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성필 Jan 12. 2019

아버지 생신날에 맞춰 사남매 가족여행

아이들과 나누고픈 내 부모님과의 추억 - Episode 36

아버지 생신은 음력으로 9월이라 추석 명절을 지난 후 방방곡곡이 단풍으로 빨갛게 또 노랗게 물들 무렵이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는 과정이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생신날에 맞춰서 나를 비롯한 사남매의 가족이 모두 모여 해마다 1박 2일 또는 2박 3일 정도의 짧은 가족 여행을 했었다. 


아버지께서 해외여행을 좋아하시지 않아서 줄곧 국내여행만 함께 했었다. 지난 세월 동안 온 가족이 함께 했던 여행지가 꽤 많은데 그중에서 강원도 홍천과 원주, 충청도 단양, 제주도, 강화도 등이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을 포함해 우리 사남매의 배우자와 아이들까지 다 합치니 인원이 꽤 된다. 십여 년 전에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엔 미니버스를 렌트해서 이동했던 적도 있었다.


주변에 둘러볼 관광지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밥도 먹고 얘기도 나누고 편히 쉴 수 있는 숙소 시설이 갖춰진 곳이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이었다. 특히 원주 인근에 위치한 오크밸리 콘도는 우리 가족이 자주 이용했던 장소이다. 오크밸리를 갈 때는 나와 매제들은 둘째 날 오전을 이용해 친목 도모를 위한 골프 라운딩을 하기도 했다.


인원이 많다 보니 늘 끼니 해결 문제가 큰 고민거리였다. 여행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남매가 각각 기본적인 반찬거리 외에 양념에 잰 불고기, 고추장 더덕구이, 가자미 회 무침 등 스페셜한 음식 가지씩을 준비해 오는 것이 원칙(?)으로 정착이 되었다.   


매 끼니를 밖에서 사 먹지는 않고 숙소 내에서 최대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강원도 지역에 갈 때는 내가 숙소 인근에 위치한 축협에 들러서 숙소에서 구워 먹을 고기를 직접 사 가기도 했다. 고기의 질과 가격 모두 서울과는 비교가 안 된다.


어머니는 우리 사남매와 손자 손녀를 위해서 대구에서 미리 준비한 김치와 밑반찬 등을 늘 잔뜩 챙겨서 가져오신다. 힘드시니깐 그러지 마시라고, 혹 가지고 오시더라도 조금만 하시라고 누차 말씀을 드렸지만 알았다고 하시면서 매번 지키지 않으신다. 다소 힘들긴 해도 그것이 어머니의 즐거움이실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길게 얘기하지 않고 그냥 못 이기는 척 넘어간다. 우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통해 어머니의 노고가 기쁨과 보람으로 치환되길 바라면서.      


여행지에서 맛집 탐방을 하는 것도 가족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제주도에선 당연히 회를 비롯한 해산물 맛집을 찾았고, 강원도에선 화로구이와 막국수, 강화도 포구에선 꽃게찜과 새우구이가 좋았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 고르기가 쉽지만은 않은데 다행히도 우리가 골라서 간 음식점마다 가족 모두가 맛있게 잘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가족들과 함께했던 여러 레저 활동이 참 즐겁고 재미있었다. 강화도에선 불교 가족답게 전등사와 보문사를 탐방했고, 숙소에서 전 가족이 참여한 탁구대회를 열어서 어머니께서 상금을 시상하시기도 했다.    


당시 아파트 단지 내 체육교실에서 수년간 쌓으신 어머니의 탁구 실력에 모든 가족이 깜짝 놀랐다. 제주도에서는 아버지를 모시고 바다낚시를 했다. 두 시간 남짓 잡은 물고기를 바로 배 위에서 회를 뜨고, 소주 한 잔을 곁들여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단양에선 영풍 부석사와 석회동굴을 같이 둘러봤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 생신맞이 가족여행은 아버지께서 아이디어를 내셔서 첫 시작을 했는데 우리 가족 모두가,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자 손녀까지 삼대가 함께 해서 더욱 의미가 있고 좋은 것 같다. 점점 핵가족화되어가고 내 것만 챙기는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동시에 사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산 교육의 장을 열어주신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이다. 백 번의 말씀보다 한 번의 제안과 실천으로 우리들에게 뜻깊은 가르침을 주셨다.

어느덧 아버지께선 팔십 대 중반이시고, 어머니께서도 팔순에 접어드셨다. 건강이 예전만 못하셔서 여행이 쉽지만은 않지만 다음에는 짧은 여행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더 많은 추억을 쌓는 것이 나중에 풍수지탄(風樹之嘆)의 후회를 는 길이다. 무릇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 잘 날이 없고(樹欲靜而風不止),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자 하나 부모는 이미 안 계신다(子欲養而親不待).



    

매거진의 이전글 고교 졸업식과 대학교 졸업식의 추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