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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갱도요새 Apr 13. 2021

상간남이 집에 와서 성관계했으면 주거침입죄?

제와피가 부릅니다, 니가 사는 그 집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104120199&t=KO


어제 포털사이트 메인을 뜨겁게 달군 바로 그 뉴스!

제목도 자극적이다. '내연녀 집에서 성관계 100차례! 죄목은 주거침입!'

JYP가 2007년에 <니가 사는 그 집>을 불렀을 정도니 '집'이라는 공간에는 전국의 상간남녀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보다.


(서초동의 많은 변호사들을 먹여살리고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빈도로 이루어지는 소송이 바로 상간남/상간녀 소송이다. 배우자에게 배신당한 당사자들은 너무나 고통스러워 하지만, 제3자가 보기에는 언제나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하다. TV 프로그램에서도 각종 놀라운 불륜사건(?)들이 다루어진다. 물론 배신당한 당사자들의 사연을 들으면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배우자를 끝까지 믿었는데 여러모로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어제 핫이슈였던 뉴스 내용은 이렇다.

상간남이 교제하던 여자의 아파트에 가서 100회 이상 성관계를 했다. 여자의 남편은 해외에 거주중이었는데, 3개월에 한 번씩 귀국해서 10일 정도 그 집에 머물렀다. 남편은 뒤늦게 아내의 불륜사실을 알고 상간남을 주거침입죄로 형사 고소했다. 법원은 남편이 해외에 나가있긴 했지만 '아파트에 대한 지배관리관계'가 있다고 보아 상간남에 대해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다. 


(주거침입죄가 성립했다는 사실보다 100회나 성관계를 할 수 있냐는 것에 놀라는(?) 댓글이 많긴 했는데 진술 내용을 보면 2016년 6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주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A씨가 아파트로 와 100여차례 성관계를 했다는 것으로 약 1년 4개월간의 기간 동안 100회였으니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새삼스럽게 법원이 상간남의 주거침입을 인정한 것은 아니고, 변호사들이 형사 판례를 달달 외우며 공부하던 시절에 다 한 번씩 봤던 내용의 판례일 정도로 오래된 내용이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그 시절부터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을 정도로 법조계 내에서도 찬반논쟁이 뜨겁다.



가.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서 그 주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전원이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할 것이나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ㆍ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ㆍ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나. 동거자중의 1인이 부재중인 경우라도 주거의 지배관리관계가 외관상 존재하는 상태로 인정되는 한 위 법리에는 영향이 없다고 볼 것이니 남편이 일시 부재중 간통의 목적하에 그 처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도 남편의 주거에 대한 지배관리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봄이 옳고 사회통념상 간통의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남편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여지므로 처의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남편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은 깨어졌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출처 :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 종합법률정보 판례)



판결문의 내용이 아주 어렵지만 요약하자면, 한 집에 여러 명이 살고 있을 때 한 명의 승낙을 받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사일 것으로 추정되는 의사'에 반한다고 보여진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살고 있는' 사람은 부재중이어도 '척 보기에 살고 있는 것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된다는 거다.


이 판례는 예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 집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 무슨 주거의 사실상의 자유와 평온을 침해받을 수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동의를 얻어서 들어갔는데, 그 집에 있지도 않았던 다른 동거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해야 하냐는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 몰래 수없이 많은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왔다. 친구들이랑 게임을 하다가 아빠의 업무용 노트북을 고장내기도 했다. 부모님이 알았다면 당연히 못 데리고 오게 했을 거다. 저 판례대로라면 우리 부모님이 내 친구들을 주거침입으로 고소한다면 내 친구들이 내 동의를 받아서 왔건 말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상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든 예라 완전히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리만 따지면 그렇다. 나는 수없이 많은 주거침입죄의 교사범이었다.


