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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Aug 16. 2022

또 당했다!  허를 찌르는 전세 사기

공장ㆍ창고만 십여 년을 성실하게 중개해온 개업 공인중개사  K 씨.

황량하던 사무실 건너편에 신축 빌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도 나랑 상관없으려니 했다. 빌라 단지에는 중개사무소도 생겨났다.


5월 초,

앳된 목소리의 젊은 여성이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근처의 빌라 전세 매물을 보았다며 전화를 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야 해서 공인중개사가 들어간 계약서가 필요한데 중개보수 줄 테니 써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은행권에서는 직거래의 경우 전세자금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공인중개사의 명판이 들어간 계약서를 제출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계약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우니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중개사 K 씨는 주택 임대 거래는 하지 않으니 빌라 중개를 주로 하는 중개사무소연락해보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젊은 여성은 '날짜가 촉박해서 오늘 안에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빌라 단지 쪽 중개사무소는 바쁘다'라고 한다며 간곡히 부탁하였다.  중개사 K 씨는 신혼의 꿈에 부풀어 있을 젊은 사람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1시간 후 임대인과 임차인이 방문하였다.

계약서 작성 전에 미리 등기사항증명서를 열어보고 시세를 확인하여 보니, 빌라 매매가는 20,000만 원인데 전세가는 14,000만 원이어서 비교적 저렴하고 안전하다고 판단되었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작성하려면 집 상태를 확인해야 하니 집을 함께 보러 가자고 하자 임차인과 임대인이 만류하며,  '우리가 방금 꼼꼼히 보고 왔으니 설명해주겠다,  시간이 없으니 그냥 진행하자!'라고 했다.


K 씨는 신분증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계약서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도 꼼꼼히 작성해주었다.


계약서에 인적사항을 적다 보니 임대인이 외지에 살고 있는 사람이길래 왜 그 먼 곳에서 이곳에 빌라를 사두었냐고 물었더니,  아파트는 너무 비싸고 빌라는 부담이 없길래 군데군데 사두었다고 말했다.


계약은 잘 마쳤고 잔금일에 확인하니 전세금 송금이 완료되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2달 후 경찰이 방문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신축빌라는 분양과 매매는 안 되는 반면 전세계약은 쉽게 되었다. 그래서 사기범 일당은 빌라에 일단 전세보증금을 풀로 하여 임차인을 맞춘 다음 분양가와의 소액 갭 투자를 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갭 투자금 2000만 원 전후)  


이후 일당과 짜고 임차인인 척 중개사무소를 물색하여 다시 전세계약을 체결한 다음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갈취하는 수법이다.  당시 그 빌라에는 기존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현장을 방문하지 않는 대서 계약이라 임차인이 살고 있을 거라는 건 파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매매 시세보다 비싼 전세가는 깡통전세 우려로 꺼리다 보니, 신종 사기 수법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전세가로 진행하여 안심을 시키는데  이중계약인 것이다.)


전세대출금 1억을 받아서 임대인에게 2000만 원, 브로커(?)에게 2,000만 원을 주고 나머지 6000만 원은 가장 임차인이 챙겨갔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보통의 시중은행은 전세 제출을 승인해줄 때 계약자에게 <전입세대 열람원>을

떼어오게 한다.  목적물에 누가 거주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거주자가 있으면 전세 잔금일 날 이사 나가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시중은행이 아닌 금융권에서는 이 부분까지 세세하게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전세사기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K중개사는 선의로 계약서를 작성해주었다가 전세사기에 연루되었다. 당연히 고액의 손해배상 책임도 따르게 된다. 전세사기범 일당은 일부러 외딴곳에 떨어져 있어 주택 거래를 많이 하지 않고 해당 빌라의 현황을 모르는 중개사무소를 표적으로 잡은 것이다.

K중개사에게는 그 후에도 젊은 손님들이 전세계약서 좀 써달라는 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는데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뭔가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중개업을 하다 보면 직거래를 하면서 계약서 좀 써달라는 의뢰를 많이 받는다. 중개사가 직접 중개하지 않고 계약서만 작성해주는 것을 <대서 계약>이라고 한다.


중개사들은 대서 계약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계약서만 대서하는 것은 행정사법에 저촉될 수도 있고 또한 직접 중개하지 않고 계약서만 작성해주는 행위로도 해당 중개 건에 대한 책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대서 계약이니 중개보수도 당연히 안 주고 소액의 대서비만 지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개보수를 소액만 받거나 혹은 아예 안 받더라도 수령 여부에 상관없이 공인중개사의 책임은 똑같다.


그러기 때문에 그 진위 과정을 100% 파악하기 어려운 직거래에 끼어들어 소정의 대서비만 받고 계약서를 써준 후 모든 부담을 끌어안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이를 모르고 대서 계약을 해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참 씁쓸하다.


빌라 전세사기는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에게도 피해가 발생하는 크나큰 범죄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빌라 전세사기 유형


1. 매매와 동시에 매매가보다 금액으로 높은 전세계약을 맺어 차액을 챙기는 수법.


2. 전세입자가 있는 상태로 갭 투자 매매를 한 후,

 가장임차인과 이중 전세계약을 맺어 전세대출금을 가로채는 수법.


3. 매매가를 올려 써서 담보대출을 full로 받은

담보대출금을 갚는 조건으로 전세계약을 맺어 대출을 갚지 않고 전세금을 가로채는 수법.


주거지를 둘러싼 범죄행위가 일소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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