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했던 시간에 대하여
어릴 적부터 나는 온갖 대형견의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을 좋아했고, 친한 사람을 보면
"꼬리가 흔들리는 게 보이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이 많고 타인을 믿는 데
큰 주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는 늘 나에게
사기꾼을 조심하라거나,
친절한 사람일수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거나,
사람을 너무 쉽게 믿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쁜 사람을 만난 적 없어서일까,
성인이 되며 취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모임이 좋아
각종 취미활동을 시작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 걸기 어렵지 않은 성격 탓에
모임에서는 항상 운영진 제안을 받게 되었다.
오지랖 부리기 좋아해 먼저 챙기고, 다가가다 보니
나의 성격에 호감을 느낀 사람들과 금세 가까워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사람들보다 이미 오래 남아있는 사람들,
운영진이나 모임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과만
관계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오래도록 볼 줄 알았던 사람들이 모임을 떠날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상실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인사도 없이 모임을 나가는 사람부터,
다른 모임 활동을 시작한 사람.
“다음에 또 보자”가 말뿐인 인사들.
나는 한번 친해지면
평생 친구라는 마음으로 친해졌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그 마음의 온도 차가 나를 다치게 했다.
그렇게 나는 모임에서 사람을 사귀기보다
활동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다.
관계를 넓히기보다는
이미 친해진 소수의 사람들과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지내는 편이 덜 상처받는 방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 역시 그 취미활동을 줄이기 시작했고
모임에서 친해졌던 친구들은 이제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도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 시절로 돌아갔다.
마치 나이만 그대 로고,
마음은 과거로 돌아가버린 것처럼
어린 시절의 내가 되어 그저 웃고 떠들며 놀 수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살면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계속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걸.
그렇다고 그 시간이, 그 모임이,
함께 보낸 순간들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라는 걸.
미래까지 함께 가지 못했다고 해서
의미 없었던 관계는 아니었다.
그 순간을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너무 앞날만 바라보며
상처받지 않으려 한다.
지나갈 인연을 붙잡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웃고 있는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즐기고 싶다.