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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필 Jan 01. 2019

당뇨로 시작된 아버지의 건강관리 노력과 교훈

아이들과 나누고픈 내 부모님과의 추억 - Episode 31

몇 년 전부터 정기 건강검진을 받으면 당뇨와 관련한 수치에 대해 의사 선생님의 충고를 듣곤 한다.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꾸준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라는 말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국내 당뇨 환자 수는 300만 명 이상으로 30대 이상 성인 8명 중 1명 꼴이다. 오는 2030년에는 500만 명 수준으로 크게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있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관심하게 내버려 둘 일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께서 건강 이상으로 인해 한 달 남짓 영남대학교 부설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처음엔 이유를 잘 몰랐는데 나중에 당뇨가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중에는 어머니께서 집이랑 병원을 왔다 갔다 하셨고 나는 주말마다 병원에 들렀다. 우리 가족 중 한 사람이 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아버지께서 입원해 계신 병원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안 계신 집도 왠지 낯설고 어색했다. 어쨌든 시간이 흘러 병원 생활을 잘 이겨내신 아버지는 퇴원을 하셨다. 


퇴원하신 후의 아버지는 마치 새로운 삶을 사시듯 지금까지의 생활 습관에 엄청난 변화를 주셨다. 우선 거의 끊었다고 해도 될 만큼 약주를 대폭 줄이셨고 매일 새벽마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 운동을 하셨다. 당시엔 토요일도 근무를 하던 시절인데 주말이면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 경상남북도 일대의 산을 찾아 등산을 즐기셨다.   


그 시절 나도 아버지를 따라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에 위치한 산을 많이 다녔다. 물론 제일 많이 오르내린 곳은 팔공산 갓바위였다. 아버지 덕분에 내 체력이 많이 향상되었고 지금까지도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유지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식단에도 변화가 왔다. 이전에도 쌀과 콩 또는 보리가 섞인 밥을 먹고 있었지만 거기에 더해 건강 차원에서 현미밥이 등장했고 무엇보다 과일 섭취와 채식이 크게 강화됐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시면서 특별히 우리 가족이 먹는 식단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쓰셨다. 아직 어린 나와 여동생들에게 까칠까칠한 현미밥이 입에 맞을 리가 없었지만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잘 참아냈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는 술을 줄이는 대신 취미생활로 난초 키우기를 시작하셨고, 주말 산행 때마다 산에서 야생초를 손수 캐다 집에 있는 빈 화분에 옮겨 심으셨다. 이전까지 기원에서 바둑을 두시는 것 외엔 특별한 취미생활이 있진 않으셨는데 난초와 야생초 재배에 대단한 열정을 쏟으셨다. 건강관리로 시작된 아버지 삶의 변화는 타인에 의해 강제된 것이 아닌 오롯이 아버지의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이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중학교 시절 그 변화의 과정을 시종일관 지켜봤던 나는 나중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버지께서 좋은 교훈을 주신 셈이었다. 그래서 직장생활과 결혼생활 초기부터 꾸준히 등산, 마라톤, 테니스, 축구, 야구, 트래킹 등 다양한 운동을 중심으로 나름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나는 이상하게도 헬스클럽이나 피트니스센터에 별 흥미를 못 느꼈다. 스스로 깨달은 바로는, 실내에서 하는 운동은 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둘레길이나 한강공원과 같은 주로 탁 트인 야외에서 걷기 위주의 운동을 즐겨 해왔다. 


삼십 대 시절엔 꾸준한 운동만으로도 비교적 건강관리가 잘 되었는데 사십 대 중반을 넘어서서부터는 그것만으로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아버지께서 입원하셨던 때도 사십 대 중반이셨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는 등 식이요법을 통해 체중 관리를 시작했고 직업의 특성상 술을 안 마실 수는 없지만 가급적 횟수와 양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바야흐로 100세 인생 시대인데 건강하지 못한 아픈 몸으로 오래 산다는 것은 정말이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이 어릴 때 수영이나 태권도도 시켰지만, 주로 산과 바다로 많이 데리고 다니면서 야외활동을 즐기게 해 줬다. 나는 아이들이 운동을 위한 운동보다는 자연을 벗 삼아 뛰어놀면서 다양한 체험도 하고 체력도 증진시키길 원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잘 따라 주었다.  


또한 아이들 스스로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내가 꾸준한 운동과 건강관리를 통해 모범을 보이고자 애쓰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빠가 건강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은 남의 손이 아닌 내 손으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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