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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Aug 11. 2020

이 집은 토토가 좋아하겠다~

전세 월세 집에서 반려견 키우기

2년 전에 아파트 임대계약을 해드렸던 임차인이,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옮기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마침 사무실 인근의 주택을 보여 주었더니


"아유~ 우리 토토가 좋아하겠다~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라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습니다.

그때까지는 토토? 손주? 가족 애칭? 60대 여성분이 혼자 온 거라서 가족들 중에 이런 조건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보다 했습니다.  


임차인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하니 임대인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중개사인 나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처음이 아주 좋았던 계약은, 후반전에 반전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는데, 잔금 입주일이 3~4일 남은 주말 오후에 난리가 났습니다.


그날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우리 토토예요~. 함께 살거니 잘 부탁드립니다~"


토토는 임차인이 기르는 반려견이었습니다. 이사 준비를 하던 임차인은 공인중개사도 임대인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토토에 대해 알려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임차인으로서는 본인이 사랑하는 토토가 혹시나 누군가에게 불청객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좋은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분쟁이라는 것이 생겨납니다.


평소 강아지 등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마당 넓은 집에 살면서도 그 흔한 X개 하나 기르지 않던 임대인은, 도배장판도 해줄 건데 그런 깨끗한 집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도 못마땅하고 또 개 짖는 소리가 이웃에게 피해를 줄까도 우려되었습니다. 그래서

임대인: 개 키우는 건 곤란합니다. 개가 집을 훼손할 수 있고, 또 너무 짖으면 이웃집에서 불편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 우리 토토는 그렇게 많이 짖지 않아요. 그리고 부동산에서도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그날 오후 왜 임차인한테 개를 키우는지 안 키우는지 미리 물어보지 않았느냐, 그놈의 강아지가 주인들한테나 이쁜 거지 마당을 돌아다니며 아무 데나 똥오줌 싸고 정원의 꽃밭을 망가뜨리면 어떡하냐는 걱정 많은 임대인의 항변.


요새 반려견 없는 집이 얼마나 있다고 까다롭게 구느냐~, 혹시 몰라서 미리 인사시키려고 사진까지 보낸 건데 그런 이상한 주인 눈치 보며 우리 토토를 키울 수 없다! 며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임차인...


잔금을 3일 놔두고 구경도 못한 묘령의 토토 때문에 들어간다 못 들어간다 난리가 났습니다.


먼저 임대인을 설득했습니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세대가 많으니 그런 임차인이 싫었으면 미리 "반려견 사육 금지"라는 조건을 제시하였어야 한다. 반려견이 있는 임차인을 걸러서 집을 보여줘야 하고 계약서 특약사항에도 명시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민법 조항에 명시된 의무만 다하면 될 뿐, 그 외 개를 키워도 되느냐 안 되느냐를 미리 물어보고 별도로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애완견으로 인한 계약금 반환 청구소송 2017나 63995.


세입자가 반려견을 키운다는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제한 아파트 주인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된 판결입니다.

계약 시  임대조건에 '반려견 사육 금지' 조항이 없었다면.  

세입자가 반려견을 키운다는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해서는 안된다!

2017년 2월  A 씨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4억 원에 계약하기로 하며 계약금으로 40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은 A 씨가 반려견 세 마리를 키운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계약 10여 일만에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A 씨는 위약금으로 8000만 원을 달라고 했지만, 집주인은 'A 씨가 반려견을 키운다는 얘길 안 했다'며 4000만 원만 돌려줬고 A 씨는 서울 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집주인이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것을 계약 조건으로 내세운 적 없고, 사회 통념상 아파트에서 반려견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으며, 반려견 3마리가 모두 소형견이라 이를 집주인에게 먼저 말할 의무는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판례와 함께,  요즘 반려견들은 교육을 잘 시켜서 배변도 아무 데나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유주들도 각별히 유의하며 관리하니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를 구했습니다. 평소 너그러운 마음의 소유자였던 임대인은 이해하며 넘어갔습니다.


토토 때문에 한껏 맘이 상한 임차인에게는,
'토토가 주인 닮아 예의 바르고 영리한 녀석이라고 임대인한테 잘 이야기해놨으니 걱정 말라, 동물을 가까이해보지 않은 분들은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으나 사랑스러운 토토를 보면 생각이 바뀌어서 강아지들을 좋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좋게 생각하자~'라고 설득했습니다. 다행히 모두 좋은 분들이라  양보하고 이해하며 잔금 입주가 무사히 치러졌습니다.


계약서 작성 시 ''반려동물 금지 특약'' 이 없는 경우, 임대인이 반려견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혹시 애완견을 기르는 것이 싫은 임대인은 중개업소에 집을 내놓을 때  이 부분에 대한 의사를 밝히는 게 좋습니다. 임차인들이 미리 고지할 의무는 없기 때문입니다.


임대 목적물에서 애완견 등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에는 '반려동물로 인하여 훼손된 부분이 있을 시 원상복구 해주는 조건'이나 '퇴거 시 입주청소( 냄새 등의 제거) 해주는 조건'으로 서로 합의하기도 합니다. 뭐든지 상식선에서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면 임대인과 임차인이라도 좋은 인연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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