 우기는 임차인이 있는가 하면, 이사 나가는 거 동의받고 매매 계약했어도 말을 바꾸어서 이사비용을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임차인이 살고 있는 집을 매매하려면

1. 임차인 만기가 6개월 이상 남았을 때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쳐야 한다.

예를 들어 임차인 만기가 2022년 7월 1일이라면, 6개월 전인 1월 1일 전에 새로운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완료해야 한다. 그래야 그 매수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갱신권을 거절하고 입주할 수 있다.
임차인은 만기 6개월~1개월(2020년 12월 10일 이후 계약분부터는 2개월) 사이에 갱신권을 행사할 수 있고, 갱신권을 사용할 당시의 등기부상 소유자만이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만약 여의치 않아 6개월 이내로 접어들어 매도하게 된다면, 매매계약 시에 임차인의 동의를 득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만기일에 맞춰서 이사 들어오는 조건으로 집을 사고 싶어 하는데,  만기일에 이사 나가줄 수 있나요? 못 나간다 하면 못 팔지요~ 하지만  만약 협조해준다면 매매계약을 체결하겠습니다."
고 한 후 임차인이 동의하면 그 내용을 서면이나 녹취로 보관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소정의 이사비용이 협의될 수도 있다.

3. 1도, 2도 안되면 못 팔거나 아니면 임차인 승계 매매(임차인이 살고 있는 상태로 매매하는 것)로 진행해야 한다.

 

갱신권을 1회 행사했으면  2년 후에는 내보낼 수도 있고 전세금을 시세대로 올릴 수도 있으니까~



■사례 1)


매도인이 임차인 만기인 4월 25일에 맞춰 집을 팔아달라고 했다.
이 임차인은 2020년 4월경에 입주했으니 당연히 갱신권을 안 쓴 상태인데, 매도인이 "이사비용 1000만 원을 줄 테니 만기일에 이사 나가라. 집을 팔고 싶다."라고 했다. 임차인은 오케이 했다.

그런데 막상 전화해서 집을 보여달라고 하면 한걱정을 했다. 전세가가 너무 올라서 이사 갈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매수자가 바로 이사 안 들어오고 전세를 놓는다면 본인이 계속 거주할 수도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럼 그 갱신권인가 하는 걸 써서 5%만 올리고 사는 건가요?"

라고 물었다.  그래서 2가지를 이야기해주었다.

하나!
당신은 매도인한테 잔금일에 이사 나가는 조건으로 이사비용 1000만 원을 받기로 했다. 그 이사비용을 받고서  5%만 인상하고 갱신권을 사용할 수는 없다. 갱신권을 행사하려면 이사비용을 포기해라.

둘!
이사비용을 포기 못하겠으면 새로운 계약이라고 생각하고 매수인이 원하는 금액으로 전세계약을 해야 한다. 만약 매수인이 전세 안 놓고 이사 들어온다 하면 두말없이 나가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라 했더니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만연한 분쟁 중 하나가 매매계약을 먼저 해놓고서 임차인에게 "집을 매매했으니 이사비용을 받고 나가 달라!" 하는 것 때문에 발생한다.  

매매계약이 이루어진 뒤에 임차인과 협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미리 임차인의 의사를 묻고 협의하여야 한다.
판례도, 임차인의 동의를 받고 체결한 매매계약에만 매도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물론 명시적인 증거물 (문자메시지나 녹취)을 갖춰 놓은 덕분이다.


■사례 2)


작년에 어느 매도인이


 "임차인이 집이 팔리면 이사 나가준다고 했으니 팔아달라!"

고 했다. 매도인과 임차인이 이미 협의했다고 해도 매매계약을 할 때 다시 임차인의 동의를 받았다. 매매계약 후 계약금까지 받고 집을 알아보러 다니던 임차인이 며칠 후

"집이 없어서 그 날짜에 이사 못 나가겠다. 법이 바뀌어서 내가 더 살 수 있는 게 아니냐"

라고 주장했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가 집을 팔면서 임차인한테 2000만 원의 위로금을 준 것이 회자되던 때라, 갑자기 변심한 임차인 때문에 매도인이 초주검이 되었다. 임차인이 끝까지 못 나가겠다고 버티면 매수인에게 배액 배상을 해주고 계약을 해제해야 할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임차인에게 전화하였다. 왜냐하면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중개사인 나도 임차인이 이사 나간다는 걸 확인하고 계약을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동의했기 때문에 매매계약이 진행되었어요. 이사 못 나가겠다고 했으면 이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을 겁니다. 만약 잔금일에 이사 나가지 않으면 이 계약은 해제될  것이고, 그러면 계약 해제의 귀책사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습니다."

3일 후 집을 구했다고 연락이 왔다.

강조하지만,,,
임차인이 살고 있는 집을 매매할 때는 계약 체결 전에 임차인의 동의를 받고 명시적인 증거를 확보해놓아야 한다. 반면에 임차인은 이사 나갈 생각이 없다면 확실히 거부의사를 밝혀야 한다.


 민법상 구두계약도 계약이기 때문에 구두로 동의했다가 계약이 이행된 후에 번복하면 귀책사유가 인정돼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다.     

그러니 매도인(임대인)은 임차인 동의가 쉽지 않겠다 싶으면, 임차 만료일 6개월 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완료해 놓아야 한다.


*-사족 1.
임차인이 동일 주택에서 4년, 6년 혹은 몇 천년(!)을 살았어도, 2020년 7월 31일 이후 돌아오는 만기 시에는 누구나 계약갱신요구권을 1회 행사할 수 있다.

*-사족 2.
5% 인상도 무조건 가능한 건 아니다. 임차인이 부동의 하면 못 올린다.

*-사족 3.
5% 이상 인상하면 갱신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 임차인이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할 수도 있고 갱신권을 2년 후에 다시 쓸 수 있다.

*-사족 4.
묵시적 갱신되면 갱신권은 남아  있다. 2년 후 다시 갱신권을 쓸 수 있다. 갱신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해야 한다.(묵시적 갱신: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차 만기 2개월~6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계약갱신 거절 또는 계약 조건 변경에 대한 아무런 의사표시 없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된 것)

*-사족 5.
임대차 계약 시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특약을 다는 것은 무효이다. 임차인에게 불리한 조항은 언제나 무효이다.

*-사족 6.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하거나 기타 몇 가지 임차인의 의무를 위반하면 갱신권을 쓸 수 없게 된다. 의무가 선행되지 않으면 권리도 소멸된다.

*-사족 7.
법인 임대인은 실거주 사유로 갱신권을 거부할 수 없다. 또한 법인 임차인은 주임법의 보호를 받는 '중소기업 기본법에 의한 법인'만  갱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족 8.
임대인이 실거주한다고 임차인을 내보낸 후 제삼자에게 재임대할 시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따른다.

(임차인이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임대차 정보 제공 시스템을 마련했다.)

*-사족 9.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권은 이란성 쌍둥 이격. 2020년 12월 10일 이후에 갱신되거나 체결된 계약분부터는 만기 6개월~2개월 사이에 갱신 의사를  밝혀야 한다. 또한 갱신된 이후에는 임차인이  계약기간인 2년을 무조건 채워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통보한 지 3개월 후에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해줘야 한다.(갱신된 계약에서는 임차인이 만기 전에 이사 나갈 시 중개보수는 임대인 부담이다.) 단 임대인은 2년을 보장해줘야 한다.

2020년 이후 전 국민의 주거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 계약갱신요구권!

세세히 알아두지 않으면 눈 뜬 채로 코 베인다.


작가의 이전글 상가에 전입신고했더니 양도세 폭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