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외국인 이름 같지만 대한민국 국적의 청소년이다. 다니엘은 원곡고교를 졸업하고 2022년 현재 안산시청 소속인 육상선수다. 그의 부모님은 콩고 민주공화국 출신이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다니엘은 어머니의 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했다. 100미터를 10초대에 뛴다. 기량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 9초대 진입도 가능해 보인다.
비단 다니엘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는 이미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북한이탈주민,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가정의 2세, 유학생, 외국국적 동포, 불법체류 외국인, 그리고 난민까지를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뤄진 다문화 사회다.
2. 100세 인생 시대를 말하다가 갑자기 웬 '다문화사회' 이야기를 꺼내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40~50대인 사람들이 인생의 후반전에서 맞닥뜨리게 될 중요한 사회적 변화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 점점 다문화 사회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학계에서는 외국인 거주자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2019년도의 경우에는 전체 인구 대비 5.6%를, 2020년도에는 전체 인구 대비 4.7%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 비중이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에 비해 2020년의 국내 외국인 거주자 수가 약 50만 명 가까이 줄어든 탓이다. 팬데믹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최근 5년간의 추세로 볼 때 2020년에도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은 이미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 (출처 : 통계청, 불법체류자 수 포함)
3.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출생아 27만여 명 중 다문화 가정 출생아는 전체 출생아 대비 6%를 점유한다. 2020년의 다문화 결혼은 1만 6천여 건으로 전체 결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6%이다. 근데 이 수치는 코로나 19의 영향을 크게 받은 탓이며 불과 한 해 전인 2019년의 경우 10%를 상회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신혼부부 열 쌍 중에 한 쌍 이상이 결혼해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유입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은,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되었다. 글로벌 교류의 확산 추세와 국내 노동력 부족 현상을 감안할 때 향후 국내 외국인 거주 인구와 다문화 가정의 지속적인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7년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가 전체 인구의 10% 선인 500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인구의 열 명 중에 한 명이 외국인 또는 외국 출신의 한국인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는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민족, 인종, 종교 등으로 인한 다양성 갈등이 크진 않았지만 향후 다문화 인구의 비중이 지금에 비해 훨씬 높아질 경우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뉴스 보도를 통해서만 접했던 인종 차별, 특정 종교와의 갈등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나 폭동이 딴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4. 몇 해 전에 우연한 계기로 대한민국 사회의 인구 구성의 변화, 출산율의 감소,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다문화 인구의 증가 등과 관련한 내용을 접하게 됐다. 그래서 향후 지속적으로 늘어날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려주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기회가 되면 해외에서 같은 활동을 해보겠다는 도전적인 꿈도 갖게 됐다. 내 인생 2막의 준비는 이렇게 시작됐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꼬박 4년 동안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면서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과 '다문화사회 전문가 2급 수료증'을 획득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8학기 동안 매주 6시간씩 온라인 강의를 듣고 중간 과제, 기말 과제, 중간시험, 기말시험을 다 해내기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교실
5. 그렇게 취득한 자격증을 바탕으로 현재 두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하나는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한국어교실에서 한국어 교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네팔, 태국, 필리핀,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두 시간씩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가르친다.
사실 일요일 아침이라 늘어지게 늦잠도 자고 빈둥거리며 쉬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다. 그렇지만 100세 인생 시대의 2막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본격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한다는 차원에서 빠짐없이 일요일 오전마다 의정부행 전철에 몸을 싣는다.
6. 또 하나는 틈나는 대로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에서 재능기부 형식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협회에서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 서울시에 소재한 모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사회의 이해'라는 주제로 특별수업을 다녀왔다. 관련 자격증을 따면서 공부하고 느꼈던 것을 학생들과 공유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문화청소년협회 활동을 하면서는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한국 생활이 20년이 넘은 네팔 출신의 '검비르'씨는 베테랑, 히말라야 같은 영화에도 출연했고, TV 방송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고 있다. 첫 만남에서부터 2시간가량 대한민국의 다문화 정책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 후 검비르씨가 한 말이 나를 빵 터지게 만들었다. "형, 난 77년 뱀띠야. 담부터 형이라고 부를게. 말 놓으세요."
네팔 출신의 검비르씨 해밀학교 업무협약식
2020년 11월에는 인순이씨가 운영하시는 '해밀학교'와 다문화청소년협회가 업무협약을 맺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협약식을 준비했던 실무진 간에 약간의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발생했다. 자칫 협약식 분위기가 썰렁하게 될 뻔했는데 인순이씨의 요청으로 상호 간에 실질적인 협력을 위한 장시간 열띤 토론을 하다 보니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고 무사히(?) 협약식을 마칠 수 있었다.
7. 한국어 교원 활동과 다문화사회 봉사 활동을 통해 삶의 보람과 의미를 많이 느낀다. 우리 사회의 나은 미래를 위한 작은 활동이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내 삶을 이전에 비해 훨씬 더 활기차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해외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교원으로 인생의 2막을 시작하고자 차근차근 준비하는 일은 내 삶에 설렘을 선물해 준다.
조금만 찾아보면 돌봄, 상담, 언어발달 지원, 다양한 교육 등 다문화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제법 많다. 자신에게 적합한 활동을 찾아서 잘 준비하고 실천한다면 인생 후반전을 더 보람 있고 활기차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독자의 의견을 미리 듣고 반영한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공감의 댓글 또는 저와 다른 견해를 달아주시면 실제 책 발간 때 꼭 포함토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