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차 운전자가 '정말 박았는지' 블랙박스를 확인해봐야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블랙박스 플레이를 휴대폰 어플로 해야 한다고 집에서 뭔가를 가져오고 하느라 한참이 소요되었다.
나는 출근도 바삐 해야 하고 차도 별 이상이 없어 보여서 그냥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하지만 차를 접촉시켜놓고 빨리 가라고 소리 지르고 빵빵거리던 것이 나름 괘씸했다. 나도 꽤 뒤끝이 작렬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래서 '그냥 됐다 하고 가고 싶은 천사마음'과'박아놓고 빵빵대? 심퉁대는 악마마음'이 머리속에서 부산한 논쟁을 하고 있었다. 한참 후에 뒤차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부딪친 것 맞네요.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물었다.
출근해야 하니 사무실로 가서 차를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서로 네 차도 찍고 내 차도 찍고 휴대폰 번호를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사무실로 와서 환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보니, 뭔가 뒷 범퍼가 조금 이상해 보였다. 기분 탓이겠지... 살짝이지만 스크래치도 생겼다.
아 귀찮아....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뒤에서 박아놓고 적반하장 격으로 소리 지르고 빵빵거리던 것이 못내 기억에 남아서 털어지지 않았다. 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더니 사람 마음은 사소한 차이에도 영향을 받는구나'... 결국 그냥 별일 없었던 걸로 끝내자 결정할 무렵, 지인이 그래도 카센터에 가서 괜찮은지 확인은 해 보라고 조언을 했다.
"그 뒤차 얄밉네.. 그냥 넘어가더라도 얄미우니까 카센터 가서 확인은 해봐"
다음날 출근길에 카센터에 들렀더니 카센터 사장님이 뒤 범퍼를 가리키며 말했다.
"뒤 범퍼가 밀렸네요. 보세요 떴잖아요. 그리고 요 부분에 흠집이 생겼죠? 이거 아랫 범퍼는 플라스틱이라 겉에는 멀쩡해 보여도 안쪽은 망가졌을 수도 있어요. 교체하셔야 합니다!"
결국 차를 입고시키고 보험처리를 하고 뒤 범퍼를 교체했다.
도로에서 차가 부딪쳤을 때, 바로 사과했으면 괜찮다 하고 끝났을 일이었다. 후일에 무슨 뒤탈이 있을지언정, 나는 차에 대해 모르고 외관상으론 문제없어 보였으니까.
그런데 박아놓고도 모른척하고 오히려 시끄럽게 빵빵거리고 빨리 가라고 소리 지르는 통에...... 결국 보험처리를 하고 뒤 범퍼를 교체하게 됐다.
사람 사는 일이 다 이렇다.
살면서 이런 일 분명히 있다. 초반에 정직한 자세로 임했으면 조기 수습되었을 일이, 억지를 부리거나 우회하려다 오히려 걷잡을 수 없어지기도 하는 경우 말이다.
이번 사건으로 깨달은 세 가지 교훈!
1. 잘못을 한 것 같으면 솔직하게 인정해야 해결이 원만하고 쉽다!
2. 가벼운 접촉사고라서 외관상 이상이 없어 보여도, 카센터에 가서 확실히 확인은 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