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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양화 May 05. 2022

한국 일본 이야기 2

재일교포 3세 한국에 시집을 오다

내가 부산에 살았을 때 다문화센터에서 현재 (2021년 62세)가 되는 교포 언니를 만났다. 

그녀는 나를 보고 같은 교포라서 너무 반갑다고 인사를 해줬다. 

부산에서 일본인을 만나는 것도 드문 일인데 교포들끼리 만나기란 정말 쉽지 않다며 반겨주는 언니를 보니 신기하게도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연민의 정이 든 것은 웬일일까?

언니는 한국의 대학교로 유학을 오고 어묵 파는 포장마차 주인에게 반해서 그냥 결혼을 했다고 했다. 

단발머리에 우렁찬 목소리, 결코 날씬하나고 말할 수 없는 기대고 싶어지는 몸매, 시원시원한 말투. 

그녀는 10년 사귄 오래된 친구처럼 나를 대했다. 

애타게 원한 아이를 못 가진 마음을 숨김없이 토로하고 일본에서 살 때 언니의 아빠가 암으로 일찍 돌아가신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우리의 거리는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 속도는 너무나 빨라서 나도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왜 그랬을까? 우리는 왜 서로 끌어당기는 듯이 친해졌을까?

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결국 우리는 일본에서도 소수자이고 한국에서도 소수자잖아.”

“부산에서 만난 일본 사람을 몇 명 만나 봤는데 뭔가 역시 우리랑 달라... 결국은 그 사람들 중에서도 우리는 소외돼.”

맞는 말이었다. 그 느낌. 아주 공감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 살았을 때 일본에서 시집 온 일본인들의 모임이 있었다. 나는 기뻐하면서 몇 번 그 모임에 참석해봤다. 

일본인회을 이끄는 분은 오키나와현 출신의 일본 사람이었고 한 달의 한번 일본 엄마들이 모이는 기회를 만들고 있었다. 함께 모이고 머그컵 만들기, 비누 만들기, 향초 만들기, 탁구 하기 등등 프로그램이 다양했다. 다들 얼굴을 보면 “일본의 어디서 왔는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가?” “애를 몇 명 키우는가?”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일관계가 긴장된 시기에는 자기들의 불행한 입장을 서로 위로하고 양쪽 나라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들은 아주 친절했다. 그러나 내 이름을 듣고 교포라는 사실을 알린 순간 그녀들의 눈빛 속에 뭔가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려운 뭔가가 엿보인다. 

나의 엉뚱한 상상 일수도 있다. 어찌 보면 내가 억지로 만들어낸 상상 일수 있다. 순수 일본인 이랑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사람 이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만날 때... 그 속에서는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는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살 때 그녀들은 우리를 소수자로 볼 것이다. 

그런 그녀들이 한국에서 소수자의 입장을 경험한 끝에 우리(재일 교포)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일본에서 왔지만 당신들은 한국 사람이잖아?”

“우리는 여기서는 소수자이지만 당신들의 입장이 역전되었네?”

그 짧고 평범한 자기소개 속에 이렇게 깊이 뿌리내린 의식들을 무의식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물론 그때 그 상황에서는 이런 깊은 통찰까지 못한다. 다만 그녀들 속에서도 어색한 나와 대면을 하고

“아아... 여기도 역시 내가 안주할만한 장소가 아니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앞서 언급한 듯이 

교포 언니가 말한 말이 나에게 너무 와닿았던 이유다. 

“부산에서 만난 일본 사람을 몇 명 만나 봤는데 뭔가 역시 우리랑 달라... 결국은 그 사람들 중에서도 우리는 소외돼.”

결국 교포는 일본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그리고 한국 속에 있는 일본인회에서도 소수자 입장이었다. 

그래서 언니랑 나는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똑같은 일을 경험한 동지가 되어버린 샘이다. 

아쉽게도 내가 광주로 이사를 와버리고 쉽게 만날 수 없지만 전화기에서 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반가운 마음아 다. 

동시에 연민도 느낀다. 이것이 같은 입장인 사람들끼리 모이는 이유 일 것이다. 

내가 부산에서 언니를 만나서 반가웠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요즘 이런 생각도 해 본다. 

많지는 안겠지만 한국에도 일본 루트를 가진 사람들이 나처럼 소외감을 느끼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

복잡하고 긴장된 두 나라의 역사 속에서 말없이 사은 이들이 지금도 묵묵히 자기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분들을 응원하고 싶다. 네 마음을 안다고, 진심으로 이해한다고. 

어디에서 들었다.

‘다이아몬드든 양이 적어서 귀한 것이다.’

그렇다. 소수는 소수니까 드물고 귀한 존재다. 

소수자만이 이룰 수 있는 뭔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학생 시절은 그렇지 않아도 사회에 한 발자국 나가면

개성이 매력으로 드러난다. 

자기의 roots를 단점이 아니라 정점으로 바꾸자. 

그것이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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