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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Jul 19. 2021

월세를 연체하면 사라지는 것들

고개만 돌려도 땀이 송글거릴 것 같은 아침.


출근 전부터 전화기에 불이 났다. 사무실 주변 빌라의 임대인인데 임차인과 분쟁이 생긴 모양이었다.



"한 번도 월세를 제대로 낸 적이 없어요. 전화도 잘 안 받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월세가 너무 많이 밀렸으니 당장 이사 나가라고 했죠."


10년 넘게 거래해도 목소리 한번 높게 낸 적 없는 임대인이 마구 흥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전 임차인도 월세를 장기 연체해서, 결국 보증금을 다 까먹고 야반도주(?)를 했다. 임차인이 월 차임을 2회 이상 연체하면 독촉도 하고 대비도 해야 한다고 몇 번 조언을 해주었는데도, 마음 약한 임대인은 '오죽하면 집 월세도 못 내겠어요.' 라며 망설였다.  


결국  말 못 하고 망설이는 사이, 연체된 월세가 보증금을 껑충 넘어섰다. 몇 날 며칠을 속 끓이다가 전화해도 안 받아서 찾아가 보았더니 이미 짐을 빼고 이사 나간 뒤였다. 도시가스며 전기 요금 등 각종 공과금도 장기 연체되어 있어서 피해액이 컸다.


노후를 대비해 여유돈에 맞는 소형 빌라를 구매해서  월세 수익 좀 내보자 한 것인데, 어찌 된 일인지 들고나는 임차인마다 속을 끓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월세 계약이라고 해서 모든 임차인이 연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와 여타 사정으로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종종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이번 임차인도 입주 시부터 월세를 밀리기 시작하니 단단히 거액의 교육비를 치른 임대인이 수시로 밀린 월세를 독촉했지만, 해결이 안 되니 결국 1년째 되는 날  계약해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자마자 임차인이 갑자기 밀린 월세를 모두 입금한 것이다. 그리고는 임대인한테 전화하여



"밀린 월세를 다 납부했으니 나는 계속 살 수 있다."

라고 주장했다.



그간 속 썩인 임차인이 얄미워서 내보내고, 요즘 시세가 두배쯤 올랐으니 인상된 금액으로 새 임차인을 구하고 싶었던 임대인한테는 낭패했다. 그래서 부동산 사무실로 전화하여



"1년 가까이 월세를 독촉해도 안 내더니 해지 통보할 때 갑자기 내버려도 법적으로 문제없나요?"


라고 물었다.

실무에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월세 계약과 관련해서는 유념해야 할 사항이 3가지 있다.



1. 주택임대차는 2기분, 상가임대차는 3기분을 연체하면 계약해지 가능.



월세를 연체하고 싶은 임차인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부득이 연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연체하는 순간 임차인의 권리도 상실된다.  1번 연체했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주택임대차는 2기분, 상가임대차는 3기분을 연체하면 임대차 보호법에서 보호하는 임차인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2기분, 3기분 연체라는 것은 '연속해서 2달 혹은 3달을 연체해야 한다'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① 연속해서 2, 3개월 연체하는 것 뿐만 아니라


② 거주 기간을 통틀어서 띄엄띄엄 한두 달씩 연체하여 총 연체 개월 수가 주택임대차는 2기, 상가임대차는 3기에 달하면 해당된다.


③또한  여러 달에 걸쳐 월세금을 조금씩 연체한 금액의 합계가 2개월, 3개월분에 달하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고 인도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아 집행하면 소송비용, 집행비용까지 임차인이 부담해야  한다.



2.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기회 박탈



요즘 주택임대차나 상가임대차에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법이 많이 강화되었다.  그래서 주택 임차인은  기본 계약 기간 2년 후에 1회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다시 2년을 거주할 수 있고, 상가 임차인은 동일 장소에서 10년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상가 임차인에게는 기간 만료 시점에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월세를 연체하면 (주택은 2기분, 상가는 3기분) 이러한 권리들이 박탈된다. 특히 상가 임차인은 권리금 회수 기회를 놓치게 되면 부담하지 않아도 될 원상복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만약 연체된 월세를 일시에 납부하면 임차인의 권리를 회복할 수 있을까?  



3. 계약해지는 해지 통지 시에 연체 사실 없으면 해지 불가!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권은 현재 연체 없어도 과거 연체 사실만으로도 거절 가능!



이 부분에 대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①임대인이 계약해지를 통지하려면 '현재' 연체가 있어야 한다. 통지하기 전에 임차인이 밀린 월세를 납부해버리면 계약은 해지할 수 없다.  


②그러나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권은 다르다. 임대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하기 전에 밀린 월세를  깨끗이 납부했더라도 이미 상실된 권리를 회복할 수 없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과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권은 갱신 요구나 권리금 회수 청구 시점에는 연체가 없으나, 과거에 2회(주택) 또는 3회(상가) 연체한 사실만 있어도 당사자 간 신뢰를 기초로 하는 임대차 관계에서 신뢰 관계가 깨졌다고 보고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되는 점 유의해야 한다.
(대판 2020다 255429 판결)


또한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임대차의 경우, 임차인이 3기의 차임을 연체하면 임차인이 지은 건물에 대한 지상물 매수청구권도 상실되는 점 유의해야 한다.
(대판 2003다 7685).



4.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하면 보증금에서 공제하면 되므로 문제 없다?



"보증금이 있잖아요. 그러니 월세를 연체하면 나중에 보증금에서 공제하면 되잖아요."


임차인 중에는, 보증금이 있으니 다소의 연체가 있더라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임대인이 승낙하지 않는 한 보증금과 월세는 별개이고, 보증금에서 밀린 월세를 공제하라고 주장할 수 없다. 보증금이 있어도 월세가 연체되면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빌라 임차인은 임대인이 계약해지를 통지하는 내용증명을 수령하기 전에 연체 월세를 모두 납부했으므로 계약해지를 당하지 않게 된다. 계약 만료일까지 거주할 수 있다.(물론 연체를 안 한다는 가정하에).  그러나 계약 만료 6개월~2개월  사이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연체 사실이 있으므로 임대인이 계약갱신요구권 거절 가능)



최소한의 의무도 없는 권리는 없다. 좋은 권리일수록  의무 이행이 필수적이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전월세 매물이 없는 국내 사정을 감안한다면 권리가 상실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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