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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Jun 12. 2021

아파트와 상가, 우리가 남이가~~

집중호우 쏟아지던 어느 날.


사무실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해 있는데, 비가 순식간에 너무 많이  와서 상가 앞 하수구가 역류했다.

사무실 안으로 넘쳐 들어올  상황이 되어 다급한 마음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더니


" 그건 상가 하수구니 상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세요.. 상가는 우리한테 관리비를 안 내니  우리가  못해요! "


라고 단호히 잘랐다.


졸지에 물난리를 당하게 된 상가 사람들이 허둥지둥 모여서 회의를 했다. 


설비업체를 불러서 하수구를 뚫어달라고 하자!


그러나 때아닌 집중호우에 설비업체마다 비상이 걸렸는지 바로 올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발을 동동 구르며 다시 하수구로 나가보니,

상가와 아파트 경계쯤 되는 위치에 있는 하수구가

순식간에 밀려오는 빗물로 역류해서,

비스듬히 낮은 지대에 위치한 상가 사무실  안으로

넘쳐 들어올 판이었다.


상가 출입문마다  여기저기서 구해온 헌 옷가지로

막아놓아서 무슨 수해 난민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유심히 둘러보니, 아파트 도로 곳곳에서 빗물이 강물처럼 흘러내려오면서  바닥에 깔린 낙엽까지 휩쓸어오는 바람에 하수구가 막혀서 생긴 난리였다.   


덕분에 물이 한강처럼 범람하여 아파트 입주민들도 지나다니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돌아가고 있는 초유의 상황.


그런데 관리사무소는,


'상가는  관리비 내는 아파트가  아니니 상가 자체적으로  사람 불러서 뚫어라'

라고 다니...


관리소장한테 다시 전화했다.


"소장님!

말씀하신 대로 하수구가 상가 꺼는 맞는데요~

자세히 보니  물이랑 낙엽은 아파트 꺼네요.

물은 아파트 쪽에서 흘러내려오고 있고!

하수구에 낀 낙엽도 아파트 나무에서 떨어진 거네요.


그러니  우리가 설비업자 부르기 전에

우리 하수구에서 아파트 꺼 물이랑 아파트 꺼 낙엽은 빼가 주세요~!!"


10분 후 관리소장직원들을 데려와서

하수구를  뚫었다... 두말없이 뚫었다.

순식간에 뚫은 뒤 사무실 입구 막아놓은 헌 옷가지도 깨끗이 치워갔다.

그리고 그 뒤로 비만 오면 와서 수시로 막히지 않게 들여다보았다. 





"부동산은 차를 어디다 대요?

 상가 주차장에는 없던데..."


며칠간  외근을 하다  출근했더니 미용실에서도, 세탁소에서도, 슈퍼에서도  

눈만 마주치면 주차 이야기를 다.


내용인즉슨

상가 주차장이 좁아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데, 얼마 전부터 갑자기 자동차 위에  경고문이 올려져 있었다.


그래도 계속 주차를 했더니 '이제 안 뜯어지는 스티커를 붙이겠다'라고 경고장이 붙여져 있었다는데,   앞으로 상가 점주들이나 이용객들은 주차를 어디다 해야 하냐고  한 걱정을 했다.


그래요?


바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ㅡ 상가 차량에 주차 경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는데 맞아요?


ㅡ 네 맞습니다.


ㅡ  상가 점포주들뿐 아니라 상가 손님들의 차량도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여러 건 있는데 혹시 아시나요?


ㅡ.......


잠시 후...상가점포주들도  아파트 주차장에 편히 주차할 수 있게  조치할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연락이 왔다.




◆ 아파트 입주민,  상가 손님 주차 방해할 수 없어


아파트에는 필연적으로 부설된 상가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상가 손님의 주차를 다소 제한하고 있다.


이에 관해 일관된 대법원 판례가 존재한다.


대법원 판례가 선고되기 전 고등법원에서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상가 입주민 또는 손님의 차량을 제한하는 것이 일정 범위 내에서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고등법원 재판부는 상가 구분 소유자(상가 입주민 등)가

 "대지사용권을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없다"면서 "(그들의) 대지사용권에 기한 주차장 사용은 승용 및 승합차를 기준으로 지정된 2대는 주차 스티커를 발급받고 나머지 차량은 주차장 운영 내규에 따라 방문차량으로 통행, 출입, 주·정차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민법상 공유의 법리 등을 근거로 이와 다른 판단을 했다.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다 89910,89927 판결)



대법원 재판부는

 "1동의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그 건물의 대지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 각 구분소유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지에 대해 가지는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그 건물의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가진다"


 " 이러한 대지사용권에 기해 차량들을 주차장에 통행, 출입 및 주·정차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고 판단했다.


아파트 입주민은 아파트 주차장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고 손님들이 찾아왔을 경우 주차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런 반면 상가 입주민에는 다른 기준을 둬 손님들의 주차에 시간적 제약을 두거나 아예 주차 요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아파트 주차장은 아파트 입주민 공용 부분이기도 하지만 상가 입주민의 공용 부분이기도 하다고 봤다.


그러므로 공유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그 비율에 상관없이 주차장(대지 전부)을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민법의 공유 관련 법리를 적용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의 상가 손님들에 대한 주차 방해 금지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결론적으로 아파트와 그 부설 상가는   공유시설에  대한 권리를 함께 갖는다는 사실.


아파트와 상가,

우리가 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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