저 판례가 생겼을 무렵인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는 간통죄와 호주제도가 존재했다. 여자는 남편에게 종속되어 있었고,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사랑을(했건 그냥 성관계만 했건) 한 것은 범죄였고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러니까 그 시절에는 '간통죄'라는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집에 들어갔던 것이고, 집의 주인은 아내가 아니라 호주인 남편이었기에 저런 판례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강산이 세 번 바뀌어서 간통죄와 호주제도가 모두 폐지되었다. 호주제도는 당연히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사고방식이라 사라졌고, 간통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거침입의 법리도 바뀔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주거에 찾아가서 불륜을 저질렀다면 손해배상 위자료를 더 늘려주는 방향으로 가야지 그걸 형사처벌까지 할 문제인가 싶다. 남편이 아내한테 말도 안 하고 술 먹고 2차로 직장 동료들과 우르르 집에 오면 그것도 형사처벌을 할 건 아닐텐데 말이다. 아파트 공용공간도 '주거'에 해당되는데, 그럼 남의 집 배달하러 온 오토바이가 시끄럽다고 다른 입주자가 주거침입으로 고소하면 그것도 형사처벌을 할 셈인가?


그렇다면 위 사건에서 아내는 교사범일까? 아내도 그 집에 사는 사람인데 주거의 평온이 반만 깨진건가? 내 집에 내가 들어오라고 동의도 못해주면 주거의 평온과 자유는 도대체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 투성이인 판례다. 나만 그런게 아니고 1980년대부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 의문을 가졌던 판례다. 아직도 의문이 해결되지 못했다. 빨리 대법원에서 해결을 해줘야되는데 마땅한 사건이 없나보다. 그래서 판사님의 소신에 따라 위와 똑같은 사실관계를 가진 사안에서 무죄를 선고한 경우도 있다(https://www.lega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205). 이것도 1심은 유죄였는데 2심에서 무죄가 나왔으니 또 판사님들 의견이 다 달랐던 셈이다. 



피고인은 피해자(B의 남편)와 B 부부가 공동으로 생활하는 주거인 위 공소사실 기재 장소에 피해자가 일시 부재중인 때 B와의 간통의 목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들어간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들어갈 당시에 B가 피고인에게 문을 열어주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들어오도록 한 사실 또한 인정되는바,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피고인은 위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할 수 있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공동거주자 중 1인인 B의 승낙을 받고 평온하게 들어간 것이므로 피고인이 위 주거를 침입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설령 그것이 당시 부재중이었던 다른 공동거주자인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것임이 명백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달리 보기 어려운바, 즉 위와 같은 과정에서 피해자의 주거권이 침해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을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부재중인 다른 공동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 유무가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주거침입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이 위 주거를 침입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


출처 : 리걸타임즈(http://www.legaltimes.co.kr)



위 판결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아무튼 변호사 입장에선 형사 고소까지 같이 하는 것이 할 일이 많아서 더 좋다. 할 일이 많다는 건 결국 수임료가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판사님이 그런 부분까지 심도있게 고민하셔서 법조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내린 결정일 수도 있다(?). 


위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전여친의 집의 창문틀을 뜯어내서 핸드폰을 집어넣은 뒤 내부를 훔쳐본 주거침입죄에는 주거침입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며 벌금형 100만원을 선고했고(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32709598255279), 이 사건에서 아내의 동의를 받고 집에 들어간 상간남에게는 벌금형 500만원을 선고했다. 전 여친 집 창문틀 뜯어서 훔쳐본 것보다 거주자 중 일부의 동의를 받고 들어간 사람에 대한 처벌 수위가 더 높아야 하나? 이래저래 의문이다.






위 글 게시 이후에 2021. 9. 9.자로 선고된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로 판례가 변경되었습니다.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판례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 바뀌었습니다. 간간히 상간남 주거침입으로 글을 검색해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내용을 추가합니다. 이제는 아내의 허락을 받고 집에 들어온 상간남에게 더 이상 주거침입죄를 물을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법원 보도자료내용입니다.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안철상)은 2021. 9. 9. 아래와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음
-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출입하였는데도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83도685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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