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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Aug 09. 2020

집중호우ㆍ태풍ㆍ 화재  등으로 인한 피해보상 책임

임대인한테 유리창 깨졌다고 말해달라는 임차인


몇년 전 아침,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느 임차인이 전화를 했다.

어젯밤에 우리 집 유리창이 깨졌는데
주인한테 해달라고 해야 하나요?   

아님 내가 해야 하나요?

사연인즉슨,
전날 저녁 7시경 동네 녀석들이 야구를 하는지 왁자지껄하다가
갑자기 '쨍'하고 발코니 통유리가 깨졌단다.
뛰어나가 보니 녀석들은 그새 도망가고 없더라고...


발코니 통유리는 비용이 꽤 비싸니(70만~90만)
누가 할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일단 범인부터 잡자고 했다.
그런데 임차인은 아주 귀찮아하면서...

도망친 놈들을 어떻게 잡아요?
그리고 애들이 놀다 그런 걸 잡아서 물어달라기도...
그냥 주인한테 여쭤봐 주세요~
주인이 안 해준다면 내가 해야죠 뭐.

왜 그랬을까....??
나는 그날따라 무지 열심히 임차인을 설득했다.


포기하지 말고 일단 잡아보자!
얼른 관리소에 연락해서  CCTV 확인해보라!

고 했더니..

" 아니 출근해야 하는데 언제 CCTV를 쳐다보고 있어요..ㅠ"
임차인은 좀 귀찮아하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관리소 : 아드님 있으시죠?
양 콩 : 아.. 네.. 있죠
관리소 : 아드님이 혹시 야구를 좋아하나요? ㅋ
양 콩 : 아........... 우리 아들이군요..


공인중개사인 나에게 설득당한(?) 임차인이
억지로 관리사무소에 CCTV 확인을 의뢰했고,
관리소 직원이 전날 밤의  CCTV 영상을 확인해보니 유리창으로 공이 날아온 공터는  사각지대라 확인이 불가능다.

그래서 범행 시각(?) 즈음의  각 동 엘리베이터를 확인해보니 마침 야구방망이를 든 채 고뇌에 찬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서 있는
우리 둘째 놈을 발견했더란다. 

그 녀석이 13층에서 내려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자
관리사무소가 부동산 아들놈인 것을 알아챘고....

생각해보니... 전날 그 시각에  중간고사 끝났다고,
학원 하루만 쉬고 친구들이랑 야구하러 가면 안 되냐고 전화했던 아들 생각이
그제야 .


이눔시키... 그런데 왜 한마디도 안 했지?


임차인에게  '범인이 내 아들'  이라고 이실직고했더니 호탕하게 웃으면서
' 덕분에 범인 찾았네요~~..' 했다.

그날 밤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놈에게 ' 왜 유리창 깨고 도망쳤느냐 사과드리고 엄마한테 이야기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했더니

아들놈은 타자였는데  날아온 공을 정조준하여
딱!  하고 방망이를 휘두른 순간,  친구들이 갑자기
''튀어!''  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지길래 자기도 모르게 함께 뛰었다고 한다.

거금의 유리창 비용을 물어냈다.

세를 놓은 집에 유리창 파손이나 시설물 훼손 등이 발생하였을 경우, 수리비 부담에 대한 논쟁이 있.
판례로 알아보자.

1. 태풍 등 자연재해. 천재지변

-만약 태풍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발코니 유리창이 깨졌다면, 법적으로는 이를 "불가항력에 의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다.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의 유지 보수 및 관리를 위하여 노력( 태풍이 온다는 예보를 듣고 임차인이 시설물 관리 및 파손을 대비한 만반의 준비 )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깨졌다면 임대인(집주인)이 수리해주어야 다.

하지만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손되었다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2. 도둑 침입으로 인한 피해

-도둑이 낮은 담장을 넘어 첫 번째 침입한 후 임대인이 방범창을 설치해주었는데
다시 두 번째 침입하여 피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임차인의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 수익 하게 함에 그치는 것이고,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하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등의 보호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99다 10004 판결)

3. 집중호우로 인한 공장 파손 등  판결

두 번의 집중호우로 공장에 인접한 임야 일부가 붕과되면서 밀려내려 온 토사류가 공장 벽체를 일부 파손하고 공장 내부까지 들어와 임차인 소유의 원자재 기계 및 완제품이 훼손된 사안에서, 1.2심은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 임대인이 인근의 임야가 무너질 것까지 미리 예측해서 사전에 방지할 수는 없다."
고 판결했다. (선고 2011다 107405)

4. 임차인 부재 시 화재 발생

임차인이 며칠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하여  주방 싱크대 일부가 전소되었다. 소방서에서는 화재의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하고 임차인도 자기 잘못이 아니니 주방기기의 원상회복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고 하자,

법원은 원인불명으로 화재가 난 경우 임차인이 선량한 관리 의무를 다했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라고 하였다.


임차인이 부실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싱크대 원상회복 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1999.9.21. 선고 99다 36273 판결이었다.

우리나라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므로 임차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대부분이.  그러나  임차물의 관리 책임은 임차인에게 있으므로 관리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임차인이 부담하게 되는 판결이 많다.


고로 공인중개사의 설득으로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유리창 인접거리에서 야구를 하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등 유리창 파손에 대비하지 못한  임차인이 유리창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초 6때 아들이 야구하다  깬 유리창..공인중개사인 엄마가 그냥 임대인께 전화해주고 알아서 하게 했으면 몰랐을텐데, 투철한 직업정신 덕분에 거금의 유리창 비용을 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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