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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Jun 08. 2021

당장 내 땅 내놔요!

경계 침범으로 발생한 분쟁 사례

단독주택 매매 계약일.

30년도 넘은 구옥을 리모델링한 집을 한번 보고 반한 50대 부부는 계약하면서도 내내 싱글벙글했다.

계약서를 작성해 마주 앉으니 매도인이 꺼낸 한마디!


"우리 집 마당이 앞집에 조금 들어가 있고, 뒷집 땅이 역시 우리 집에 조금 들어와 있어요. 워낙 오래된 집이라.. 그러니 나중에 집 새로 짓거나 할 때 그때 같이 측량해서 하시면 돼요~"


네? 네?

예쁜 담장까지 둘러져 있던 집이라 미처 생각을 못해서 숨이 턱에 터억~ 걸리는데,  의외로 매수인이 대수롭지 않게 치고 나왔다.


"아 시골집은 그런 거 많잖아요~ 전에 살던 집도 그랬어요. 면적만 맞으면 되죠 뭐~"     


맞다. 옛날 집들은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과거 아날로그 방식으로 측량이 된 채 그대로 사용해오다가 뒤늦게 실제 현황과 지적공부 상의 경계가 달라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매수인에게 측량을 하시겠냐고 묻자, 됐다고 나중에 집 새로 짓거나 할 때 하죠 뭐.라고 했다.

양쪽에 ‘그럼 문제없으시죠?’ 확인하고 계약서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완성해 서명 날인했다.



잔금 후 6개월이 경과했다.

외출해서 일 보고 있는데 매수인이 방문해서 난리를 친다고 직원이 혼비백산해 전화했다.

매수인과 통화해보니,      


“뒷집 땅이 들어와 있는 걸 속이고 중개했으니 손해배상을 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중개사를 고발하겠다”    

 

계약 당시의 상황을 환기시켜도 못 들었다! 자기는 모른다고 딱 잡아떼며, 그런 집이면 내가 왜 사겠냐 중개사가 책임지라고 막무가내였다.


매도인에게 전화하니, 계약 시에 다 이야기했고 괜찮다고 했으면서 왜 이제야 난리냐고 법대로 하라고 했다.


다음날 매수인 부부가 사무실로 다시 쳐들어왔다. 아무리 설명해도 무조건 중개사가 속이고 중개했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도 없지 않으냐 고발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마음에 들어하며 산 집이니 좋게 좋게 설득해보려 했는데 말이 안 통했다.


본인들이 누구보다 상황을 잘 알고 있고 또 스스로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매도인과 통화하거나 대면해서 이야기 하지는 않으려 했다. 왜냐면 맞대면하면 거짓말인 것이 그대로 탄로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억지를 부려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이나 받아볼까 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매도인 매수인 서로 합의되어 미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하지 못한 실수는 인정하지만,  확인설명서에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구두설명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그로 인한 처분은 면할 수 있다는 국토교통부 해석이 있다.


이 사안은 계약 날 매도인이 먼저 경계선 침범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공인중개사가 매수인에게 측량하고 계약하겠냐고 물었을 때  "시골집은 그런 게 많으니 면적만 맞으면 된다. 나중에 집 새로 지을 때 측량해서 하겠다"라고 이야기하여 마무리된 상황이니,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매도인이나 중개사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할 텐데, 승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왜냐면 중개사도 매도인도 사실에 입각하여 증언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호한 답변에 매수인 부부는 당황한 듯 쭈뼛거리다 나갔다. 그리고 30분 후 매수인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굳이 문제 삼으려고 한건 아니니 뒷집 할머니를 만나서 맞물린 땅을 팔도록 협상해달라고 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뒷집 할머니를 찾아갔다.

뒷집 할머니네 마당 앞에 40분 정도 쪼그려 앉아 기다리니 동네 마실 나간 할머니가 돌아오셨다.


