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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필 Mar 16. 2019

식생활 습관은 어렸을 때부터의 교육과 경험

아이들과 나누고픈 내 부모님과의 추억 - Episode 51

흔히들 식생활 습관은 어릴 때부터 길러진다고 한다. 특히 성장기 아이의 식생활 습관은 현재는 물론 어른이 되어서의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식생활 습관과 관련한 말씀을 꽤나 자주 들었다. 채식을 많이 해라, 편식하지 마라, 끼니 거르지 마라, 과식하지 마라, 찬 음식은 가급적 멀리 해라 등등.


바르지 못한 식생활 습관이 건강을 해치고 병을 일으킬 확률을 높인다. 운동을 비롯한 건강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고른 영양소의 섭취와 올바른 식생활 습관으로 건강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몸의 기초 체력이 좋아진다.  


부모님께서는 특히 발효 식품과 야채의 섭취를 강조하셨다. 우리 집 밥상에는 된장찌개와 함께 여러 종류의 김치가 매일 등장했다. 어머니께선 김치 담그시는 것이 취미생활이라고 해도 될 만큼 여러 종류의 김치를 담그시고 밥상에 올리신다. 배추김치만 하더라도 굴 또는 젓갈과 배를 넣고 버무린 것에서부터 양념만 살짝 입힌 겉절이가 있었고, 총각무김치, 물김치, 오이김치, 창난젓과 무를 함께 버무린 김치 등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요즘은 연세가 많이 드셔서 예전만큼 많이 안 하신다고 해도 한 번씩 고향 집에서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상을 보면 두세 종류의 김치는 늘 있다. 맛도 예전 그대로다. 어머니 음식 솜씨가 워낙에 좋으시다 보니 아이들도 대구에 갈 때마다 할머니표 된장찌개, 할머니표 곰국을 맛있게 잘 먹는다. 그렇게 들인 식생활 습관으로 인해 아이들이 피자나 치킨도 좋아하지만 된장찌개, 설렁탕, 곰국 같은 슬로푸드도 좋아한다.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는 어릴 때 김치를 비롯한 야채를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부모님께서 항상 김치와 야채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고 권유(?)를 하시는 통에 김치와 야채를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가끔씩 고기를 먹게 되는 날이면 어머니께서는 내가 고기를 상추에 싸서 먹지 않으면 고기를 못 먹게 하실 정도로 엄하게 하셨다.


그렇게 몸에 밴 식생활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요즘도 고기를 먹으면 나는 고기만 먹지를 않고 늘 상추쌈을 싸서 먹는다. 오히려 고기만 먹으면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둘째 지훈이는 지금까지도 김치를 거의 먹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들게 해줬어야 하는데 부모님께서 내게 하셨던 것처럼 하지 못해서 아쉽다.


나는 생선회를 유난히 좋아한다. 오늘 저녁에 소주 한 잔 하는 자리가 있어서 안주를 고르라고 하면 백 번 중에 백 번을 다 생선회를 선택할 정도다. 그렇다고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값비싼 일식집을 선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허름한 횟집에서 광어회 한 접시면 충분하다. 값비싼 생선도 많이 있지만 내겐 광어회가 제일 맛있다.


내가 생선회를 좋아하다 보니 아이들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선회 먹는 걸 보고 배우게 되었고 곧잘 먹는 편이다. 정말이지 식생활 습관은 어렸을 때부터의 교육과 경험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고향 대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 생선회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부산에 사시는 이모 덕을 많이 봤다. 매년 부산 이모네에 놀러 가서 붕장어 회를 먹었던 것이 나의 생선회 사랑의 시작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생선회에 대한 선호가 다르시다. 어머니는 지금도 생선회를 거의 드시지 않고 아버지는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삼십 대 중반에 처음 생선회를 드셨다고 한다. 입에 잘 맞으셨는지  아주 가끔씩 가족들과 부산이나 포항으로 나들이 겸 생선회를 먹으러 가기도 했다. 물론 당시엔 붕장어 회가 전부였다. 새콤달콤한 초장을 듬뿍 찍은 붕장어 회를 신선한 상추쌈에 싸서 한 입 가득 넣고 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사이다를 한 모금 마시고 트림을 크게 하고 나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 태어나서 그동안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했던 음식들을 접한 것이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간장게장이다. 경상도에선 간장게장이란 음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입사원 시절에 부서 회식 겸 밥을 먹으러 갔는데 간장게장이 나와서 당황했다. 게를 날 것으로 먹는 것도 이상한데 짠 간장을 곁들여서 먹다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부모님께서 서울에 오셨다가 민속음식 전문점에서 같이 밥을 먹는데 내가 간장게장을 시키자 그런 음식을 먹냐고 하시면서 놀라신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간장게장의 참 맛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완전 마니아가 되었고 서울에 있는 유명 간장게장 집들은 한 번씩은 다 가본 것 같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정말 열심히 먹으러 다녔던 것 같다. 아이들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를 따라다닌 덕택으로 간장게장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충청도나 전라도 지역에 갈 일이 있으면 오는 길에 아이들을 위해서 게장을 포장해서 사 오곤 한다.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어머니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같은 것을 쪄서 간식으로 주셨다. 겨울철에는 호빵도 직접 쪄 주셨다. 간식을 먹으면서 만화책을 보는 것이 나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지금의 아이들에겐 그 간식의 종류가 피자나 햄버거, 치킨으로 바뀌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만 선호하지 않고 슬로푸드도 즐겨 먹는다.


부모님께서 나의 어린 시절에 식생활 습관을 잘 길러주신 덕에 지금까지 큰 병치레 없이 비교적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도 건강관리를 위해서 지금까지의 비교적 균형 잡힌 식생활 습관을 앞으로도 잘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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