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이란 말을 들으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 자막처럼 짧은 순간에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장면들이 있다. 고속열차의 창밖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멋진 풍경, 어둠이 내려앉은 프라하 까를다리 위 어느 뮤지션의 버스킹, 증도 짱뚱어다리에서 본 붉게 물든 저녁노을, 밤안개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는 하코다테의 야경 등등. 여행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늘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소설가 '마르셀 푸르스트'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100세 인생 시대다. 늘어난 수명만큼 건강관리를 잘해서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을 다 여행해 보자. 여행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해보자.
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소설가 '마르셀 푸르스트'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100세 인생 시대다. 늘어난 수명만큼 건강관리를 잘해서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을 다 여행해 보자. 여행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해보자.
3. 내가 여행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한 번뿐인 내 삶을 더 활기차고 윤택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나는 번아웃이 엄습해오기 전에 정기적으로 여행을 한다. 마치 당 떨어지기 전에 당을 보충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꽤 오래전부터 해 온 정기적인 여행은 내 삶의 루틴으로 안착되어 있다.
조금 뜸해졌다 싶으면 여지없이 마음속에서 소요가 일어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마따나 그것은 어쩌면 ‘병(病)’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말이지 가슴 저 밑바닥에서 끊임없이 울려오는 먼 북소리이다. 그것이 나를 길 떠나게 한다. 국내든 해외든 딱히 목적지가 중요하진 않다. 산이든 바다든 섬이든 육지든 상관없다. 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자 과정이자 보상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삶이 나를 속이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재의 삶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하기 위함이다. 살면서 누구나 다 화나고, 울고 싶고, 억울하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때마다 여행을 선택했다. 낯선 곳,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나면 다시 작은 용기가 생겨나곤 했다.
일찍이 푸쉬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라고 했지만 모든 사람이 성인군자가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 삶이 나를 속여서 화가 나거나 속이 상할 때는 마땅히 그에 합당한 처방과 조치를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쌓여서 자칫 큰 병이 된다. 스트레스 관리의 철칙은 그때그때 적절하게 풀어주는 것이다. 쌓여서 '큰 병'이 되기 전에 '작은 여행'을 떠나자.
김영하 여행의 이유 카트린 지타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4. 『여행의 이유』에서 김영하 작가는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라고 말한다.
김영하 작가는 영감을 얻기 위해서 혹은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어찌 보면 내가 가끔씩 선택하는 여행의 이유인 '삶으로부터 거리두기'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사람이 너무 한 가지 일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여러 면에서 부작용이 생긴다. 무엇보다 마음의 평화가 깨지기 쉽다. 차면 때때로 비워야 한다. 그래야 다시 채울 수 있다. 비워야 할 타이밍이라는 느낌이 왔을 때 망설이지 말고 여행을 떠나자. 그래야 인생 후반전이 행복해진다.
5. 1994년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대학교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했다. 일 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에다가 부모님께서 모자란 경비를 보태주신 덕분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한 달이 훌쩍 넘는 일정으로 영국, 프랑스,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헝가리 등 유럽의 13개 나라를 주로 유레일패스와 튼튼한 두 다리에 의지해 여행했다.
넉넉하지 못한 자금 사정으로 인해 상점에서 산 빵을 참 많이 먹었고, 교통비를 아끼느라 하루 평균 10km는 너끈히 걸어 다녔던 것 같다. 나중에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체중이 무려 8킬로그램이나 빠져 있었다. 당연히 6개월 정도 지날 때까지 빵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걸어 다녔던 덕분에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얻은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는 데는 국가대표급 선수가 됐다. 지금 구글 맵의 오프라인, 아날로그 버전쯤이라 생각하면 된다. 손짓 몸짓 섞인 영어로 대화도 해보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에 새긴 탓에 스물다섯의 나이에 천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그야말로 인생 여행이었다. 인생 1막을 갈무리하는 즈음에 나는 또 한 번의 배낭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1994년 6월 대학 친구들과의 배낭여행(런던/스위스 필라투스)
6. 혼술, 혼밥, 혼영 등 '나홀로족'이 증가하고 있다. 사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이러한 시대적 트렌드로부터 말미암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혼행'도 유행이다. 나도 가끔씩 혼행을 즐긴다. 여럿이 함께할 때와는 여행 전 설렘의 강도, 여행 중의 자유로움, 여행 후 마음의 정화 정도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인생의 전반전에서 단 한 번도 혼행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40~50대라면 인생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하프타임 때 혼행을 떠나보시길 강추한다.