사연인즉슨,

할머니네 마당에 닭을 키우고 있는데 매수인 부부가 닭소리가 시끄럽고 닭똥 냄새가 싫다고 투덜대다가 어느 날 밤 마당에 몰래 들어가 닭 모가지를 비틀어 죽였단다. 어이없고 화가 난 할머니가 ‘당장 그 집에 들어가 있는 내 땅을 내놓으라!’ 고 했던 것. 너무 매정한 사람들이라고 그 사람들한테는 땅 팔 생각 없다고 팔짝 뛰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시골 동네 순한 인심에 집집마다 서로 맞물린 땅을 굳이 내놓으라 할 마음은 아니었으나 남의 닭을 비틀어 죽인 억하심정으로 오기를 부린 듯했다.  매수인에게,


"뒷집 할머니는 땅 팔 생각 없다 하니 그냥 잘 지내시는 게 좋겠어요.  시골에는 닭도 강아지도 식구나 마찬가지이고 남의 집 재산이니, 혹시 불편함이 있더라도 함부로 하면 안 돼요.  할머니께 잘 익은 수박이라도 한 통 사들고 가고, 오다가도 마주칠 때 인사드리면 당장 큰일은 없을 것 같아요"


 라고 전했다.     

          

경계측량에 대한 확인 설명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 경계를 확인하여 설명하지 않은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 판례


매수의뢰를 받아 각 부동산에 대한 매매 중개를 함에 있어 중개업자는 각 부동산 현황 및 입지에 대해 경계측량을 한 사실이 있는지 그 결과는 어떠한지 등에 대해 조사 확인하고 이를 원고에게 제시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경계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이를 설명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음으로 손해액의 50%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판결
(부산지법 2013.4.18. 선고 2011 가합 24138)


● 매매계약 후 경계 침범 문제가 발생한 경우 판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1.《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다 33570 판결》

매매계약에서 건물의 일부가 경계를 침범하여 이웃 토지 위에 건립되어 있는 경우에,  매도인이 그 경계 침범의 건물 부분에 관한 대지 부분을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하지 못하는 때에는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하여 민법 제572조를 유추 적용하여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략)

이 사건 대지 및 건물은  경계 옹벽 및 건물의 일부가 이웃 토지를 침범함으로써 통상의 부동산이 갖추어야 할 상태를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 매수인에게 목적 토지가 지적도상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미리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매수인)에게 그 하자를 알지 못한 데 대하여 과실이 없다고 하여, 피고(매도인)가 원고에 대하여 민법 제580조의 하자담보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2. 민법 제572조의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제572조: 권리의 일부가 타인에게 속한 경우 매도인의 담보책임.
1. 매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일부가 타인에게 속함으로 인하여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을 때에는 매수인은 그 부분의 비율로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2. 전항의 경우에 잔존한 부분만이면 매수인이 이를 매수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만 선의의 매수인은 계약 전부를 해제할 수 있다.

3. 선의의 매수인은 감액 또는 계약해제 외에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즉, 민법 제572조를 적용하여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람 간의 분쟁은 아주 당연하고도 사소한 일을 소홀히 한 대서 발생한다.       


프랑스의 루이 7세는 영국의 엘레나 공주와 결혼하면서 '귀엔느'와 '프와투'라는 두 지방을 지참금으로 받았다. 행복한 신혼 생활을 마친 루이 7세는 십자군 전쟁에 참여 후 다시 프랑스로 돌아올 때 수염과 구레나룻을 말끔히 깎고 나타났다.


왕이 구레나룻을 없애고 온 모습을 본 엘레나 공주는 더 이상 왕을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이혼을 통보하고 영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결혼 당시 지참금으로 가져갔던 '귀엔느'와 '프와투'의 소유권 반환을 요구했다. 이에 화가 난 루이 7세는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은 무려 301년이나 지속되었다고 한다. 국가 간의 전쟁도 이런 사소한 이유로 발생하기도 하는데, 하물며 사람 간의 분쟁은 오죽하겠는가. 이해할 수 없는 분쟁이 없고 해결방법이 없는 분쟁도 없다. 다만 이견이 생겼을 때 어떤 마음으로 임하느냐가 문제이다.    


열흘쯤 후 매도인한테서 연락이 왔다. 매수인 부부가 찾아와서 사과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개사님한테도 가서 사과하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했는데 혹시 방문했더냐고 물었다.


걸어와도 1시간이면 될 거리에서 몇 년째 도착을 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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