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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갱도요새 Nov 23. 2022

저스트 원 텐미닛, 부자가 되는 시간

아무것도, 제주 - 제주여행 2일 차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이 유행해서 너도 나도 아이유가 되겠다며 보라색 널디 트레이닝복을 입던 시절이 있다. TV를 전혀 보지 않는 나는 역시나 또 그 프로그램을 안 봤는데, 부모님이 엄청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다. 이효리는 언제 봐도 멋있지만 아무튼 나는 TV를 안 본다. 


<효리네 민박>을 한 번도 보지 않은 내가 제주 워크샵 계획을 짜면서 효리네 민박에 가자고 했다. 효리네 민박집은 지금 <소길별하>라는 이름의 소품샵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는 소품샵 구경에 환장하는 사람인데 심지어 집도 예쁘다고 하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차를 댈 수 있는 입구에서부터 집까지 한참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 올라가는 길에 모 변호사님이 핸드폰으로 이효리의 텐미닛을 재생했다. 뚜둥~ 뚜뚜둠~ 둠 둠 둠 둠 둠뽑삐빠삐삥뽕 저스트원텐미닛~ 어딘가 그 시절 갬성이 느껴지는 뽕삘 멜로디에 문법에 맞지 않는 가사가 소길별하에 울려 퍼졌다. 이효리는 속세를 떠나(?) 제주도에 이렇게 예쁜 집을 짓고 뭘 하고 싶었을까.



소길별하에선 음료 한 잔과 과자 하나씩을 내주었다. 소품샵 자체는 규모가 작아 그렇게 오래 볼 건 아니었고, 그저 그 공간에 머물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었다. 다들 정원에 적당히 자리 잡고 앉아 음료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각자의 인생샷을 남기고, 음악을 듣고 앉아 있으면서 한 시간 동안 시간을 보냈다. 나는 떠들면서 놀다가 나중엔 혼자 조용히 그림을 그렸다. 


사무실 사람들이 다들 처음에 얘기 들었을 땐 소품샵을 도대체 왜 가나 싶었는데 막상 와 보니까 너무 좋다고 했다. 아니 계획 짤 때는 다들 아무 말 없더니...! 막상 다들 가기 싫었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계획을 짠 나는 억울했다. 불만이 있어도 다들 말하지 못하는구나. 도대체 어떻게 물어봐야 다들 편하게 속마음을 얘기해줄까. 사회생활은 늘 어렵다.


정원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고 멍 때리고 있었더니 돈이 많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모두가 좁은 서울에 꾸역꾸역 모여 사는 한국 사회에서 내 정원에 내 벤치가 있는 삶을 누리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앞으론 동네 공원이라도 좀 나가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효리네 민박>이 도대체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효리가 진짜 개부자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나도 이렇게 사치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놓고 '소박하게 조용히 살고 싶다'라고 하면서도 방송에 나와 결국 조용한 삶을 방해받는 모순적인 삶을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모순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 돈이 있으면 모순적인 양면을 모두 충족시키며 살 수 있는 것이다! 크 부자의 삶이란!


소길별하에서 회사 사람들이랑 부자의 삶에 대해 한참 떠들었다. 얼마나 부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나는 3초 고민하다가 빌 게이츠라고 대답했고, 다들 야유했다. 나는 어차피 망상인데 꿈은 크게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리고 꿈을 더 크게 갖기 위해 일론 머스크라고 나의 대답을 정정했다. 쉼을 위한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니. 궁극적인 쉼은 결국 돈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저절로 머리가 긁적여졌다. 오래전 유행했던 미드 <가십걸>에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사람은 어디서 쇼핑해야 되는 지를 몰랐던 거야.'라는 명대사가 있었다. 결국 우리는 전시된 행복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데 요즘은 그게 더 심해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TV도 보지 않고 인스타그램도 하지 않는다. 



9.81 파크에 카트도 타러 갔다. 실내 게임장도 있어서 양궁 게임도 했는데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다. 활을 들고 시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팔이 후들거려서 꽤 힘들었다. 제대로 양궁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운전면허가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필요한 순간에는 택시를 타는 것이 유지비 면에서 훨씬 경제적이고, 내가 워낙 길치에 멀티 태스킹이 안 되는 사람이라 내비를 보며 운전을 한다는 것이 두려워서 그렇기도 하다. 언젠가 차를 살 타이밍이 오면 운전면허를 딸 건데 지금 따도 어차피 그때까진 장롱면허가 될 것이라 미리 따지 않고 있기도 하다. 이걸 설명하기는 좀 번거로워서 늘 왜 면허를 안 따냐는 질문에 람보르기니 우라칸 살 때까지 면허를 안 딸 것이라고 대충 설명한다. 카트를 타고 운전체험을 해봤더니 역시 나는 운전을 썩 즐기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속도가 올라가도 날아갈 것 같아서 좀 무서웠다. 얼마나 안전운전을 했는지 나보다 늦게 출발한 사람이 나보다 먼저 도착했다.


카트를 타고 공식적인 워크샵 일정이 끝났다. 다른 사람들은 다 공항으로 이동하고, 나랑 후배 변호사님 한 명은 하루 더 같이 놀기로 해서 고내리 쪽의 숙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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