오스트리아의 일간지 기자였던 '카트린 지타'는 어느 날 자신이 6개월 동안 한 번도 시원하게 웃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혼자 여행을 떠난다.『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에서 그녀는 "반복되는 생활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면 방해하는 훼방꾼 없이 내면으로 깊이 파고들 수 있다. 우리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효과적인 자아 탐구의 과정을 진행하려면 혼자 여행을 떠나라."라고 말한다.
7. 똑같은 장소를 다녀왔는데 누구는 여행이라고 칭하고 누구는 관광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있다. 도대체 여행과 관광의 차이는 무엇일까? 많이 보는 것과 깊이 보는 것, 벗어나기와 다다르기, 오락과 교육, 휴식과 자극 등을 고려해 여행을 떠날 것인가 관광을 떠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무작정 떠나기, 무계획으로 즐기기, 날짜별 시간별로 타임 테이블 만들기 등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나는 사전에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그 틀 안에서 여행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대학생 때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절실히 느낀 게 있었다. 유럽의 종교사, 미술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왔더라면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게 10배는 많았을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여행지가 정해지면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한다. 하나를 보더라도 제대로 알고 만끽하기 위해서다. 나는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도 '여행자'이지 '관광객'은 아닐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여행법.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8. 어떻게 하면 즐겁고 의미 있고 기억에 오래 남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소위 '여행의 기술'이란 게 있을까? 『여행법』에서 보여 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법은 여행지에서의 그 순간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다. 그 자신이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되려고 한다. 작은 수첩에는 나중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헤드라인만 기록한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사진 찍기에 대해 멋진 일침을 날린다. 사진을 찍으면 어떤 장소의 아름다움을 보고 촉발된 근질근질한 소유욕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귀중한 장면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불안은 셔터를 누를 때마다 줄어든다. 그러나, 카메라는 보는 것과 살피는 것 사이의 구별, 보는 것과 소유하는 것 사이의 구별을 흐려버린다. 카메라는 진정한 지식을 선택할 기회를 줄 수도 있지만, 어느새 그 지식을 얻으려는 노력을 잉여의 것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우리 할 일을 다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내가 추천하는 여행의 기술은, 여행의 감흥과 추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짧은 분량이라도 <여행기>를 쓰는 걸 권유한다. 사진만으로는 여행지에 대한 나의 느낌과 생각을 담기에 한계가 있다. 여행 중 이동 시간이나 잠들기 전에 잠깐씩 짬을 내서 멋진 문장이 아니더라도 짧게 메모를 해두자. 그 메모들을 사진과 함께 글로 연결시키면 나만의 여행기가 된다. 기록은 당시의 내 느낌과 생각을 나중에 수시로 꺼내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그 '꺼내봄'을 통해 삶의 '돌아봄'이 이루어진다.
<브런치>에 기록으로 남긴 나의 여행일지
9.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라는 괴테의 말처럼 진정한 여행은 단순히 어느 여행지를 찾아가서 한번 둘러보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 반추(反芻) 해 볼 수 있는, 내 마음속 자산으로 만들려는 나름의 목적 의식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서의 시공간과 나를 조화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내면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는 껍데기뿐인 여행이 될 확률이 크다. 100세 시대, 인생 후반전의 여행은 '이번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기념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 독자의 의견을 미리 듣고 반영한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공감의 댓글 또는 저와 다른 견해를 달아주시면 실제 책 발간 때 꼭 포함토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